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식품 '구성원 행복' 핵심가치라더니...'샘처럼 맑고 깨끗하게' 직원 사생활 침해 논란

신규 주행기록 시스템 도입...동선 세분화 수집
샘표식품 "GPS 연동, 직원 편의 개선 위함이다"

최효경 기자

2025-02-11 16:59:23

샘표 공식 홈페이지 내 '윤리경영' 소개 이미지. =최효경 기자
샘표 공식 홈페이지 내 '윤리경영' 소개 이미지. =최효경 기자
[빅데이터뉴스 최효경 기자] 샘표식품(248170)이 또다시 '영업사원 사생활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4년 전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근무 시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를 도입하며 거센 반발을 산 이후 두 번째다. 논란의 발단은 GPS 기반의 자체 앱(SFA)이다. 직원들은 "사생활 침해다" 회사는 "수집할 뿐이다"라며 상반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샘표식품은 외부에서 출·퇴근을 하는 영업사원이 근무 시간 중 거래처 방문, 활동, 그 외 활동 등에 대한 활동 일지를 GPS 기반의 자체 앱(SFA)을 통해 기록하는 업무 보고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영업사원이 자신의 이동 동선을 SFA에 기록할 시 앱에 탑재된 GPS를 통해 현재 위치를 검색 후 기록된다. 이용자는 직접 촬영한 차량 계기판 사진을 함께 첨부해야 한다.

이에 직원들은 "회사가 업무 효율화를 핑계로 직원들 사생활을 침해하고 인권을 무시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보자에 따르면 "기록을 수집해 유류비를 측정한다지만, 실상 활동 일보"라며 "이번 설명회에 추가된 내용은 세부적인 감시에 가깝다"고 울분을 토했다.

논란 당시 샘표식품은 영업사원들의 개인 차량에 주행거리, 주행량 등이 측정되는 실시간 자동차 위치 추적기(ODB) 시스템을 탑재해 업무 시간 내 주행 기록을 수집해 왔다. 이에 샘표식품 관계자는 "영업사원들의 경우 회사에서 유류비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업무에 사용된 주행거리 등에 대한 기록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GPS 추적 시스템의 경우 법적으로 이용자의 동의를 얻지 않으면 수집하는 것 자체가 개인정보 보호법 및 위치 정보 보호법에 위반된다. 샘표식품도 앱 설치시 이용자의 동의를 받게 되어 있다. 하지만 사실상 해당 서비스를 동의하지 않을 시 업무 보고가 불가능한 구조라는 점에서 "사실상 강제적 동의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 직원 불신일까? '유류비 정산 관점 주행기록' 식사 시간 등 세부 동선 기록 추가

샘표식품 신규 'GPS 연동 주행 기록' 시스템 도입 설명회 자료 일부. =최효경 기자
샘표식품 신규 'GPS 연동 주행 기록' 시스템 도입 설명회 자료 일부. =최효경 기자


샘표식품 신규 'GPS 연동 주행 기록' 시스템 도입 설명회 자료 일부. =최효경 기자
샘표식품 신규 'GPS 연동 주행 기록' 시스템 도입 설명회 자료 일부. =최효경 기자

샘표식품은 지난 1월6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신규 'GPS 연동 주행 기록' 시스템 도입을 위해 설명회를 개최했다.

몇 년이 지났지만 다시 붉어진 'GPS 연동 주행 기록' 시스템 도입에 샘표식품 직원들은 또 다시 소리없는 아우성을 쏟아내고 있다.

당시 설명회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 '활동 행위 관점의 활동일보'라고 정의됐던 활동 기록은 '유류비 정산 관점의 주행기록'으로 변경됐다. 세부적으로 달라진 내용은 기존 GPS와 차량 ODB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활동기록에 식사 시간 등 외부 활동을 위한 기록 세부 동선 기록이 추가됐다.

일례로 기존에는 특정 대리점에서 업무를 마친 후 장소 이동 없이 식사 시간을 가질 경우 활동 일보에 해당 내용을 기록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신규 시스템에는 이동 거리가 0㎞인 경우의 활동도 소요 시간과 함께 모두 기록해야 한다.

또한 방문 거래처나 식사 장소 등 위치를 기록할 때는 GPS를 통해 현재 위치를 검색 후 일치하게 매칭될 시에만 기록할 수 있다.

이에 직원들은 사실상 지난 2018년 논란이 됐던 '사생활 침해'와 관련해 "오히려 한술 더 뜬다"는 반응이다.

샘표식품의 한 영업사원은 "회사가 직원들을 불신하고 개, 돼지 취급한 나머지 원격 근무가 시작된 코로나 시기부터 지금까지 약 4년간 GPS 동선 자료를 추적해오고 있었던 것"이라며 "직원들의 업무 평가를 능력이나 실적이 아닌 GPS를 활용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떤 팀은 시간 단위 별로 뭘 했는지 증명해야 합니다"라며 "현재 업무 외에도 휴일이나 주말에 개인용으로 사용하는데(휴대폰을) 이 부분도 마음만 먹으면 동선 추적이 가능하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 샘표식품 "GPS 내용 공유·확인 안해" 직원 편의 위해 '실시간 추적'

이같이 거센 직원 반발에도 샘표식품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샘표식품 관계자는 "GPS 기반의 앱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직원들의 위치를 수집할 뿐, 회사가 내부적으로 해당 내용을 공유받거나 확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시간 위치 추적이 가능하게 하는 것은 영업사원들의 편의를 위해서"라며 "GPS를 통해 위치 검색할 경우 더욱 간편하게 자신의 위치를 기록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샘표식품의 '샘표'는 '샘처럼 맑고 깨끗하게 끊임없이 솟으라'는 의미에서 지어진 사명이다. 1946년 박규회 창업주가 창립했으며 지난 2021년 창립 75주년을 맞았다.

샘표식품은 현재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윤리경영을 위한 자사 핵심가치를 소개하고 있다. 샘표가 제시하는 핵심가치는 '구성원의 행복', '지역사회의 기여', '문화의 다양성'이다.

최효경 빅데이터뉴스 기자 chk@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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