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무장한 '딥시크'…AI 판도 바꿀까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 챗GPT와 비슷한 성능의 V3 모델 공개
개발 비용도 한화 약 78억8000만원에 그쳐, 국내 반도체 업계 '촉각'

임이랑 기자

2025-01-28 12:03:43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빅데이터뉴스 임이랑 기자]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 등장에 AI 분야의 판도가 바뀔지 주목된다. 특히 AI 칩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의 시가총액도 딥시크 등장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딥시크는 지난해 말 대형언어모델(LLM) 'V3' 공개한 데 이어 지난 20일(현지시간)에는 복잡한 추론 문제에 특화한 AI 모델 'R1'를 출시했다.

딥시크의 AI 모델이 챗GPT 등과 비슷한 성능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V3 모델에 투입된 개발 비용이 557만6000만달러(약 78억8000만원)에 그쳤다는 소식에 미국 정부와 빅테크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NYT)는 딥시크가 오픈AI와 구글 등 실리콘밸리의 거대 기업보다 첨단 칩을 적게 사용하면서도 경쟁력 있는 챗봇을 만들었다며, 미국의 AI칩 수출 규제의 한계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에 엔비디아는 27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거래소에서 전 거래일 종가보다 16.97%(24.20달러) 하락한 118.42달러에 장을 마쳤다. 미국 시장분석업체 컴퍼스니마켓캡에서 이날 뉴욕증시 마감 종가를 반영한 엔비디아 시총은 2조9000억 달러로 줄었다.

이처럼 엔비디아의 주가가 하락한 것은 딥시크의 AI 모델이 가성비로 무장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AI 모델 개발에 필수로 여겨졌던 엔비디아의 AI 칩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뿐만 아니라 딥시크의 AI 모델 훈련에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성능을 낮춰 출시한 H800 칩이 사용됐다는 점도 엔비디아의 주가를 끌어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딥시크의 등장에 국내 반도체 업계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사실상 독점 납품하며 고공행진해 온 SK하이닉스와 HBM 5세대인 HBM3E 납품을 위해 품질테스트를 진행 중인 삼성전자에도 단기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에서는 AI 리더십을 확고히 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향후 첨단산업에 대한 대중국 규제를 강화하며 미중 갈등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중국이 이에 대응해 자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경우 국내 기업의 반도체 수출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반대로 장기적으로 AI 생태계의 저변이 넓어질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칩셋이 비싸고 구하기 어려워 AI 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았지만 딥시크가 촉발하는 저비용 구조의 AI 모델이 확대되면 AI 생태계가 더 활발해 질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도 고성능 반도체 설계, 첨단 공정 기술 등을 바탕으로 경쟁 우위를 유지하면서 차별화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이랑 빅데이터뉴스 기자 lim625@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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