"냉장고야, 스마트폰이야?" 삼성전자, AI 가전 '승부수'

화면·빅스비 탑재 '비스포크 AI' 신제품 공개
냉장고가 일정 브리핑, 로봇청소기로 가족 안부 확인
"귀찮고 어려운 것 모두 해결…AI 혁신으로 성과 낼 것"

성상영 기자

2025-03-30 12:00:00

문종승 삼성전자 생활가전(DA)사업부 부사장이 지난 28일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 스튜디오에서 인공지능(AI) 가전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성상영 기자
문종승 삼성전자 생활가전(DA)사업부 부사장이 지난 28일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 스튜디오에서 인공지능(AI) 가전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성상영 기자
[빅데이터뉴스 성상영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올해 인공지능(AI) 가전을 대거 쏟아낸다. 냉장고와 세탁기·건조기를 비롯해, 식기세척기와 청소기까지 거의 모든 제품에 AI를 탑재해 한층 진화한 '스마트홈' 경험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프리미엄 가전 시장 주도권을 확고히 하고 최근 정체 상태인 가전 사업 매출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8일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 스튜디오에서 신제품 공개 행사 '웰컴 투 비스포크 AI'를 열고 AI 가전 신제품과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AI 가전 브랜드 '비스포크 AI'를 공개하며 세 가지 지향점으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사용자를 돌보며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는 솔루션'을 제시했다. 가전제품이 일상 대화처럼 자연스러운 음성 명령을 알아들을 뿐 아니라 사용자의 생활 습관을 파악해 맞춤형 기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또한 멀리 떨어진 가족의 안부까지도 가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종승 삼성전자 생활가전(DA)사업부 부사장은 "고객이 귀찮고 어려워하는 문제들을 작은 것 하나까지 해결하겠다는 생각으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있다"면서 "가전제품에 AI 혁신을 접목해 사업의 성과로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냉장고에 9인치 화면이 탑재된 모습. =성상영 기자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냉장고에 9인치 화면이 탑재된 모습. =성상영 기자
비스포크 AI 가전은 제품에 내장된 화면과 음성 비서 '빅스비'를 축으로 한다. 냉장고나 세탁기는 물론 인덕션과 오븐을 태블릿 PC나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빅스비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 가족 구성원별 목소리를 구분할 수 있다.

먼저 비스포크 AI 하이브리드 냉장고에는 9인치 화면이 탑재된다. 이 제품은 일정∙날씨∙추천 식단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데일리 보드'를 지원한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면서 "빅스비, 내 일정 알려줘"라고 말하면 사용자의 목소리를 인식해 계정에 등록된 일정을 화면으로 보여준다.

보관 중인 식재료나 가공식품을 자동으로 인식해 목록을 만들어 주는 'AI 비전 인사이드'는 인식 가능한 식품 종류가 33종에서 37종으로 늘었다. 이 기능은 소비 기한이 임박한 식품이 무엇인지 알려줄 뿐 아니라 해당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 조리법까지 찾아준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한 대로 합친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도 더 똑똑해졌다. 세탁조에 빨랫감을 넣어두기만 하면 옷감을 알아서 분석해 가장 알맞은 코스로 세탁과 건조를 진행한다. 빨래가 끝나면 자동으로 문을 열어 옷감이 꿉꿉해지는 현상도 막아준다. 이같은 기능은 세탁기·건조기 단독 제품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7인치 화면을 내장한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세탁기와 건조기. =성상영 기자
7인치 화면을 내장한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세탁기와 건조기. =성상영 기자
삼성전자가 내세운 비스포크 AI의 또 다른 차별화 요소는 가족의 안부를 확인하는 돌봄 기능이다. 집에서 가족의 활동이 감지되지 않거나 빈 집에서 가전제품 사용이 인식되면 AI 가전이 사용자 스마트폰으로 즉시 알람을 보낸다. 이때 로봇청소기를 홈캠(가정용 CCTV)처럼 활용해 집 내부를 둘러보고, 가족과 영상통화를 할 수 있다.

제품 자가진단도 더욱 편리해지고 고도화됐다. 기존 가전제품이 문제가 생겼을 때 단순히 에러코드(고장 부호)만 보여준다면, 비스포크 AI는 에러코드가 무엇을 의미하고 어떻게 조치하는지를 알려준다. 자가진단 역시 빅스비를 호출해 "냉장고 냉기가 약한데 문제가 뭐야?" 같은 대화 형식으로 할 수 있다.

이밖에 '2025년형 비스포크 AI 제트' 무선 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 청소기도 공개됐다. 비스포크 AI 제트 무선 청소기는 400와트(W) 흡입력을 갖추고 일반 모드에서 배터리 충전 없이 최장 100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비스포크 AI 스팀은 AI가 액체와 먼지를 구분해 청소하고 구석이나 벽면을 감지하면 브러시와 물걸레를 밖으로 꺼내 빈틈 없이 오염물을 닦아낸다.

삼성전자는 가전이 고도로 지능화된 만큼 보안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강조했다. 자체 보안 솔루션 '녹스'를 통해 민감 정보를 별도 보안 칩에 보관함으로써 안전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향후 슈퍼컴퓨터를 뛰어넘는 초고속 연산이 가능한 양자컴퓨터의 공격에 대비해 양자 내성 암호 기술도 적용할 예정이다.

성상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ssy@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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