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영의 正주행] KGM 토레스 EVX, 활용성 끝내주는 '가성비 최강' 전기차

실구매가 3000만원 대 가능, 주변 '시선 집중'
'스텔스 차박' 해보니…전문 장비 없어도 'OK'
넓은 실내·V2L '시너지' 제대로…패밀리카 제격

성상영 기자

2025-03-11 10:40:14

KG모빌리티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토레스 EVX' 외관. =성상영 기자
KG모빌리티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토레스 EVX' 외관. =성상영 기자
[빅데이터뉴스 성상영 기자] 막바지 겨울 바람에 고즈넉한 강원 고성군 화진포 해수욕장. 한 무리 여행객이 전기차 외부 전원 공급 장치(V2L)에 꽂힌 노트북 충전기를 유심히 보다 한 마디 했다. 중년 여성은 "이게 휴대용 충전기인가, 맞아요?"라고 물었다. 호기심 가득한 한마디에 기자는 "차에 코드를 꽂아서 컴퓨터를 쓸수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KG모빌리티(KGM)의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토레스 EVX'를 시승하며 뜻하지 않은 관심을 받았다. 몇 억을 호가하는 슈퍼카도 아닌, 4000만원 남짓한 전기차에 관광객들의 시선이 꽂혔다.

토레스 EVX는 가솔린 모델과 비교해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야외 활동을 즐기는 캠핑족 사이에선 나름대로 입소문이 난 전기차다. 넓은 실내와 한 번 충전하면 300㎞ 이상을 충분히 달릴 수 있는 배터리 등은 만족스러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난 8일과 9일 양일간 토레스 EVX를 타고 서울에서 강원도 일대를 약 700㎞ 시승해 봤다.

토레스 EVX 후면 사진. =성상영 기자
토레스 EVX 후면 사진. =성상영 기자
◆3000만원 대 전기차가 공간까지, 또 있을까?

토레스 EVX는 2023년 9월 KG모빌리티 이름으로 나온 첫 전기차다. 지난해 6100대 이상 팔리며 국내 전기차 판매량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출시 1년6개월이 지난 데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정체)에 진입한 점을 고려하면 매우 준수한 성적표다.

외관은 가솔린 모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전면 주간주행등이 일(一)자이고 라디에이터 그릴이 사라진 정도다. 후면은 가솔린 모델이 'J' 모양 리어램프(후미등)를 쓴 데 반해 태극기의 '건곤감리'를 형상화했다. 전체적으로 SUV 특유의 근육질 몸매가 잘 드러나 있다.

토레스 EVX의 가장 큰 장점은 공간이다. 보조금 적용 후 실구매가 3000만원 대에서 시작하는 전기차 중 토레스 EVX보다 넓은 실내를 가진 차는 국내에 없다. 단순히 제원만 놓고 보면 현대자동차 싼타페보다 조금 작고 투싼보다 크다.

토레스 EVX 실내. =성상영 기자
토레스 EVX 실내. =성상영 기자
흔히 말하는 소형 SUV(축간거리 2600㎜ 안팎)의 경우 2열 공간은 매우 협소한 편이다. 토레스 EVX도 축간거리 2680㎜의 소형SUV 수준이다. 하지만 실제 2열에 앉아보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신장 180㎝ 남성 기준 무릎 앞까지 한 뼘 이상 여유가 있어, 준대형 세단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적재 공간도 매우 넓다. 좌우는 물론 앞뒤도 길어 2열 좌석을 접지 않고 캠핑장비 등이 거뜬히 실린다. 접이식 자전거와 텐트를 한 번에 싣거나, 골프백 여러 개를 가로로 넣어도 다 들어갈 정도다. 제원상 적재 공간 용량은 839ℓ에 이른다.

또한 물병이나 소지품을 둘 수 있는 수납 공간도 차고 넘친다. 도어 트림 수납함에는 1ℓ짜리 대용량 일회용 잔과 500㎖ 생수병 2개를 동시에 넣을 수 있다. 센터 콘솔(운전석과 동승석 사이 수납함) 하단에도 클러치백이나 핸드백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뒷좌석 접이식 테이블은 노트북을 올려놓고 사용하거나 간단히 식사하기에 편리했다.

