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5년에도 AI 기술 고도화와 해외주식 서비스 확대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증시 호조와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해외주식 투자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생성형 AI로 무장한 MTS "24시간 투자비서 시대"
올해 증권사 MTS의 가장 큰 변화는 AI 고도화였다. 올해 증권사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투자 정보 분석, 주가 예측, 종목 추천, 차트 분석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며 MTS를 지능형 투자 플랫폼으로 진화시켰다. 특히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기술을 적극 도입해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강화하고, 방대한 투자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공하는 데 주력했다.
증권업계 AI 도입은 단순한 기술 과시를 넘어 실질적인 투자자 편의성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복잡한 차트와 지표를 쉽게 해석해주고, 투자자가 놓치기 쉬운 종목 관련 정보를 빠르게 요약해주는 등 '디지털 투자 비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증권가의 AI 혁신을 이끄는 선두주자는 단연 미래에셋증권이다. AI를 활용한 기업분석 리포트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했다.
특히 올해 5월 출시한 AI 리서치 서비스는 기존 5시간 이상 걸리던 기업 실적 분석과 리포트 작성을 5~15분으로 단축했다. 공시자료 자동 분석, 단기 예측, 실적 평가는 물론 그래프와 표까지 자동 생성하는 고도화된 기능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MTS 'M-STOCK'에도 AI 서비스를 확대 적용했다. 챗GPT를 활용한 '투자 GPT가 요약한 종목은?' 서비스로 종목별 시황을 실시간으로 요약 제공하고, AI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인 '웰스테크'와 '연금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이러한 AI 서비스는 미래에셋증권 MTS 'M-STOCK'의 시장 지위 강화로 이어졌다. 지난 9월 컨슈머인사이트 조사 결과에 따르면 M-STOCK 확보고객 비율은 8.8%로 업계 1위를 기록했다. '확보고객'이란 증권사 앱을 정기적으로 이용하거나 '생활하는데 필수적으로 이용한다'고 응답한 고개 비율을 의미한다.
KB증권이 지난 3월 선보인 '스톡(Stock) AI'는 업계 최초 생성형 AI 기반 대화형 서비스로 주목받았다. 이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챗GPT와 같이 이전 대화 맥락을 이해하고 기억하며, 이를 바탕으로 자연스러운 대화 형태 질의응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Stock AI'는 단순히 뉴스 기반의 답변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실시간 시장 데이터를 활용한 종합적인 분석 기능을 제공한다. 주가 동향, 기업 실적, 차트 패턴, 배당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투자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애플 실적과 차트를 분석해줘"라고 요청하면, AI가 애플의 주요 실적 지표와 차트 분석 결과를 종합적으로 요약해 제공한다. 여기에 실적 분석과 수급 동향까지 포함된 종합적인 분석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은 투자자들이 복잡한 재무제표나 수급 데이터를 일일이 찾아보는 번거로움을 해소했다.
KB증권은 최근 이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하기 위해 클라우드 기반 AI 시스템 도입을 추진 중이다. 금융위원회로부터 'WM 어시스턴트', 'AI 금융코치', 'AI 트레이딩코치' 등 7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아 GPT4와 같은 고도화된 AI 모델을 활용한 서비스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차트 분석 AI(차분이)'를 통해 독자적인 AI 서비스 영역을 구축했다. 9월 출시된 이 서비스는 금융권 최초로 생성형 AI의 이미지 인식 기능을 활용해 차트를 분석하고 설명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차분이'는 NH투자증권 QV·나무증권 MTS 현재가 차트 화면에서 즉시 이용할 수 있다. 매매전략, 가격패턴, 거래량 변화, 기술적 지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초보 투자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준다. 특히 전문가도 놓치기 쉬운 차트상의 특이점을 AI가 자동으로 포착해 알려주는 기능이 호평을 받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이달에 생성형 AI 기반의 '이슈 모아봤SOL'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공시자료와 뉴스 등 다양한 투자 관련 데이터를 통합해 고객에게 폭넓은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뉴스를 긍정, 중립, 부정 3가지로 분류하고 다양한 맥락의 기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신한투자증권은 AI 모델의 정확도 향상을 위해 자체 개발한 룰베이스 모델을 결합해 GPT-4 대비 데이터 정합성을 24.6% 높였다고 밝혔다.
