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세븐은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나섰지만, 우호적인 채권 시장에서도 코리아세븐을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매각 불발을 통해 인증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세븐일레븐의 희망퇴직 신청 또한 사실상 외형 확장 전략 실패를 우회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코리아세븐 영업손실은 97억원이다. 상반기로 확대하면 441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코리아세븐 영업손실은 미니스톱을 인수한 2022년부터 시작된다.
미니스톱을 인수하기 직전인 2021년 코리아세븐은 1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2022년부터 49억원으로 적자 전환된 후 2023년 55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근본적으로 세븐일레븐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외형 성장을 이뤄냄과 동시에 내실을 다져왔다. 예컨대 지난 1999년 코오롱마트로부터 로손의 국내 점포를 흡수했고, 2010년에는 미국 유니타스 캐피탈로부터 바이더웨이를 인수했다. 2022년에는 신세계를 제치고 미니스톱 인수에 성공했다.
당시 코리아세븐은 미니스톱 인수를 통해 2600여개 점포와 12개 물류센터 확보, 세븐일레븐의 1만1173개 점포와 30개 롯데글로벌로지스 물류센터와 시너지를 바탕으로 한 경쟁력 극대화를 기대했다.
◆ '물 들어올 때, 노 젓지' 못한 코리아세븐
미니스톱을 인수하며 편의점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GS25, CU와 점포 수 격차를 줄이면서, 인수전 경쟁자였던 신세계 이마트24와는 더욱 격차를 벌렸다. 문제는 경쟁업체와 점포 수를 줄인 것 외에 이렇다 할 성과를 만들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2020년부터 '사양산업' 소리를 듣던 편의점 업계가 코로나19의 본격적인 확산으로 오프라인 유통업 트렌드를 주도했다. 여기에 1인 가구 증가도 편의점이 대형마트 매출을 넘어서는 원동력이 됐다.
편의점 업계 1위인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편의점 사업 부문의 2020년 매출은 6조9715억원 △2021년 7조2113억원 △2022년 7조7800억원으로 증가했다. 마찬가지로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도 같은 기간 △2020년 6조1678억원 △2021년 6조7620억원 △2022년 7조5777억원으로 늘었다. 세븐일레븐도 △2020년 4조683억원 △2021년 4조2778억원 △2022년 4조7891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세븐일레븐의 수익성 구조는 정체돼 있다. 같은 기간 GS리테일과 BGF리테일의 영업이익률이 평균 3%를 보이지만 코리아세븐은 지난 2014년 1.31%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이래 줄곧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코리아세븐의 영업이익율은 마이너스 1.0%를 기록했다.
결국 코로나19 특수, 미니스톱 인수 시너지 등은 코리아세븐이 매출액 증대라는 외형적 성장만을 가져온 셈이다. 영업이익률과 같은 내실 다지기에 실패했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 로열티 구조에 적자회사 떠안아, 수익성 개선?
코리아세븐의 수익성 악화의 지대한 역할을 한 것은 막대한 고정비다. 코리아세븐은 롯데로지스틱스에 물류를 위탁하고 있지만, 이 비용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코리아세븐의 물류비용은 1412억7900만원에서 지난해에는 2597억원으로 약 2배 이상 증가했다.
로열티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코리아세븐은 미국 세븐일레븐 본사와 상표 및 운영기술 도입을 체결하고 매년 순매출 0.6%를 기술사용료로 지급한다. 경쟁사인 CU와 GS25가 몽골·베트남 등에서 브랜드를 빌려주고 로열티를 받는 구조와 대조적이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코리아세븐의 매출 대비, 지급되는 로열티는 사실상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지난 2월 코리아세븐은 ATM 사업부(옛 롯데피에스넷) 매각에 나섰다. 올해 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사업 방침을 바꿔 매수뿐 아니라 부진한 사업을 과감히 매각하겠다"고 밝힌 이후 첫 사업부 매각이다.
앞서 2016년 롯데그룹은 롯데피에스넷 매각을 추진했지만, 원매자를 찾지 못해 중단한 바 있다. 롯데피에스넷의 누적된 영업적자가 주 원인으로 꼽힌다. 롯데피에스넷은 지난해 영업적자 11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 2010년부터 누적된 적자 규모만 약 160억원에 달했다. 이에 롯데쇼핑과 롯데지주는 롯데피에스넷 지분 전량을 코리아세븐에 매각했다.
경쟁업체인 GS리테일과 BGF리테일이 각각 효성티앤에스, 한국전자금융과 손잡고 ATM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코리아세븐은 편의점 운영법인 내 ATM 사업부가 존재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코리아세븐은 물류비와 수수료 등 고정비용이 높은 상황에서 롯데그룹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던 회사까지 떠안은 상황"이라며 "근본적인 사업구조 개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롯데피에스넷의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매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유동성 확보 나선 코리아세븐…시장 반응은 '글쎄'
'엎친 데 덮친 격' 자금조달 과정도 쉽지 않은 모양새다. 코리아세븐이 실시한 공모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한 것이다. 500억원 규모로 진행된 코리아세븐의 회사채 발행 만기는 1년 6개월물(300억원)과 2년물(200억원)으로 구성됐으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할 예정이다.
희망금리밴드는 만기별 개별 민평금리 평균에 각각 -30~+30bp(1bp=0.01%)를 가산해 제시했지만, 1년 6개월물에는 210억원, 2년물에는 160억원의 주문만 들어왔다. 결국 잔여분 130억원은 발행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이 떠맡게 됐다. 1년 6개월물 회사채 민평수익에 0.3%p(포인트)를 더하며 금리를 밴드 최상단으로 올렸다. 기준금리 인하를 기회로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던 계획이 수포가 된 셈이다.
특히 코리아세븐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실적 개선과 미니스톱 인수 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시장을 설득했지만, 채권시장 투자자들을 설득하기에 미흡했던 것으로 설명된다. 당장 내년에 5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차환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미매각으로 인해 회사채 공모 발행의 장점도 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코리아세븐이 지금까지 인수합병을 통해 외형을 키웠지만, 내실은 잡지 못했다는 게 이번 회사채 공모에서 드러났다"며 "내년부터 인수합병에 대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외쳤지만, 채권 투자자들을 전혀 설득하지 못했다.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통해 나름대로 고정비를 줄이려 했지만, 자금조달은 또 다른 문제"라고 평가했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올해는 미니스톱 통합 완료와 함께 조직을 재편하고 향후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사업 기반을 다지는 시기"라며 "단기적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확고히 하기 위한 정책, 제도, 문화 구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세븐일레븐은 점포 오퍼레이션 레벨 향상을 위해 고매출 우량 점포(입지) 중심의 신규 출점 정책과 함께 리뉴얼을 확대해 기존점의 경쟁력을 높여나갈 것"이라며 "주요 상품 추진 전략으로 △PB브랜드 '세븐셀렉트'를 중심으로 한 차별화 상품 확대 △글로벌 세븐일레븐 네트워크 활용한 직소싱 △지역 우수상품 연계 활성화 △세븐일레븐 상징으로 자리잡은 스포츠 마케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효율 고성과 창출 중심의 조직 문화로 재편하고, 가맹점의 운영 편의와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체질 개선을 통한 내실 위주 경영 체계를 확립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이랑 빅데이터뉴스 기자 lim625@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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