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 보고서①] 출발부터 삐걱댄 삼성 수사…검찰 '19대 0' 완패

검찰 수사부터 2심 선고까지 6년 3개월
19개 혐의 적용했으나 1·2심 모두 '무죄'
'짜맞추기 수사'·'기계적 상고' 비판 이어져

성상영 기자

2025-02-21 16:02:30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빅데이터뉴스 성상영 기자] 가장 오래 재판을 받은 대기업 총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따라다니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다. 국정농단 수사에서 시작된 그의 '사법 리스크'는 최근 검찰의 상고로 10년을 꽉 채우게 됐다. 이 기간 삼성은 서서히 가라앉았고 위기는 현실로 나타났다. 본지는 삼성의 '잃어버린 10년'을 진단하고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뉴 삼성'을 조망한다. (편집자주)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 관련 '경영권 불법 승계' 2심 판결에 불복한 이유는 앞선 국정농단 사건의 대법원 판결 때문이다. 이 판결로 이 회장은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아 2017년에 이어 2021년 두 번째로 구속 수감됐다.

당시 법원은 삼성 측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원활히 하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줬다고 봤다. 1심 재판부(2017년)는 89억원, 2심 재판부(2018년)는 36억원을 각각 뇌물로 인정했지만, 대법원(2019년)과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뇌물 액수를 86억원으로 확정했다.

"19대 0으로 게임 끝났는데" 퇴색된 기계적 '상고'

21일 법조계와 재계 등 관계자 설명을 종합하면 검찰이 상고를 강행한 건 이른바 삼성 뇌물 사건에서 위법성이 가려지지 않은 승계 작업에 대해 다시 한번 잘못을 따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승계 작업의 하나로 진행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불법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지난 7일 검찰이 대법원 상고 이후 여러 날이 지났지만, 여전히 검찰을 향한 비판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상황.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1·2심에서 전부 무죄, 그것도 혐의로 따지면 19대 0으로 게임이 끝난 것 아니냐"며 "(검찰의) 상고가 너무 기계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2015년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과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주도로 총 19개에 이르는 불법 행위가 자행됐다고 주장했다. 분식회계와 주식 시세 조종, 합병 관련 허위 정보 유포, 투자 위험 은폐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혐의 중 어느 것도 입증하지 못했다.

검찰의 삼성 수사는 출발부터 짜맞추기식이라는 논란이 따랐다. 이 회장과 삼성이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에게 뇌물을 준 사실이 인정됐기 때문에 승계도 불법이라고 결론을 정해놓고 수사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국정농단 재판 당시에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불법 승계 의혹을 집중 수사한 바 있다.

'뻥튀기'라던 삼성바이오…지금은 '시총 80조'

불법 승계 의혹 관련 수사가 시작된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2018년 5월 금융감독원의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207940) 분식회계 결정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제재, 그리고 같은 해 7월 참여연대 고발이다.

이후 이 회장을 첫 소환한 2020년 5월까지 1년 5개월간 수사가 진행됐다.

검찰은 분식회계 말고도 추가 혐의점을 찾기 위해 수사 강도를 높였다. 실제 분식회계에 초점을 맞춘 초기 수사 분위기와 달리 경영권 승계 과정 전반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그럼에도 불구 검찰은 별다른 성과를 내는 데 실패했다. 2020년 6월 이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같은 달 검찰의 수사·기소 적정성을 심의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는 이 회장에 대한 불기소와 수사 중단을 권고하기도 했다. 심지어 수심위 결정에 국민 다수가 공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하지만 검찰은 그해 9월 수심위 권고 등의 관례를 깨고 이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2월 3일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검찰은 완패했다. 6년 3개월 동안 사건을 끌고 온 것 치고 초라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출발부터 무리한 수사였으며, 검찰의 상고 결정이 '기계적인, 의미없는 보여주기 식'이라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작 경영권 불법 승계 수사의 빌미가 된 "삼성이 삼성바이오 기업 가치를 고의로 부풀렸다"는 주장은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율을 산정하기 위해 회계법인이 평가한 삼성바이오 가치는 19조원에 달한다. 검찰과 참여연대는 이 숫자마저 과대평가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1일 현재 삼성바이오 시가총액은 80조원이 넘는다.

사건 경과 기록

△2016년

12월=국회, 국정농단 관련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

△2017년

1월=박영수 국정농단 사건 특검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 피의자 조사

2월=이재용 회장, 삼성 총수 중 최초로 구속. 특검, 이 회장 등 기소

3월=헌법재판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박 대통령 구속

5월=문재인 정부 출범

8월=법원, 이 회장에 징역 5년 선고

△2018년

2월=항소심 재판부, 이재용 회장에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선고. 이 회장 석방

5월=금융감독원,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결정.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삼성바이오 제재

7월=참여연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 고발

11월=증선위,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 고발

△2019년

7월=윤석열(현 대통령) 검찰총장 취임

8월=대법원, 국정농단 사건 2심이 판단한 뇌물 액수가 적다는 취지로 파기환송

△2020년

5월=검찰, 이재용 회장 1·2차 소환 조사

6월=검찰, 이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이 회장 수사 중단·불기소 권소

9월=검찰,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로 이 회장 등 관련자 불구속 기소

△2021년

1월=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재판부, 이재용 회장에 징역 2년 6개월 선고. 이 회장, 두 번째 구속

8월=법무부, 이 회장 가석방 결정

△2022년

5월=윤석열 대통령 취임. 한동훈(국정농단 사건 파견 검사, 삼성 불법 승계 수사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장관 취임

6월=이복현(국정농단 수사 당시 박영수 특검팀 소속) 금융감독원장 취임

8월=이재용 회장,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

△2023년

11월=검찰,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로 기소된 이재용 회장에 징역 5년·벌금 5억원 구형

△2024년

2월=서울중앙지법, 이재용 회장에 무죄 선고. 검찰 항소

12월=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국회,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

△2025년

2월=서울고법, 이재용 회장에 무죄 선고. 검찰 상고

성상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ssy@thebigdata.co.kr
<저작권자 © 빅데이터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