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 보고서③] 엘리엇·메이슨에 물어줄 '2000억+α' 어떻게 되나

"1·2심 무죄 판결, ISDS 무효에 영향 없어"
ISDS 명분 된 '뇌물 판결'…헤지펀드만 '어부지리'

성상영 기자

2025-02-28 15:17:27

[빅데이터뉴스 성상영 기자]
삼성 깃발과 엘리엇·메이슨 로고. ⓒ연합뉴스/ 편집=성상영 기자
삼성 깃발과 엘리엇·메이슨 로고. ⓒ연합뉴스/ 편집=성상영 기자


가장 오랫동안 재판을 받은 대기업 총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따라다니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다. 국정농단 수사에서 시작된 그의 '사법 리스크'는 최근 검찰의 상고로 10년을 꽉 채우게 됐다. 이 기간 삼성은 서서히 가라앉았고 위기는 현실로 나타났다. 본지는 삼성의 '잃어버린 10년'을 진단하고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뉴 삼성'을 조망한다. (편집자주)

국정농단 재판은 삼성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도 적지 않은 손실을 안겼다. 시발점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삼성 측이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 뇌물을 줬다고 사법부가 판단하면서다. 이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메이슨 매니지먼트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분쟁(ISDS)'을 제기하는 빌미가 됐다.

뇌물 사건과 달리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관련 재판에서 1·2심 모두 무죄가 나오자, 정부와 엘리엇·메이슨이 진행 중인 ISDS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엘리엇·메이슨에 지급하라고 판정한 2000억원대 배상금의 향배가 주목된다.

국제 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지난 26일 "항소심 무죄는 ISDS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검찰 상고로 대법원에서 법리를 다투게 됐지만 "설령 최종심에서 무죄가 나더라도 (배상금 지급)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ISDS 명분 된 '삼성 뇌물' 판결…'혈세' 부담 가중

법무부는 앞서 2023년 엘리엇, 2024년 메이슨 ISDS에 대한 PCA 판정이 나오자 이에 불복하는 절차(취소 소송)에 돌입했다. 엘리엇 사건을 맡은 영국 법원은 지난해 8월 한국 정부의 ISDS 취소 소송을 각하했다. 정부는 이 결정에 또다시 불복, 항소한 상태다. 메이슨 ISDS 판정 취소 사건은 중재지인 싱가포르 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송 변호사는 "ISDS 취소 소송은 국내법 절차에 비유하면 일종의 재심 사건인데, PCA 중재 판정이 무효가 되는 건 아주 예외적"이라고 말했다.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8년 각각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를 제기한 명분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정부의 부당한 개입으로 승인됐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당시 삼성물산 최대주주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에 찬성했으며, 이에 따라 합병이 성사되면서 투자 손실을 보았다는 것이 골자다.

두 헤지펀드는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는 과정에 정부의 부당한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는 삼성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박 전 대통령이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을 종용했다는 법원 판단이 근거가 됐다.

문제는 정부가 엘리엇·메이슨에 국민 세금으로 물어줘야 할 금액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헤지펀드가 한국 정부에 청구한 금액은 총 9억7000만 달러(약 1조4000억원)였지만, PCA는 이 가운데 8600만 달러(1200억원)를 인정했다. 중재 비용에 지연 이자(연 복리 5%)까지 더하면 총 배상금 규모는 2000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달러 환율 상승도 부담이다.

투자 수익에 '보너스'까지 챙긴, 헤지펀드

일각에선 정부가 우선 헤지펀드에 배상금을 지급하고 삼성을 상대로 법원에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ISDS 당사자가 아닌 삼성이 배상금을 부담하는 건 부당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어떤 식으로 사건을 매듭짓더라도 결국 재미를 보는 쪽은 엘리엇·메이슨이다. 통상 헤지펀드는 경영권 분쟁이나 기업 합병 사안이 있을 때 회사 주식을 사들인다. 이후 주가가 오르면 이를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방식이다. 엘리엇·메이슨은 이에 더해 ISDS 배상금까지 덤으로 챙기게 됐다.

이들 헤지펀드가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한 시점에서 이들은 처음부터 합병 반대를 통해 투자 수익을 내려는 의도가 짙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을 발표하고 한 달여 뒤인 2015년 6월에 지분 약 7%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이듬해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을 전부 처분해 수천억원 수익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메이슨은 엘리엇과 반대로 갖고 있던 삼성물산 지분(2.2%)을 합병 발표 이후에 팔았다. 당시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도 매각했다. 메이슨은 삼성물산·전자 지분 투자로 적지 않은 수익을 실현했다는 후문이다.

정부 역시 ISDS 진행 당시 엘리엇·메이슨의 투자 행태를 적극적으로 언급했지만, PCA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상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ssy@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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