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2심 무죄] 8년 만에 풀린 '사법 족쇄'…등기임원 복귀 '초읽기'

1심에 이어 2심도 李측 '완승'
法, 19개 혐의 모두 인정 않아
등기임원 복귀 조건 모두 갖춰
이달 이사회 안건에 관심 집중
변호인 "본연 업무에 집중하길"

성상영 기자

2025-02-03 19:38:50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관련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성상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관련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성상영 기자
[빅데이터뉴스 성상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 족쇄'에서 벗어났다.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관련 항소심에서 지난해 2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 판결을 받아내면서다. 지난 2020년 9월 불구속 기소된 지 4년 5개월 만이자 2016년 11월 국정농단 사태 당시 참고인으로 처음 검찰 조사를 받은 지 8년 3개월 만이다.

이번 항소심 무죄 판결로 지난해 9월 유럽 출장 이후 멈춘 이 회장의 글로벌 현장 경영 행보는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또한 '뉴 삼성(새로운 삼성)' 실현의 마지막 열쇠인 삼성전자 등기임원 복귀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김선희·이인수)는 3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장, 삼정회계법인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도 무죄를 받았다.

◆이재용, 2심도 '완승'…혐의 모두 무죄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이 이 회장 등 피고인들에 적용한 19개 혐의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2300여 건의 증거 목록을 법원에 제출하고 공소장까지 변경했지만 1심 판결을 뒤집는 데 실패했다.

검찰의 항소 요지는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이 회장과 미전실 주도로 각종 위법이 행해졌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검찰은 △미전실이 2012년 12월 작성한 '프로젝트 G' 문건을 통해 이 회장의 불법 승계를 계획했고 △이 회장이 최소 비용으로 그룹 핵심인 삼성물산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도록 제일모직과의 합병 비율을 부당하게 산정했으며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 회계가 자행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이 피고 측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봤다. 미전실의 승계 계획 검토나 합병 비율 산정 모두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문제와 관련해서는 고의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추측이나 시나리오, 가정에 의해 형사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1심에 이어 2심도 이 회장 측의 완승으로 끝나면서 검찰은 또 한 번 체면을 구겼다. 애당초 검찰이 이 회장을 무리하게 기소했다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지난 2020년 6월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이 회장(당시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검찰의 상고 여부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등기임원 복귀' 모든 조건 갖춰졌다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하더라도 이 회장이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상고심은 사건의 사실 관계를 다루지 않고 원심이 확정한 사실을 토대로 판결의 적법성을 따지기 때문에 피고인 신분인 이 회장이 법정에 출석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검찰 측이 주장한 사실 관계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법적 문제는 이 회장이 삼성전자 미등기임원으로 남은 주된 이유였다. 이 회장은 2019년 10월 임기 만료로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은 뒤로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2022년 10월에는 회장에 오르고도 이사회 진출에 선을 그어 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관련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성상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관련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성상영 기자

이 회장이 등기임원에 복귀하려면 상법에 정해진 대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야 한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 이사회를 열어 다음 달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 안건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사회 안건에 '이재용 사내이사 선임'이 올라가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재 삼성전자 이사회 구성을 볼 때 이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은 충분히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정관을 통해 이사회 인원 수를 3인 이상 14인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사내이사 4인과 사외이사 6인을 합쳐 10명으로 운영 중이다. 이사회 과반이 사외이사여야 한다는 상법을 고려하더라도 이 회장 몫 1인을 추가해 사내이사 5명, 사외이사 6명 체제로 구성할 수 있다.

삼성전자 사내이사 4명 가운데 3명이 다음 달 임기 만료인 점도 주목된다. 오는 2026년 3월 임기를 마치는 한종희 부회장을 제외하고 노태문 MX사업부장(이하 사장), 박학규 경영지원실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회장이 이사회에 재진출한다면 사내이사를 5인으로 늘리거나 임기가 끝나는 3인 중 1명을 대신하는 등 시나리오가 가능한 셈이다. 최근 사업 전반에 위기가 현실화하며 인적 쇄신이 예고된 만큼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이사회 개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절차뿐 아니라 사회적 요건도 상당 부분 갖춰졌다. 지난해 10월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는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를 긍정적으로 본다는 응답(50.5%)이 반대 의견(29.5%)의 2배가량 됐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도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필요성을 수차례 언급해 왔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지는 모습을 보이고 주가가 '5만 전자'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이 회장에게 책임 경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영권을 가지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미등기임원으로 언제까지 남아 있겠느냐는 것이다.

◆변호인 "李, 본연의 업무에 전념하길"

이 회장 측은 항소심 판결에 대해 "이 회장이 이제는 본연의 업무에 전념하게 되기를 희망한다"면서도 현안과 관련한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이 회장 변호인인 김유진 김앤장 변호사는 항소심 선고 뒤 "현명한 판단을 내려준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도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여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등기임원 복귀와는 별개로 이 회장의 활동 폭은 항소심 판결 이전보다 훨씬 넓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최대 강점인 'JY 네트워크'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 회장은 지난해 미국과 유럽·동남아시아 등지를 오가며 각국의 유력 인사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나 11월 2심 결심 공판을 앞두고 해외 출장을 비롯한 대외 행보를 자제했다.

삼성 측은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여부나 향후 일정 등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성상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ssy@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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