◆서학개미 잡기 위한 '해외주식 서비스' 전면 확대
올해 증권사들의 또 다른 핵심 전략은 해외주식 서비스 강화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1월 한 달간 미국 주식의 국내 거래액(매수·매도액)이 약 634억9525만달러(90조8800억원)을 돌파하며 2011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른바 '서학개미'로 불리는 해외주식 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증권사들은 MTS에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에 사활을 걸었다.
이러한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서비스 강화는 수익 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도 평가 받고 있다. 국내 주식 거래 수수료율이 평균 1.5bp인데 비해 해외주식은 6~8bp로 높고 환차익 수수료까지 수취할 수 있어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차별화된 해외주식 서비스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MTS '엠팝(mPOP)'을 통한 해외주식 자산규모가 올해 30조원을 돌파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73% 증가한 수치다. 해외주식 거래 계좌수도 53만개를 넘어서며 47% 증가했다.
특히 올해 7월 mPOP 홈 화면을 전면 개편해 해외주식 투자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오늘의 투자'와 '내 자산' 두 개의 메뉴 탭으로 단순화하고, 실시간 매매 상위 종목과 수익률 상위 1000명 고수들의 매매 종목 정보를 제공하는 '종목의 발견' 메뉴를 신설했다.
해외주식 투자정보 서비스도 강화했다. 글로벌 40개 시장의 주식매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주요국 주식의 온라인 직접 매매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와 함께 해외주식 전용 유튜브 콘텐츠와 글로벌 증권사 제휴 리서치 자료 제공으로 투자자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였다.
이러한 서비스 혁신에 힘입어 삼성증권 mPOP은 6월 업계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6월 이용자 수는 245만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해외주식 투자 수요 증가에 발맞춰 MTS를 전면 개편했다. 7월 단행된 '한국투자' 앱 개편의 핵심은 국내외 주식 거래 시간대를 고려한 스마트한 화면 전환이다. 시간대별 맞춤형 홈 화면을 도입해 국내 장 운영 시간인 오전 8시부터 저녁 6시까지는 국내 주식 중심의 화면을, 이후 미국 장이 열리는 시간대에는 자동으로 해외 주식 중심 화면으로 전환된다.
이중에서도 해외 투자 정보 접근성 강화가 눈에 뛴다. 배당락 임박 종목 정보, 인기 ETF 순위, 글로벌 투자 대가들의 포트폴리오 현황 등 해외 투자에 필수적인 정보들을 홈 화면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에 더해 지난 11월에는 해외주식 투자자들의 골칫거리인 양도세 관리를 위한 특화 서비스를 추가했다. 이 서비스는 예상 양도세를 미리 계산해주고, 다양한 절세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어 투자자들의 세금 관리를 돕고 있다.
3년 연속 해외주식 거래대금 1위를 기록 중인 키움증권은 배당투자 특화 서비스로 새로운 차별화를 시도했다. 12월 출시된 '미국주식 배당시뮬레이션' 서비스는 MTS '영웅문S#'을 통해 스마트한 배당주 투자를 지원한다.
이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실전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포트폴리오 제공이다. '키움 배당 고수들이 선택한 주식' 섹션에서는 실제 고액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인기 배당주 20종목을 실시간으로 공개한다. 특히 배당금 상위 10% 고객들의 투자 종목 정보를 제공해 검증된 배당주 투자 전략을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키움증권의 이번 서비스는 안정적 현금흐름을 추구하는 장기 투자자들을 겨냥한 것으로, 최근 배당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장 트렌드를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24년은 증권사들이 AI 기술과 해외주식 서비스로 MTS 경쟁력을 크게 강화한 해였다"며 "2025년에는 생성형 AI 기술이 더욱 고도화되고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해외주식 투자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증권사들의 MTS 혁신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민호 빅데이터뉴스 기자 ym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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