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대내외적인 위기국면에 처했지만, 견고한 입지를 구축한 북미시장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에 속도를 높이며 이를 재반등의 기회로 삼고 있다.
지난 9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3.5%포인트(p) 하락한 20.2%를 기록했다. 업계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리스크 △중국 배터리 업체 약진 등 전반적인 위기 상황으로 평가하고 있다.
◆ LG에너지솔루션, 미국 현지 생산 확대…수요정체 돌파
LG엔솔은 미국 최대 완성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 투자를 통해 미국 미시간주 랜싱에 건립하고 있던 배터리 공장 지분을 모두 인수할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관세 및 북미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또한 전기차 화재 등 안전 문제가 꾸준히 부각되는 상황을 타개하게 위해 각형 배터리 생산에도 속도를 높였다. 각형 배터리는 폼팩터(형태) 중 하나로 알루미늄 캔에 셀을 넣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이에 따라 외부 충격에 강하고 내구성이 상대적으로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LG엔솔은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GM과 각형 배터리 개발에 나섰으며, 향후 GM의 차세대 전기차에 각형 배터리를 탑재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10월에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진행된 비전 공유회를 통해김동명 LG엔솔 최고경영자가 오는 2028년을 목표로 △전압 미드니켈 파우치형 제품△ 건식전극 공정 활용 LFP 제품 등을 통해 소재, 공정, 제품의 차별적 우위를 공고히 할 것임을 천명하기도 했다.
LG엔솔은 오는 2030년에는 압도적인 기술력과 지역·고객별 맞춤형 대응 전략을 추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주도권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삼성SDI, 미주 지역 성과 통해 미래 수요 대응
삼성SDI는 올해 3분기 매출 3조9356억원, 영업이익 129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72% 줄었다. 이 중 전지 부문 매출은 3조67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영업이익은 635억원으로 같은 기간 85% 감소했다.
이러한 실적에 삼성SDI는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 등을 통한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우선 삼성SDI는 GM과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하고 본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삼성SDI는 북미 현지에서 스텔란티스와 함께 합작공장을 짓기로 한 바 있다. 삼성SDI와 스텔란티스가 북미에 세운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는 이달부터 조기 가동을 통해 첫 배터리 셀 양산을 시작했다.
이에 미 정부도 화답했다. 중국과 같은 적대적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스타플러스에너지에 10조5000억원 달러 대출을 지원한다. 공장이 완전히 가동될 경우 연간 전기차 67만대에 공급 가능한 67GWh(기가와트시) 규모 배터리가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삼성SDI의 북미 지역 전기차 배터리 제조 능력도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SK온, 배터리 성능 개선으로 글로벌 입지 강화
이석희 SK온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일 고려대 SK미래관서 열린 CEO 특강에서 "SK온은 에너지 밀도, 급속 충전, 안전성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 개발, 매년 매출 2배 성장 등 최고의 기록을 달성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동화의 핵심은 배터리 성능 개선"이라며 "배터리 산업은 기술 기반 제조업으로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제품과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R&D)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SK온도 각형 배터리 개발을 마치고 양산 시기 등에 대해 다수의 완성차업체와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이 생산한 각형 배터리는 중국저장지리홀딩스 그룹에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양 사는 지난 6월 ‘전략적 사업 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또한 SK온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는 지난 10월부터 조지아주 공장에서 현대차에 들어갈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혜택이 필요한 현대차와 공장 가동률 제고가 필요한 SK온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SK온은 포드와 손잡고 설립한 블루오벌SK가 미국 정부로부터 13조원의 대출지원을 받게 됐다. 전기차 캐즘에 의해 자금난을 겪었던 SK온 입장에서는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블루오벌SK의 켄터키 1공장이 가동을 눈앞에 둔 것도 호재다. SK온은 블루오벌SK를 통해 미주 지역을 거점으로 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입지를 굳힐 것으로 전망된다.
임이랑 빅데이터뉴스 기자 lim625@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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