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이후 이재용 '운명의 날'…'등기임원 복귀' 마지막 퍼즐 남았다

다음 달 3일 '부당 합병' 2심 선고
이 회장, 10년 가까운 '사법 족쇄'
'무죄→3월 주총서 이사 선임' 기대
'JY 네트워크' 재가동도 빨라질 듯

성상영 기자

2025-01-30 17:12:26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관련 2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관련 2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성상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 3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경제계 신년회에 참석한 것을 제외하면, 지난해 10월 동남아시아 출장이 마지막 공개 행보다. 통상 설과 추석을 맞아 진행한 해외사업장 방문도 올해에는 없을 전망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번 연휴 동안 특별한 일정 없이 서울 한남동 자택에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3일 예정된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과 회계 부정 관련 2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대외 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에 필요한 사실상 마지막 퍼즐 조각인 '2심 무죄' 판결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심 무죄 땐 등기임원 복귀 '청신호'

다가오는 2심 선고 공판의 관건은 앞선 1심 판결과 같이 무죄를 받아낼 수 있느냐다.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검찰은 2015년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이 이 회장의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불법적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20년 9월 이 회장을 기소한 이후 3년 5개월에 이르는 긴 재판 기간에도 법원이 인정할 만한 결정적인 증거를 잡아내지 못했다.

검찰은 절치부심했다. 항소를 제기하면서 1400쪽에 가까운 항소이유서를 낸 데 이어 2300여 건에 이르는 증거 목록을 법원에 제출했다. 추가로 신청한 증인은 열 명이 넘었고 공소장 변경도 이뤄졌다. 지난해 11월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1심 때와 같이 징역 5년을 이 회장에게 구형했다.

이 회장이 사법 족쇄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반드시 무죄 판결이 유지돼야 한다. 2심에서 일부라도 유죄가 인정되고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간다면 이 회장은 무려 10년 가까이 사법 리스크에 발이 묶이고 만다.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것까지 포함했을 때다. 대기업 총수 가운데 이 정도로 오랜 기간 법정을 드나든 사람은 없다.

이 회장이 무죄를 받아낼 경우 재판 기간 지지부진했던 등기임원 복귀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크다. 이 회장은 2019년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뒤 현재까지 미등기임원으로 경영 활동을 하고 있다. 현 상태가 장기화하면 총수로서 권한을 행사하고도 법적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명분은 상당 부분 갖춰졌다는 평가다. 지난해 10월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이 회장의 삼성전자 등기임원 복귀에 관한 긍정 평가는 50.5%로 부정 평가(29.5%)보다 비율이 높았다. 이 무렵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 역시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따른 시점도 자연스럽다. 삼성전자는 2019년부터 매년 3월 셋째 주 수요일에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해 왔다. 주총 일정과 안건을 확정하는 이사회는 그로부터 약 한 달 전인 2월 중하순께 열렸다. 2월 3일 2심 선고 이후 3월 주총 때까지 이 회장의 삼성전자 사내이사 선임 절차를 밟을 시기가 맞아떨어진다.

◆필요할 때 멈춘 'JY 네트워크'도 재가동

사내이사 선임 여부를 차치하고서라도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 해소는 중요한 문제다. 법적 문제를 안고 있는 이상 경영 활동에 제약이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최대 강점인 'JY(이재용 회장 영문 이름 첫 글자) 네트워크'가 온전히 가동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회장이 대외 활동을 중단한 지난해 10월 이후 국내·외 정세가 그야말로 급변했다. 국내에선 이른바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경기가 꽁꽁 얼어붙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며 친환경 관련 규제 폐지와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예고했다.

그러는 동안 삼성전자의 위기는 깊어졌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SK하이닉스가 일찌감치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엔비디아에 납품한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품질 검증 단계조차 넘지 못했다. HBM은 인공지능(AI) 가속기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 중 하나로 엔비디아뿐 아니라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수요처로 꼽힌다.

반도체 사업의 또 다른 축인 파운드리(위탁 생산) 역시 이 분야 세계 1위인 대만 TSMC에 크게 밀린다. 업계에선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TSMC 64%, 삼성전자 10%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술 개발 못지않게 JY 네트워크 재가동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이 회장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연말연시에 결심·선고 공판이 열리면서 해외 출장 일정을 잡기 쉽지 않았을 거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이 회장은 2월 중동·동남아 출장을 비롯해 △4월 말~5월 초 유럽 △6월 미국 △7월 인도 △8월과 9월 각각 프랑스 파리를 다녀왔다. 외국으로 나가지 않을 때엔 삼성의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2월), 빌 해거티 미 공화당 상원의원(9월) 등을 맞았다.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이 회장이 글로벌 행보를 재개할 시점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친분만으로 비즈니스가 성공하진 않겠지만 지금은 모든 기업에서 한 사람의 인맥이 아쉬운 상황"이라며 "이런 때에 총수의 움직임이 제한되는 건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성상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ssy@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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