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CJ ENM의 주가는 0.38% 하락한 5만2600원에 마감했다. 지난 13일 52주 기록한 신저가인 5만1400원 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5월 9만4900원에서 44% 가량 하락한 수치다. 이는 경쟁 엔터사인 하이브, JYP, YG가 반등에 성공하며 신저가를 탈출한 것과 정반대 모습이다. 시가총액도 1조1000억원까지 떨어지며 하이브(9조1000억원대)는 물론 JYP엔터테인먼트(2조6000억원대) 대비 크게 뒤쳐졌다.
◆콘텐츠·티빙 '이중고'…'드라마 왕국' 신화는 끝났나
CJ ENM 위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경고등은 켜져 있었다. 2022년 '작은 아씨들'과 '슈룹'의 흥행으로 반짝 회복세를 보이는 듯 했지만, 착시효과에 불과했다. 2023년 '소용없어 거짓말', '이번 생도 잘 부탁해' 등 기대작들이 줄줄이 흥행에 참패하며 콘텐츠 제작 역량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
특히 넷플릭스 동시 방영으로 기대를 모았던 '아라문의 검'은 tvN 역대 최저 시청률 수준인 4%대에 그치며 굴욕을 맛봤다.
최근 방영 중인 500억원 대작 '별들에게 물어봐'는 CJ ENM의 근본적인 경쟁력 약화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닐슨코리아 기준 시청률은 1회 3.324%로 시작해 2회 3.883%로 반짝 상승했지만, 이후 3회 2.237%, 4회 2.781%, 5회 1.800%까지 하락하며 평균 2%대에 머물렀다. 동시간대 경쟁작인 SBS '나의 완벽한 비서'가 11%, JTBC '옥씨부인전'이 10%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업계는 '별들에게 물어봐'의 부진 원인으로 △아쉬운 전개와 과하거나 어색한 연출 △시대착오적인 스토리와 뻔한 로맨스 △배우 간 케미 부족 △우주정거장이라는 공간적 특성을 살리지 못한 점 등을 꼽고 있다.
더욱 뼈아픈 것은 초반 반짝했던 해외 반응마저 시들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 글로벌 시리즈(비영어) TOP 8위, 전 세계 55개국 TOP 10 진입 등 초반 흥행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최근에는 넷플릭스 한국 TOP 10에서도 이탈하는 등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OTT 플랫폼 '티빙'의 고전도 심각한 수준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은 스포츠 중계권 확보로 2024년 8월 MAU 783만명까지 성장했지만, KBO 시즌이 끝난 같은 해 12월에는 725만명으로 줄었다. 여기에 SBS가 넷플릭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3월부터 티빙의 네이버 멤버십 제휴도 종료될 예정이다. 추가 가입자 이탈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CJ ENM '사면초가'…증권가, 티빙 우려 속 목표가 하향 줄이어
이러한 우려는 증권가 전반에 퍼져있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OTT 경쟁 심화 △티빙-웨이브 합병 지연 등을 이유로 티빙의 2025년 손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 목표주가를 7만원으로 내렸다. 그는 "전통 미디어 사업자, 국내 검색 사업자가 모두 글로벌 OTT와 협업을 시작하면서 티빙의 장기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며 "플랫폼 사업자로서 현재 수익화보다 이용자 관여도를 높이는 게 우선"이라고 분석했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4분기 실적이 피프스시즌의 '세브란스 시즌2' 납품 등에 힘입어 컨센서스를 상회할 것"이라면서도 "티빙의 적자 확대와 OTT 업계 판도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CJ ENM의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며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올해 들어 8개 증권사가 CJ ENM의 목표주가를 조정했는데, 그중 5곳이 목표주가를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투자증권은 CJ ENM의 목표주가를 10만원에서 8만원으로 하향했다. 지인해 연구원은 "과거 '드라마 왕국'으로 불렸던 CJ ENM이 지상파 시청률 1위 SBS를 경쟁사에 뺏길 위기에 처했고, 3월부터 네이버 멤버십 혜택마저 넷플릭스로 변경된다"며 "2025년 티빙의 연쇄적인 가입자 이탈 및 경쟁력 약화는 주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은정 DB금융투자 연구원도 목표주가를 7만5000원으로 내리며 "지분 가치 하락 및 미디어 실적 하향 조정을 반영해"며 "당분간 분기별 실적 및 티빙 트래픽을 확인해가며 트레이딩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CJ ENM은 위기 타개를 위해 빌리프랩 등 자산매각과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다. 피프스시즌의 경우 '세브란스 시즌2' 등 작품 납품이 4분기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나, 근본적인 수익성 회복은 더딜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일부 증권가에서는 CJ ENM의 실적이 올해를 저점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CJ ENM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티빙이 다소 주춤했지만, 영화/드라마 부문의 호조로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는 티빙의 성장세 회복과 함께 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 음악 부문의 IP 확장 등을 통해 긍정적인 실적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디어플랫폼에서는 네이버 멤버십 종료에도 연말 Tving 유료 가입자는 506만명으로 소폭 증가하며 50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6.1% 증가한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라며 "영화 드라마는 피프스시즌의 작품 제작 정상화로 16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 에 성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민호 빅데이터뉴스 기자 ym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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