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폐공사·비즈플레이, 온누리상품권 '갑질' 논란 심화

곳곳 드러나는 불공정 거래 의혹...비즈플레이, 조폐공사 협상과정 공개
"조폐공사, 소진공 통해 ERD를 요청은 허위...녹취록 있다"

양민호 기자

2024-12-23 16:01:06

온누리상품권 통합 플랫폼 운영을 두고 기존 운영사인 비즈플레이와 한국조폐공사의 진실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연합뉴스
온누리상품권 통합 플랫폼 운영을 두고 기존 운영사인 비즈플레이와 한국조폐공사의 진실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양민호 기자] 온누리상품권 통합 플랫폼 운영을 두고, 기존 운영사인 비즈플레이와 한국조폐공사 간 진실공방이 심화되고 있다. 조폐공사는 지난 20일 반박 보도자료를 통해 '갑질'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비즈플레이는 녹취록과 회의록 등을 공개하며 재반박하는 입장을 밝혔다.

◆ 온누리상품권 플랫폼, 'ERD 제공' 두고 이견

우선 비즈플레이는 조폐공사가 플랫폼 설계도(ERD) 요청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폐공사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을 통해 ERD 제공을 요청했고, 이관확인 용도 확약서를 거부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지만, 비즈플레이 측은 지난 9월4일 첫 미팅에서 조폐공사가 직접 ERD를 요구했다고 반박했다. 녹취록과 회의록으로도 이를 증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비즈플레이는 "당시 ERD는 우리 회사의 지적재산권으로, 온누리상품권 운영 과업의 산출물로 볼 수 없어 제공이 어렵다고 설명했다"며 "원활한 사업 수행을 위해 데이터 관련 문의는 성실히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황은 지난달 29일 열린 고위급 회동에서 반전됐다. 이날 성창훈 조폐공사 사장과 웹케시그룹 석창규 회장, 소진공 부이사장이 참석한 미팅에서, 예정됐던 1월1일 오픈이 불가함에 따라 성 사장이 기존 운영사에게 3월1일까지 연장 운영과 함께 ERD 제공을 웹케시그룹 회장에게 직접 요청했다는 것이다. 결국 비즈플레이는 ERD를 제공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ERD 확약서 제출을 둘러싼 공방도 치열하다. 비즈플레이는 11월19일 공문과 12월9일 내용증명을 통해 두 차례나 확약서를 요청했음에도 조폐공사가 무응답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이 사안이 언론에 공개된 직후인 지난 19일에야 뒤늦게 소진공으로 확약서를 보냈다는 것이다.

조폐공사는 "조폐공사는 '이관확인 용도 확약서를 거부한 사실이 없으며, ERD 확약서에 대한 법률 검토를 마친 후 소진공에 제출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통합 디지털온누리상품권 서비스 개시 시점을 두고도 양측의 의견은 첨예하게 갈린다. 조폐공사는 "연말연시와 설 명절 기간 동안 서비스 중단이 없도록 발주기관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며 "사용자 불편 최소화를 위한 철저한 테스트와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즈플레이는 구체적 사례를 들며 조폐공사의 준비 상태에 의문을 제기한 상황이다. 비즈플레이 담당 부사장은 지난달 27일 소진공에서 조폐공사 ICT이사를 만나 내년 1월1일 오픈이 불가능한 이유를 물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조폐공사 ICT이사는 세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언급했는데, △현재 구축 중인 플랫폼의 DB 문제 △카드사 연동 미흡 두 가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했고, 세 번째 이슈는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즈플레이는 "공개된 두 가지 문제만으로도 조폐공사의 준비가 미흡하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좌측상단) 조폐공사 차세대지급결제시스템에 선불전자지급수단이 하도급 과업으로 정의되어 있다 좌측하단) 조폐공사는 차세대지급결제시스템에 사업 요구사항 전달,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우측) 조폐공사 차세대지급결제시스템에 전자금융 하도급 인원이 선정되어 있다.ⓒ 비즈플레이 제공
좌측상단) 조폐공사 차세대지급결제시스템에 선불전자지급수단이 하도급 과업으로 정의되어 있다 좌측하단) 조폐공사는 차세대지급결제시스템에 사업 요구사항 전달,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우측) 조폐공사 차세대지급결제시스템에 전자금융 하도급 인원이 선정되어 있다.ⓒ 비즈플레이 제공

◆조폐공사, 온누리상품권 '기술력' 자신했지만... 204억 하도급 '논란'

기술력과 하도급을 둘러싼 양측의 공방도 뜨겁다. 조폐공사는 "당사는 2019년부터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 자격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담조직과 전문인력을 통해 디지털 지역사랑상품권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35명의 경력직 전문가를 포함해 130여명의 전담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며 자체 기술력을 자신했다.

그러나 비즈플레이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조폐공사는 올해에만 세 건의 대규모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지역사랑상품권 플랫폼 운영·유지관리(80억원) △온누리상품권 차세대지급결제플랫폼 구축(54억원) △차세대지급결제플랫폼 유지관리(70억원) 등 총 204억원 규모다.

특히 비즈플레이는 "우리는 자체 인력 60명으로 서울페이와 온누리상품권을 무리없이 운영했다"며 "조폐공사가 130명의 전담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하도급 없이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도급의 적법성 여부에 대해서도 양측의 입장은 엇갈린다. 조폐공사는 "전자금융감독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시스템, 서버, 네트워크 등 일부 업무만 외주를 주고 있다"고 해명했다. 반면 비즈플레이는 "제안요청서에 명시된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 업무 하도급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고 반박했다.

디지털온누리상품권 제안요청서 19페이지에는 하도급은 허용 단,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에 관한 업무는 하도급이 불가하며, 과업의 일부를 하도급 하는 경우, 제안서에 하도급계획서(하도급 내용 및 범위, 계약금액 등 포함해)라고 기재돼 있다.

또한 전자금융업자 수행해야 할 선불전자지급수단의 운영업무인 상품권 관리, 상품권 원장대사, 잔액대사, 정산 및 환불 운영 업무도 차세대지급결제시스템에 제안요청서에는 하도급으로 명백하게 정의가 돼 있다는 게 비즈플레이 측의 설명이다.

조폐공사의 사업 참여 자격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조폐공사는 지역사랑상품권과 온누리상품권 사업이 법적으로 공사의 고유 업무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상품권 매체가 종이에서 카드, 모바일로 변화했을 뿐 정부와 지자체가 발행하는 공공 유가증권 사업은 조폐공사가 담당해왔다는 것이다.

비즈플레이는 "조폐공사는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 대규모 상품권 운영 경험이 전혀 없다"며 "자체 기술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하면서도 하도급이 금지된 선불전자지급수단 업무조차 외부에 맡기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체 기술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하면서도 하도급이 금지된 선불전자지급수단 업무조차 외부에 맡기려 한다"며 "이는 공공기관이 공공상품권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 비즈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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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호 빅데이터뉴스 기자 ym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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