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폐공사 '불법 하도급 의혹' 온누리상품권 시작부터 '흔들'...업계 '위법' 지적

양민호 기자

2024-12-23 17:07:17

좌측상단) 조폐공사 차세대지급결제시스템에 선불전자지급수단이 하도급 과업으로 정의돼 있다. 좌측하단) 조폐공사는 차세대지급결제시스템에 사업 요구사항 전달,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우측) 조폐공사 차세대지급결제시스템에 전자금융 하도급 인원이 선정돼 있다. ⓒ 조폐공사 차세대지급결제시스템 운영 제안요청서
좌측상단) 조폐공사 차세대지급결제시스템에 선불전자지급수단이 하도급 과업으로 정의돼 있다. 좌측하단) 조폐공사는 차세대지급결제시스템에 사업 요구사항 전달,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우측) 조폐공사 차세대지급결제시스템에 전자금융 하도급 인원이 선정돼 있다. ⓒ 조폐공사 차세대지급결제시스템 운영 제안요청서
[빅데이터뉴스 양민호 기자] 한국조폐공사의 '통합 온누리상품권' 사업이 출발부터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당초 계획했던 서비스 개시일을 맞추지 못한 데다, 사업 운영 과정에서 불법 하도급 의혹까지 제기되면서다. 업계에서는 공공기관의 무리한 사업 추진이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며, 우려 담긴 시선을 보내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통합 운영 사업'을 맡은 조폐공사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의 제안요청서에 명시된 '2025년 1월1일 00시' 서비스 개시 일정을 맞추지 못하게 됐다. 소진공은 설 연휴 이용자 피해를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조폐공사가 차세대지급결제시스템 구축을 하도급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조폐공사의 하도급 운영 방식이다. 소진공 과업지시서는 '선불전자지급수단'에 대한 하도급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조폐공사는 지난 13일 '차세대지급결제시스템' 과업(나라장터 입찰공고번호 20241218930-00)으로 하도급을 강행했다.

조폐공사 하도급은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우선 조폐공사는 차세대지급결제시스템 구축을 위해 54억원 규모의 하도급 계약을 맺고 올해 12월까지 시스템을 완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시스템 구축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폐공사는 또 다시 70억원 규모의 운영 과업을 새로 발주했다. 결국 124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이 모두 하도급으로 진행된 셈이다.

업계는 이러한 하도급 과정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통합디지털온누리상품권 사업은 일반적인 하도급은 허용하고 있지만,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 업무만큼은 예외로 두고 있다. 그러나 조폐공사가 발주한 차세대지급결제시스템 운영 과업에는 이러한 제한 업무들이 모두 하도급 대상으로 포함됐다.

실제 조폐공사가 공개한 차세대지급결제시스템 제안요청서를 보면, 전자금융업자가 직접 수행해야 할 핵심 업무들이 모두 하도급 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상품권 관리는 물론 상품권 원장대사, 잔액대사, 정산 및 환불 운영까지 모든 핵심 업무가 하도급으로 명시됐다.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지급결제시스템의 제안요청서를 보면 하도급 운영과업의 90%이상이 선불전자지급수단의 업무로 보인다"고 전했다.

 통합디지털온누리상품권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하도급 운영 시에는 반드시 '하도급계획서'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  통합디지털온누리상품권 제안요청서
통합디지털온누리상품권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하도급 운영 시에는 반드시 '하도급계획서'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 통합디지털온누리상품권 제안요청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사업 추진 과정의 투명성이다. 통합디지털온누리상품권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하도급 운영 시에는 반드시 '하도급계획서'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이 계획서에는 하도급의 내용과 범위, 계약금액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조폐공사는 하도급계획서 제출 여부 확인 요청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를 두고 "만약 하도급계획서를 제출하지 않고 하도급을 진행했다면, 이는 공공기관 모럴해저드를 넘어 명백한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공기관이 법규를 위반하면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발주처인 소진공이 운영 대행사인 조폐공사의 불법 하도급 실태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민간기업과 동일한 기준으로 엄정한 후속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양민호 빅데이터뉴스 기자 ym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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