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구 4서⑤] 손오공, 본업 이어 신사업까지 먹구름 "안정에 초점 맞춰야"

기업 주인 여러 차례 바뀌며, 경영권 불안까지

임이랑 기자

2024-11-26 16:21:54

ⓒ손오공
ⓒ손오공
[빅데이터뉴스 임이랑 기자]
국내 완구 유통기업 손오공(066910)의 앞날에 먹구름이 가득 끼였다. 기업의 주인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본업인 완구업에서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손오공은 이차전지 신사업을 통해 위기를 타개하고자 했지만, 비용절감 등 치열한 경쟁 속에서 손오공이 설 자리가 있을지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손오공이 기존 완구 및 게임사업에 역량 집중, 이익 창출을 통한 경영권 안정화가 오히려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손오공은 지난 2020년 매출액 852억원 이후 2021년 754억원 △2022년 666억원 △2023년 503억원을 기록하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2022년 손오공은 영업이익 마이너스 5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후 지난해 영업이익 마이너스 94억원으로 적자 폭을 늘린 상황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감소하자 당기순이익도 감소했다.

재무건전성도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 기본적으로 부채비율 200%, 차입금의존도 30% 이하 수치일 때 재무건정성이 안정적이라 평가된다. 손오공은 올해 1분기 부채비율 204%, 차입금의존도 45%를 기록 중이다.

지난 3월 마텔 계약 해지 소식에 주가 반토막

손오공의 실적 부진에 대해선 대외적 요인으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완구 시장 침체 영향을 꼽는다. 하지만 업계에선 근본적으로 불안전한 경영권, 브랜드 강화 실패 등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예컨대 손오공은 지난 10월부터 미국 완구회사 마텔(Mattel)과 유통 계약이 종료됐다. 마텔과 계약 종료는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손오공은 지난 3월부터 마텔과 계약 해지가 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자, 주가가 하락세를 거듭했다.

지난 3월 당시 손오공 주가는 3800원선에서 유지됐지만 4월에는 2550원대로 주저앉았다. 이날 종가 기준 손오공 주가는 1391원을 기록했다. 26일 종가기준 1413원에 장을 마감했다.

최신규 손오공 창업주이자 전 회장은 지난 2016년 마텔에 지분을 매각했으며, 마텔은 손오공의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마텔도 아시아 완구 시장 진출을 위해 파트너사로 손오공을 선정하고 당시 140억원을 들여 지분 11.99%(262만7539주)를 인수했다.

특히 마텔은 △바비인형 △토마스와 친구들 △쥬라기월드 △핫휠 등의 강력한 브랜드와 지적재산권(IP)을 보유한 완구회사다. 손오공 또한 △터닝메카드 △헬로카봇 등과 같은 유명 완구 IP를 보유했기 때문에 시너지가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터닝메카드, 헬로카봇 IP를 보유한 것은 초이락컨텐츠컴퍼니(이하 초이락)다. 초이락은 IP를 통해 완구 제조사로서 완제품을 손오공에 제공했고, 손오공은 이를 유통했지만 지난 2022년 여름 계약이 종료됐다.

다양한 완구 IP를 보유한 초이락과의 계약 해지는 손오공 영업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영업실적 하락에 마텔도 손오공 경영에서 손을 뗐다. 지난 2022년 10월 마텔은 김종완 전 손오공 대표에게 보유 주식 262만7539(9.77%) 중 156만5619주를 매각했다. 이후 마텔은 손해를 감수하면서 추가로 52만4000주를 처분했다.

그럼에도 불구, 손오공 실적은 나아지지 않았고 지난해 8월 김 전 대표는 경영 컨설팅 회사인 에이치투파트너스에 지분을 넘겼다. 이러한 와중에 한 때 손오공의 최대주주였던 마텔은 경쟁사인 영실업을 파트너로 선택했다.

이차전지, 키덜트 등 신사업 나섰지만 '의문부호'

현재 손오공은 마텔과 법적 분쟁을 겪고 있다. 마텔의 일방적인 거래 종료 통보로 재고 부담을 안게 됐다는 것이 이유다. 손오공은 마텔과 계약서에 명시된 거래 종료일인 12월 31일까지 계약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올해 3월까지 마텔 측에 제품 발주 요청을 해 연말까지 팔 재고를 매입했기 때문이다. 반면 마텔은 '경영권 및 소유권 변경'을 통해 이에 맞서고 있다.

손오공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5월 어린이 애니메이션 '개비의 매직하우스' 완구를 국내에 공식 납품한다. 또한 키덜트 사업 확장을 위해 성인 대상 모형자동차 브랜드 팝레이스와 공식 판매 계약을 맺었으며, 글로벌 아트토이 1위 브랜드 팝마트와 운영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는 자회사 손오공머티리얼즈를 설립해 이차전지 사업에도 진출했다. 이차전지 핵심 원료인 리튬 가공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 볼리비아 국영기업인 볼리비아리튬공사와 계약을 시작으로 지난 5월에는 나이지리아 현지 기업과 리튬 원석 관련 계약을 맺었다.

업계 관계자는 "마텔과 계약종료 후 손오공은 여전히 해외 IP를 통한 매출 성장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며 "현재 많은 애니메이션 제작업체들이 IP를 바탕으로 완구를 직접 제작·유통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 측면에서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2차전지는 원재료만 확보한다면 공정 처리는 간단한 편"이라며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데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술 혁신과 비용 절감이 사업의 키(Key)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매출을 증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사업을 통한 사업 다각화보다, 우선 재무·경영권 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고 첨언했다.

임이랑 빅데이터뉴스 기자 lim625@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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