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류업계가 미래성장동력으로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국내 시장에서 장기적인 내수 부진이 이어지자,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탈출구를 찾는 모양새다.
국내 주류시장은 사실상 하이트진로(000080), 롯데칠성(005300)음료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으며, 최근 해외에서도 한국 소주의 위상은 고공행진 중에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소주 수출액은 1억141만달러, 지난 2013년 이후 10년 만에 1억 달러를 재돌파했다. 특히 올해 10월 일반 소주(일반 기준) 수출액은 1181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1% 늘어, 월간 수출액이 1000만 달러를 넘긴 것은 사상 최초에 해당된다.
◆하이트진로, 창립 100주년 '글로벌 비전 2030' 선포
하이트진로가 글로벌 주류기업으로 성장한 데에는 오랜 역사가 있다. 하이트진로는 '세계가 우리의 무대, 정상이 우리의 자리'라는 슬로건 하에 1968년 베트남 시장에 첫 소주 수출을 시작하며 현재 유럽, 동남아시아 등 86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1977년 수출을 시작했으며, 지난 1996년에는 현지 시장 내 86개 희석식 소주 업체 중 단일 브랜드 1위에 올라 2004년까지 7년 연속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일찍이 해외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입지를 다진 하이트진로는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아 '글로벌 비전 2030'을 공개했다. 글로벌 비전 2030에는 오는 2030년까지 세계 시장에서 진로만의 독보적인 브랜드 경쟁력을 구축하는 '진로의 대중화'를 선언하며, 향후 100년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담았다.
'진로의 대중화'는 성공적인 '소주 세계화'를 넘어 글로벌 소주 NO.1 브랜드로 세계인들의 일상과 함께하는 주류 카테고리로 성장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이트진로는 제품 강화 및 유통 확대,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확장 전략을 통해 '세계 진로의 대중화'를 이루고 해외 시장 소주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한다는 중·단기 해외 사업 미래 전략을 제시했다.
또한 하이트진로는 해외 시장 과일소주 수출량이 지속 성장하고 있는 것을 확인, 향후 새로운 과일향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출시하며 세계에서 소비자 유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하이트진로는 '종합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지난 3월에 '진로'의 글로벌 이미지를 강화하고자 'LA다저스'와 스폰서십 계약을 3년 더 연장했으며, 이를 통해 세계 메이저리그 야구팬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모션 및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실제 다저스 구장 내 과일소주 판매량은 최근 3년간 연평균 약 31%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하이트진로는 △3월 대만 '가오슝 벚꽃 뮤직 페스티벌' △8월 영국 '올포인트 이스트 페스티벌'에 공식 후원사로 참여했으며, 11월에는 캄보디아 프놈펜 코픽섬에서 '진로 EDM 페스티벌'을 주최하는 등 다양한 글로벌 마케팅을 펼쳤다.
한편, 하이트진로의 소주, 과일 소주(기타제재주)를 포함한 해외 수출액은 △2021년 882억원 △2022년 1169억원 △2023년 1394억원 등으로 지속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 시장에서도 성공적인 흐름을 타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2월 영국 코스트코 29개 매장에 과일소주 5종·참이슬을 입점, 5월에는 슈퍼마켓체인 모리슨스의 91개 매장에서 '청포도에 이슬'과 '자두에 이슬'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시장에서 일찍이 소주 마케팅에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과일소주 등 현지에 적합한 제품을 선보이고 트렌디한 진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라며 "세계 주요 국가에 소주를 공급하고 있는 만큼, 하이트진로가 대중적인 브랜드로서 위치를 확립하는 데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 '새로' 인기에 글로벌 사업 성장 활발
롯데칠성음료 역시 '세계속의 롯데칠성'이라는 슬로건 아래 글로벌 사업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순하리 딸기, 블루베리 등 과일소주 8종은 수출 전용으로 제작돼 현재 총 37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수출을 시작한 '새로'는 동남아, 미국을 포함해 2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가 최근 해외 시장에서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제품은 2022년 국내에서 출시한 '새로'다. 새로는 기존에 판매하던 '처음처럼', '순하리'에 이어 본격적으로 수출에 힘을 보태고 있는 제품이다.
'새로'는 기존 소주 제품과는 달리 과당을 사용하지 않은 제품으로 국내 출시 약 7개월 만에 누적 판매 1억병을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올해 4월에는 살구 과즙을 첨가한 '새로 살구'를 새롭게 출시했으며, 이를 통해 지난 11월 단일 브랜드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 메가 브랜드 반열에 올랐다.
올해 롯데칠성음료는 미국 및 유럽 시장 공략에 주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2월부터 미국 주류시장을 대표하는 회사 E&J 갤로와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미국 전역의 주류 판매점 약 1만 곳에 '새로'와 '순하리'를 입점했다.
특히 지난 4월에는 LA갤럭시 홈구장에 '순하리 바'를 운영, 이를 통해 경기당 평균 약 1200병 판매를 기록했으며, 6월에는 미국 시장 진출 1주년을 기념해 뉴욕 맨해튼의 유명 클럽과 콜라보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게릴라 판촉, 샘플링 등을 마련했다.
이러한 노력에 올해 상반기 롯데칠성음료 미국 소주 수출액은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최근 3년간 △2021년 180억원 △2022년 255억원 △2023년 325억원을 기록해 연평균 46% 신장세를 기록중이다.
올해 상반기 롯데칠성음료는 '새로' 유럽 수출용 제품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 보고를 마쳤으며, 유럽 전용 레시피 개발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지난 5월부터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수출을 시작했으며, 하반기에는 '새로 살구'까지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지난해 독일 국제식품박람회 '아누가'에 처음 참가한데 이어 올해 10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시알파리 2024'(SIAL Paris 2024)에 참가, 새로를 앞세워 'SIAL 혁신상 셀렉션'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시알파리'는 프랑스에서 2년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식품박람회다.
한편, 롯데칠성음료는 유럽 시장에서 소주를 위스키, 맥주처럼 독자 주류 카테고리로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처음 해외 시장 진출 당시 현지에 거주하는 한인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활동에 주력했었지만, 점차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활동을 활발히 펼치며 신규 고객 확보에 힘쓰고 있다"며 "현재 소주를 수출하고 있는 국가들에서 더욱 안정적인 안착을 목표로 지속적인 판매 채널 확대에 집중할 예정"이라 말했다.
최효경 빅데이터뉴스 기자 chk@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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