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금융서비스, 이제는 하나의 앱으로" 우리금융그룹이 지난달 28일 슈퍼앱 '뉴 우리WON뱅킹'을 출시하면서, 올해 금융권 디지털 혁신에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 은행권에선 KB금융의 'KB스타뱅킹', 신한금융의 '슈퍼쏠', 하나금융의 '하나원큐'에 이어 우리금융이 마지막으로 가세해 디지털 혁신 경쟁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금융권 어쩌다 슈퍼앱에 진심이 됐을까
금융권이 슈퍼앱에 사활을 거는 배경에는 디지털 금융의 급격한 환경 변화가 한 몫을 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인터넷 뱅킹 비중은 83.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과거 점포 수로 판가름 나던 은행 경쟁력이 디지털 전환에 따라 급격히 변화한 것이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금융 거래가 증가하면서 국내 은행 점포는 5년 새 1000여 곳이 문을 닫았다.
여기에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까지 더해지며 기존 금융권 위기감은 고조됐다. 또한 토스,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기업들이 금융서비스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은행권 변화를 주도한 모양새다.
와이즈앱 '2024년 모바일앱 총결산 리포트'에 따르면 토스앱는 올해 11월 기준 신규이용자수 2467만명으로 지난 1월대비 481만명이 증가해 전체 모바일 앱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쿠팡이츠(389만명), ChatGPT(364만명) 등 주요 플랫폼들의 증가폭을 크게 앞선다.
특히 플랫폼 기업들은 막강한 고객 데이터와 브랜드 인지도, 충성 고객을 무기로 종합 금융 서비스로 영역 확장을 계속하는 상황. 토스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MAU)가 1910만명을 기록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0월 기준 1인당 월평균 체류시간도 토스앱은 234분을 기록해 KB스타뱅킹(34분), 신한은행(36분) 등 전통 은행 앱을 크게 앞서고 있다.
이에 은행들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2022년 하반기 금융위원회가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 지원을 시작하면서 은행들의 슈퍼앱 전환이 더욱 가속화됐으며, 통합 금융 플랫폼 구축을 가로막던 규제가 완화돼 은행권 디지털 혁신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플랫폼 경쟁력을 앞세워 금융 시장에 진출한 빅테크 기업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슈퍼앱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전략"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뉴 우리WON뱅킹' 승부수…핵심 전략은?
우리금융은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과감한 혁신을 단행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IT 거버넌스의 전면 재편이다.
올해 초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약 20년간 유지해온 IT 외주 방식을 직접 수행 체제로 개편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그룹 IT 계열사 우리FIS의 IT 인력 950여명을 우리은행(780명)과 우리카드(170명)로 재배치하는 조직 개편을 완료했다.
우리금융의 IT 거버넌스 개편은 단순한 조직 변화가 아닌, 디지털 혁신을 위한 전략적 결단으로 해석된다. IT 개발 프로세스가 7단계에서 3~5단계로 줄어들면서 개발 기간이 최대 50% 단축됐으며, 은행과 카드사 중복 업무가 제거되며 연간 15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도 거뒀다.
옥일진 우리금융 디지털혁신부문 부사장은 올해 초 '우리금융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IT 거버넌스 개편' 기자간담회에서 "임종룡 회장이 취임한 이후 지주사 주관 아래 IT 조직 운영방식 개편에 대해 논의해왔다"며 "지난해 노사 합의를 통해 3사간 인력 이전 합의를 도출했고 IT운영방식을 개편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혁신을 바탕으로 우리금융은 '뉴 우리WON뱅킹'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17개월 간 630억원을 투자하고 은행 현업직원과 IT개발 인력 120여명을 투입해 '뉴 우리WON뱅킹'을 완성했다.
