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증권, 2000억 유상증자 단행…신평사 "자본 건전성 개선에도 불구 불확실성 여전"

양민호 기자

2024-11-27 17:31:29

ⓒ 현대차증권
ⓒ 현대차증권
[빅데이터뉴스 양민호 기자]
국내 3대 신용평가사가 현대차증권의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결정에 대해 일제히 "자본적정성 개선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발 대손충당금 부담 등으로 당장 신용등급 상향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27일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는 각각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증권의 유상증자가 회사의 자본완충력을 높이고 신용도 하향 압력을 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현대차증권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2000억원의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보통주 3012만482주를 주주배정 후 실권주 공모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전체 신주 발행물량 중 10%는 우리사주조합에 우선적으로 배정될 예정이며, 구주주에게는 1주당 약 0.7주의 신주가 배정된다.

우리사주조합과 구주주 청약 이후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에는 일반공모 청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신주에 대한 주금 납입일은 2025년 2월20일이며 신주는 같은해 3월5일에 발행될 예정이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현대차증권은 자본 규모가 1조2931억원에서 1조4931억원으로 증가하며, 순자본비율도 479.2%에서 636.4%로 개선된다. 또한, 연결 조정순자본비율은 229.2%에서 266.0%로 증가하여 자본적정성 지표가 강화된다. 순요주의이하여신/자기자본 비율도 11.3%로 개선될 전망이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유상증자 대금이 유입된다면 현대차증권의 순자본비율, 조정 영업용순자본비율 등 자본적정성 지표가 제고될 전망"이라며 "최근 부동산금융 시장 악화로 충당금 부담 등 재무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번 유상증자는 이에 대한 완화 요인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예리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와 비교할 때 회사를 비롯한 대형 증권사의 수익기반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이번 자본확충을 통해 위험인수능력이 제고됨에 따라 향후 신규 영업활동 확대를 통한 수익기반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자본적정성 제고 효과 및 수익기반 개선 효과를 고려할 때, 이번 유상증자는 회사에 대한 신용도 하향압력을 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위험 PF 부실 우려...등급 상향은 시기상조"

다만, 신용등급의 즉각적인 상향은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부동산 PF 대출 부실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손비용이 늘어나고, 자산 건전성까지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예리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는 회사에 대한 신용도 하향압력을 완화할 것"이라면서도 "이러한 긍정적인 요인에도 불구하고, 금번 유상증자가 회사 신용도에 미칠 즉각적인 영향은 없다"고 평가했다.

회사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브릿지론 같은 고위험 부동산 PF 대출, 해외 부동산 관련 대출 부실 가능성까지 겹쳐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대손비용 증가와 조달비용 상승 때문에 총자산순이익률(ROA)는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업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2021년 1.4%를 기록했던 ROA는 2022년 0.9%, 2023년 0.5%로 하락했으며, 2024년 1~9월에는 0.4%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증권업계 평균인 1.1%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으로, 수익성 측면에서의 경쟁력 약화가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2022년 이후 PF 사업장의 연체 증가 및 분양률 미진에 따른 요주의이하여신 비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 비율은 2021년 말 6.5%에서 2022년 말 15.2%로 증가한 후, 2023년 말 14.7%, 2024년 9월 말에는 13.1%로 예상되고 있다.

이혁진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높은 금리수준 및 부동산경기 침체 지속 등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으로 이익창출력이 둔화된 상황에서, 실적 회복을 위해 위험투자가 재차 확대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재무건전성 지표의 관리부담은 증자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며 "증자 이후 위험익스포저 감축을 통한 재무건전성 지표의 안정적인 유지 여부에 대해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들의 높은 지분율이 이번 증자의 성공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4년 9월 말 기준 현대자동차(25.4%), 현대모비스(15.7%), 기아(4.5%)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지분율은 45.7%에 달한다. 최대주주인 현대자동차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이번 유상증자에서 배정받은 물량 전체를 청약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약 375억원을 출자할 예정이며, 이는 전체 증자 규모의 18.75%에 해당한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차세대 시스템 개발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활용할 예정"이라며 "증자 이후 자기자본이 늘어나면 고객자산 및 담보부 대출과 CMA, ELB·DLB 등 상품 판매 확대가 가능해져 DCM·ECM 등 기업금융 부문의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양민호 빅데이터뉴스 기자 ym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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