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금융 불안으로 인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국내 주택 시장 침체 또한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되면서,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로 눈을 돌려 새로운 돌파구 찾기에 여념이 없다.
29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달 중순까지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서 기록한 해외 수주 공사는 누적 479건으로, 수주액은 285억2586만달러(한화 40조360억원)라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56억4603만달러) 대비 11.2% 상승한 수치다.
아울러 미국 건설·엔지니어링 전문 주간지 ENR(Engineering News Record)이 선정한 2024년 인터내셔널 건설사 250순위에 국내 건설사인 현대건설이 12위를 차지했다. 이어 △GS건설 49위 △대우건설 50위 △포스코이앤씨 58위 △DL이앤씨 86위 △쌍용건설 161위를 기록했다.
국내 건설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배경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에너지 안보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대처했다는 점이 크다. 국내 건설사들은 기술 고도화를 통한 해외 시장 확대를 꾀하며, 이제 국내를 넘어 글로벌 건설사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현대건설, 인상적인 해외 수주 실적
현대건설(000720)은 올해 중동 지역에서 수주 성과가 두드러졌다. 최근에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 사우디전력청(SEC)에서 7억2500만달러(약 1조원) '사우디 리야드-쿠드미 500㎸ 초고압 직류(HVDC) 송전선로 건설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이미 현대건설은 지난 1975년 사우디에 진출하며 총 35건의 송전선로 프로젝트를 완수하며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또한 사우디에서 5조원에 달하는 루와이스 LNG 프로젝트를 수주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달 4일에는 불가리아 원자력공사(KNPP NB)와 코즐로두이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공사의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이외에도 싱가포르 라브라도 지역에서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지하 변전소와 오피스 타워를 짓고 있다.
현대건설은 안정적인 매출 다각화를 위해 중동·동남아를 넘어 호주 등으로 해외 수주 국가를 다변화할 방침이다.
◆GS건설, 잇달은 해외 수주로 성장동력 마련
GS건설(006360)은 중동과 남미 등에서 성과를 거두며 글로벌 건설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사우디의 파델리 가스 플랜트 증설 프로젝트 수주 성공을 시작으로 오만 구브라 3 IWP 해수 담수화 프로젝트 수주도 성공했다. 이 두 프로젝트의 총 계약 금액은 약 10조원이다.
브라질에선 세산 하수 처리 재이용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하수를 처리해 재이용 가능한 물로 만드는 시설을 건설한다.
GS건설 호주법인도 호주 현지에서 5억7000만 호주달러(5205억원) 상당의 도시순환철도(SRL) 지하철 터널 공사를 수주했다. 이는 지난 2021년 호주 노이스트링크(NEL) 도로공사로 현지 시장 진출한 이래 다시 한번 대규모 인프라 공사를 수주하며 올해 목표치를 웃도는 성과다.
◆대우건설, 해외시장서 실적 상승의 답을 찾다
대우건설(047040)은 정원주 회장이 해외사업 강화에 초점을 맞추며 올 한 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우건설은 중동과 동남아시아를 넘어 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나이지리아에서 굵직한 사업을 잇달아 따내며 입지를 굳히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2월 약 7255억원 상당의 카두나 정유시설 긴급 보수 공사를 수주했으며, 리비아에서도 약 1조500억원 규모의 패스트트랙 발전 공사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올해에는 1조원 규모 투르크메니스탄 미네랄비료공장 프로젝트에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으며, 베트남에서 제 2의 스타레이크시티로 주목받고 있는 타이빈성 끼엔장 신도시 개발사업이 투자 승인을 받고 지난 27일 착공식을 가졌다.
대우건설은 이같은 해외 수주 실적을 통해 체질 개선과 내실 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스코이앤씨, 해상 풍력 발전·소형모듈원자로(SMR) 투자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해상풍력발전사업 수주에서 성과를 거두며 지속가능성장의 활로를 열었다. 특히 해상풍력발전사업 중에서도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에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20일 인천 송도 포스코이앤씨 본사에서 노르웨이 국영 종합에너지기업인 에쿠노르의 100% 출자 자회사 반디불이에너지와 울산 반딧불이 해상풍력 독점공급 합의서를 체결했다.
또한 미래 해외수주 확대를 위해 수소와 SMR 등 사업 다각화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신성장 미래기술연구소에 수소저탄소와 SMR 인력을 배치했으며, 원자력 사업을 담당한 '원자력사업추진반'을 원자력사업단으로 확대·개편하기도 했다.
◆DL이앤씨, 글로벌 시장서 SMR 연계한 사업 속도
DL이앤씨(375500)는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소형모듈원전(SMR)에 눈을 돌렸다. 이를 토대로 지난 2022년 원자력 영업파트를 '원자력·SMR 사업팀'으로 변경하고 조직을 확대했다.
국내 건설 경기가 침체 됨에 따라 DL이앤씨의 SMR 사업 경쟁력 강화는 해외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예컨대 미국 SMR 기업 '엑스에너지'에 200만 달러(약 268억원) 투자를 단행했으며, 캐나다 원전기업 '테레스트리얼에너지'와도 파트너쉽을 체결했다.
이 중에서도 엑스에너지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아마존과 대규모 투자 계약을 체결해, DL이앤씨의 SMR 시장 성과도 가시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 저장 설비(CCUS)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DL이앤씨는 국내 건설사 중 연간 100만톤 규모의 CCUS 시설에 대한 기본설계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남호주 주정부, 사우디아라비아 해수 담수청, 베트남 하노이광업지질 대학교 등과 CCUS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쌍용건설 '건설명가' 타이틀 해외에서 찾다
경영위기를 겪던 쌍용건설은 지난 2022년 글로벌세아를 새 주인으로 맞이하며, 건설명가의 타이틀을 해외에서 되찾고 있다. 올해 초 중남미 카리브제도에 위치한 아이티에서 '태양관 발전 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설비 공사·운영 사업'을 수주하며 글로벌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눈여겨볼 점은 중남미 국가에서 수주를 성공했다는 점이다. 새 주인인 글로벌세아가 아이티에서 태양광 사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쌍용건설의 아이티 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쌍용건설은 글로벌세아를 등에 업고 중남미 국가인 코스타리카, 도미니카, 과테말라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2월 두바이 '크릭 레지던스' 공사 2건을 동시에 수주하며 중동에서 건설명가 입지를 굳히고 있다.
임이랑 빅데이터뉴스 기자 lim625@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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