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증권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181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3187억원 순손실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3분기 당기순이익은 513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5.3% 증가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실적 개선은 전 사업 부문에서 고르게 나타났다. 자산관리(WM)부문은 금융상품 중심으로 수익이 개선됐고, 기업금융(IB)은 금리 하락세에 힘입어 자산보유 수익이 정상에 올랐다. 세일즈앤트레이딩(S&T)은 트레이딩 수익부문에서 호조를 보였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실적 개선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이 전 부문에서 고르게 나타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연간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룰 수 있도록 꾸준히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하나증권의 실적 개선에도 불구, 강성묵 대표의 임기 중 성과에 대해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과 경쟁에서 격차를 줄이지 못하며,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는 것.
일례로 KB증권은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 173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56.8% 증가했다. NH투자증권도 같은 기간 1540억원을 달성하며 53% 늘었다. 이들 기업 모두 하나증권의 3분기 순이익(513억원)의 3배가 넘는 실적을 거뒀다.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와 실적 격차는 누적 실적을 살펴보면 더욱 확연히 알 수 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의 누적순이익은 각각 5766억원, 5526억원을 기록한 반면, 하나증권은 1818억원에 그쳤다.
이러한 실적 격차는 강성묵 대표 체제에서 하나증권이 하나금융 계열 대형 증권사임에도 불구하고 경쟁력 강화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투자중개, 자산관리, IB 등 증권사 핵심 사업 영역에서 전반적인 시장 지배력 약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기업평가 자료에 따르면, 하나증권의 사업 부문별 시장점유율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중개 부문의 경우 2022년 4.2%까지 상승했던 시장점유율이 올 상반기 3.8%까지 하락했다. 자산관리 부문은 2021년 11.7%로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하락해 상반기 8.5%까지 떨어졌다.
특히 하나증권 핵심인 IB 부문에서 부진이 더욱 도드라졌다. 지난 2020년 8.0%였던 시장점유율은 2022년 4.6%까지 하락했으며, 2023년에는 영업손실까지 기록하며 시장점유율 산정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이르렀다. 비록 올해 상반기 4.6%로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운용 부문 역시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2년 7.7%까지 상승했던 시장점유율이 2023년에는 0.3%까지 급락했다가 상반기 5.5%를 기록하는 등 변동성이 큰 상황이다.
여기에 하나증권의 신용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4월 하나증권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신용등급 전망 하향은 여러 위험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하나증권의 성장동력이었던 IB 부문 수익성이 불투명해진 데다, 주요 사업 부문의 시장 지위가 흔들리면서 전반적인 수익 창출 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외 대체투자 부문에서 추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지적됐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IB 관련 투자자산의 손실로 인해 그동안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온 IB 부문의 수익성이 불확실해지고 있다"며 "위탁매매와 자산관리 부문의 성장세 둔화, 자기매매 부문의 수익 변동성 등을 고려할 때, IB 사업의 부진이 향후 회사 전체의 수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나증권의 초대형IB 진출 계획도 연이은 난관에 부딪치며 강 대표의 연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부터 올해를 목표로 초대형IB 인가 획득에 속도를 내왔다. 하지만 일련의 악재들로 인해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인가 신청 자체가 실적 부진과 하나UBS자산운용 인수 과정에서 이미 지연된 데 이어, 올해 6월 발생한 채권형 랩어카운트 불법 자전거래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3개월 일부 영업정지 징계를 받은 것이 결정적이다.
더욱이 건전성 지표 중 하나인 순자본비율(NCR)도 지난 2022년 말(1051.19%) 대비 220.62%포인트 상승하며 1271.81%를 기록했지만, 초대형IB 인가를 받은 증권사들의 평균치(1500% 이상)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이 밖에도 금융당국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와 초대형IB 제도 전반에 대한 재정비를 예고하면서, 인가 심사가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증권이 올해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하나금융 내에서 비은행 부문 비중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지만, 현재로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더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양민호 빅데이터뉴스 기자 ym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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