지난달 28일 출시된 '뉴 우리WON뱅킹'은 단순한 뱅킹 앱을 넘어, 사용자 중심 '금융 허브'를 구축하고자 하는 우리금융의 의지를 담았다. 이를 위해 우리금융은 △그룹사 서비스 통합 △초개인화된 UI/UX △앱 성능 및 속도 향상이라는 세 가지 핵심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그룹사 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해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기존에는 은행, 카드, 증권 등 각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별도의 앱을 설치해야 했지만, 이제는 '뉴 우리WON뱅킹' 하나로 모든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 급여 통장을 이용하는 고객이 우리투자증권 CMA에 가입하려는 경우, 별도의 증권 앱을 설치할 필요 없이 '뉴 우리WON뱅킹'에서 바로 계좌를 개설하고 여유 자금을 더 높은 금리로 운용할 수 있다. 또한 그룹사 통합 포인트 '꿀머니'를 전 그룹사에서 사용 가능하도록 해 포인트 활용도를 높였다.
'금융의 모든 것을 나를 중심으로 제공한다'는 방침 아래 사용자 중심의 고객경험(UX) 설계를 적용한 점도 눈에 띈다. 사용자는 자신의 취향에 맞게 앱 화면을 구성하고 AI 기반 개인 맞춤형 금융 상품 추천 및 상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우리금융 계열사뿐만 아니라 전 금융권 자산을 한눈에 보고 취향에 맞게 화면을 구성할 수 있도록 '나' 중심의 통합 뷰를 제공해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AI 상담 기능도 대폭 고도화됐다. 가령 신용 대출 만기 연장이 필요한 고객은 AI 상담사와 대화하며 필요한 서류와 제출 방법을 안내받고, 지점 방문 없이 온라인으로 모든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다. 또한 대화형 투자 성향 분석을 통해 개인별 맞춤 포트폴리오를 추천받는 등 AI 기반의 비대면 금융 서비스가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다.
이밖에 앱 성능과 속도도 대폭 향상됐다. 신기술 적용을 통해 앱 실행 속도와 안정성을 높이고, 고객 피드백을 적극 반영해 홈 화면 구성, 검색 기능, 상담 채널, 화면 연계 기능 등을 개선했다.
우리금융은 내년 상반기 중에 '우리WON 모바일 알뜰폰 서비스'와 '우리투자증권 주식 거래 서비스(MTS)' 등 신사업과 신규 서비스도 '뉴 우리WON뱅킹'에서 제공할 예정이다.
◆사용자 불편 해소·안정화 관건, 오는 19일까지 순차적 업데이트
하지만 '뉴 우리WON뱅킹'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도 남아있다.
우리WON뱅킹은 기존 은행앱에서 슈퍼앱으로 업데이트를 통해 자체 인증서인 '우리WON인증서'를 통한 로그인 방식을 도입했다. 또한 신분증 인식과 안면 인식 기능을 추가하는 등 사용자 인증 절차를 강화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일부 사용자들 편의성을 크게 저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간편 비밀번호로그인 방식을 선호하던 사용자들은 갑작스러운 변경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으며, '우리WON인증서' 발급 및 이용 과정이 복잡하고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신분증 인식과 안면 인식 기능의 오류 발생률이 높아 사용자 불만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 우리WON뱅킹 앱의 최근 평점은 급락했다. 본지가 이달 1일부터 8일까지 구글 Play스토어 앱리뷰를 분석한 결과, 우리WON뱅킹 앱의 최근 앱 평점이 이 기간 2.43에 불과할 정도로 급락했다. 앱 스토어 리뷰에는 "간편 비밀번호 로그인 방식을 돌려달라", "우리WON인증서 발급이 너무 어렵다", "신분증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등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은행 측은 이러한 논란에 대해 "10월15일부터 간편 비밀번호 종료 안내를 이메일, 카카오톡 개별 통지, 앱 내 새소식, 로그인 화면 팝업 등을 통해 진행했다"며 "보안이 더 강화된 우리WON인증서 발급 후 PIN번호 로그인을 이용하면 기존과 동일하게 6자리 비밀번호로 더 안전한 로그인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측은 오는 19일까지 순차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사용자들이 원하는 로그인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뉴 우리WON뱅킹은 우리금융의 금융·비금융 서비스는 물론 생활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유니버설 뱅킹"이라며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기존 금융 앱에서는 볼 수 없었던 기능과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민호 빅데이터뉴스 기자 ym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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