여유로운 실내와 수납 공간은 실외 V2L과 시너지를 제대로 발휘했다. V2L 기술은 전기자동차에 탑재된 배터리 전력을 외부로 끌어다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운전석 앞바퀴에 위치한 충전구에 전용 커넥터를 연결하면 220V 전원을 별다른 장비 없이 차 안팎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토레스 EVX 실내 모습. =성상영 기자
토레스 EVX 실내 모습. =성상영 기자
실제 기자는 침구나 캠핑 용품은 하나도 없이 몸만 가지고 '스텔스 차박(밖에서 보면 사람이 있는지 모를 정도로 차량 내부에서 식사와 숙박을 해결하는 것)'에 도전해 봤다. 뒷좌석에 앉아 테이블을 펼쳐 놓고 맥주를 마시며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잠을 잘 땐 앞좌석으로 넘어가 등받이를 최대한 뒤로 젖힌 다음 '유틸리티 모드'를 실행해 열선과 히터를 틀었다. 유틸리티 모드는 시동이 걸린 상태에서 전기 장치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기능이다. 내연기관차는 전기 장치를 쓰는 내내 엔진을 공회전시켜야 하지만 전기차는 그럴 필요가 없다.

◆부족하지 않은 성능, 그래서 더 아쉬운 '디테일'

차에서 밤을 보내는 동안 배터리는 잘 버텨 줬다. 처음 유틸리티 모드를 실행했을 때 배터리 잔량은 69%였는데, 약 10시간 뒤에는 53%가 남아 있었다. 배터리를 100% 채운 상태에서 왕복 280㎞ 거리까지는 추가 충전 없이 1박2일 차박이 가능할 듯하다. 차에 V2L 커넥터를 꽂아 쓸 때 주위에서 쏠리는 시선은 덤이다.

토레스 EVX 적재 공간. =성상영 기자
토레스 EVX 적재 공간. =성상영 기자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진부령을 넘어 44번 국도와 6번 국도, 올림픽대로를 지나는 경로를 택했다. 이는 구불구불한 산길과 고속 주행을 모두 해볼 수 있는 구간이다.

전반적인 동력 성능은 무난했다. 전기차답게 초반부터 빠르게 치고 나갔으며, 어느 정도 속력이 붙고 나서 답답하지 않은 가속 성능을 경험할 수 있다. 토레스 가솔린 모델에서 느껴지는 출력에 대한 아쉬움도 느낄 수 없었으며, 승차감과 정숙성까지 만족감을 준다. 다만 곡선 구간을 지날 때 속력이 올라간 상태에서 급선회를 하면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각종 기능에 대한 조작 편의성은 아쉬움을 남겼다. 토레스 EVX의 경우 공조 장치를 조작하거나 기본적인 주행 관련 기능을 켜고 끄려면 중앙 터치스크린을 사용해야 한다. 일부 기능은 음성인식을 지원하지만, 주행 모드 전환이나 열선·통풍시트, 공조 버튼 등이 없어져 조작에 불편함을 줬다.

토레스 EVX V2L 기능을 사용하는 모습. =성상영 기자
토레스 EVX V2L 기능을 사용하는 모습. =성상영 기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추후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단적인 예로 라디오가 켜진 상태에서 휴대전화 음악을 재생하면 블루투스 미디어로 자동 전환하는 기능이 토레스 EVX엔 없다. 내비게이션이 전기차 충전소를 실제와 다른 위치로 안내하는 오류도 발행했다. 소비자는 사소한 '페인포인트(Pain Point·불편한 점)'도 느끼지 않기를 바란다.

향후 부분변경이나 상품성 개선을 통해 이같은 문제가 해결된다면 토레스 EVX는 4000만원으로 탈 수 있는 최고의 패밀리 전기차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욕심을 더 내서 주행거리를 더 확보한 롱레인지 모델 출시도 기대해 본다.

한편, 3월 현재 토레스 EVX는 'E7(4762만원)' 단일 모델로 판매 중이며, 선루프와 3D 어라운드 뷰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사양이 기본 품목에 해당된다. 국고·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받으면 내연기관 중형 SUV(기본 가격 3600만원 안팎)와 차이가 300만~400만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성상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ssy@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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