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2000년대 중반까지 일본 제련기업들이 글로벌 구매계약 협상의 대표선수로 나섰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고려아연이 비철금속 세계1위의 위상과 함께 구매계약 협상을 주도하는 위치로 올라서면서 글로벌 제련기업들의 대표해 제련수수료 표준을 정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고려아연이 만드는 세계 표준, 아연제련수수료(Treatment-charge, TC) 협상과 전략
아연제련수수료(TC)는 광석을 공급하는 광산기업이 제련기업에 아연정광을 맡길 때 제공하는 고정된 제련 마진을 뜻한다. 아연제련수수료는 매년 2-3월경 계약을 통해 갱신되며, 통상 글로벌 제련업계 1~2위 기업과 광산업계 1~2위 기업이 제련수수료를 계약하면 이를 토대로 전세계 제련기업 및 광산기업들이 계약을 맺는다. 제련수수료가 높을수록 제련기업은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업계 표준이 될 새로운 수수료 협상에 관련 기업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고려아연은 지난 반세기 동안 쌓아온 우수한 기술력과 혁신을 바탕으로 니어스타(Nyrstar), 글렌코어(Glencore) 등 유수의 경쟁기업을 제치고 부동의 글로벌 1위 아연제련기업의 위상을 지켜오고 있다. 본사와 호주 자회사인 SMC(Sun Metals Corporation)를 통합하여 연간 아연정광 구매량이 총 140만톤에 이르는 등 구매력도 가장 높다. 이 같은 글로벌 리더십을 바탕으로 아연제련수수료 협상을 주도해왔으며, 매년 고려아연의 협상 전략과 결과에 국내외 관계자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제련수수료와 광석 가격은 정광 생산량의 수급변화에 따라 제련기업과 광산기업간 협상력 차이에 영향을 미친다. 아연 수요가 증가하면 광산의 아연 정광 생산량도 증가하면서 공급 과잉이 발생해 다시 아연 가격은 하락한다. 반대로 제련 대상인 정광의 양이 많아지면 제련수수료는 상승한다. 이 같은 수급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제련수수료에도 스케일 조항(변동 제련수수료 조건)을 포함하기도 한다.
고려아연은 매년 광석 수급 시황은 글로벌 경제 시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광산 업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협력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기 때문에 눈앞의 이익보다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며 협상 전략을 수립하고 광석 계약에 임하고 있다.
이러한 협상력은 고려아연의 리더십과 협상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장담할 수 없는 결과이다. 고려아연은 독보적인 제련 기술력과 안정적인 공급망을 통해 견조한 실적을 올리며 글로벌 제련업계의 믿을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해왔다. 업계 선도기업으로서 고려아연의 책임감과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거시적 안목이 이번 우호적 제련수수료 협상 결과의 또 다른 성공 요인으로 풀이되는 이유다.
◆자원 불모지에서 기술력으로 일궈낸 비철금속 세계 1위, 고려아연의 새로운 도전과 미래에 기대감
비철금속은 전자, 반도체, 자동차, 철강, 화학 등 제반 산업의 기초 소재이자 일상생활의 필수 용품 소재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자동차, 항공, 전자산업 등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기술집약적 산업이며, 동시에 첨단 분야에서도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로 지속적인 혁신이 요구되는 산업이기도 하다. 이 같은 비철금속 원자재는 주로 경제개발국에 위치하고 있어 이들 지역의 정치경제적 불안 요인에 따라 업황이 크게 영향을 받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관련 자원이 부족해 원자재의 안정된 공급망 확보 여부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려아연은 자원 불모지라는 한계를 기술력으로 극복하고 현대 사회와 산업에 필수불가결한 기초소재 산업의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었다. 지난 1978년 온산 아연제련 공장 준공을 시작으로 반세기에 이르는 동안 지속적인 투자와 혁신적인 기술 개발, 공정 개선을 단행하며 업계 선도기업의 위상을 강화해왔고, 우리나라의 자원 독립 확보에도 기여해왔다. 현재 고려아연의 아연, 연, 은, 인듐 생산능력은 세계 1위이며, 금속에서 아연, 금, 은 등 여러 물질을 추출하는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격 변동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제련사업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매년 두 자리 수 영업이익을 유지하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오랜 기간 신뢰로 쌓아온 아연제련시장에서 고려아연의 업력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시장을 주도하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며, “이러한 시장에서의 협상력은 오랜 노하우를 통해 쌓을 수 있는 부분이며 업무적인 이해도가 없이 단기적으로 접근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임이랑 빅데이터뉴스 기자 lim625@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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