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MG손해보험 매각과 관련해 "예금보험공사가 진행 중인 매각이 밀실 수의계약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완전히 무시한 채 특정 기업에만 혜택을 주는 불공정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탄했다.
14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MG손보지부는 서울 광화문 금융위원회 앞에서 'MG손해보험지부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고용승계 담보없는 공개매각 반대한다", "전조합원 총단결로 생존권을 사수하자"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밀실 매각 반대", "최악의 선택 메리츠 화재 결사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노조는 결의문을 통해 "MG손보는 지난 2022년 4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4차례의 공개 매각 절차를 거쳐 현재 수의계약 단계에 이르렀다"며 "메리츠화재는 지난 8월 재입찰 공고에서 갑자기 인수 의향자로 나타나 아무런 준비 없이 인수전에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의 사전 교감에 의한 밀실·졸속·야합 매각"이라며 "노조는 그동안 집회와 피켓 시위 등을 통해 노동자의 목소리를 내고 금융당국과 메리츠화재의 농간을 항의해 왔지만, 결국 금융당국은 MG손보를 메리츠화재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날 집회에서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가 MG손해보험을 메리츠화재에 짜맞추기식으로 매각하려 한다며 강력히 규탄하고, 즉각 매각 절차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배영진 사무금융노조 MG손보지부장은 "지난 8월부터 두 달 동안 금융위원회, 예금보험공사, 메리츠화재 앞에서 끊임없이 피켓 시위를 벌이며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었지만,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며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온갖 야합과 밀실 협상으로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노동권을 짓밟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메리츠화재에 대해 그는 "지난해 메리츠금융 회장에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다음으로 많은 23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지급하고, 부동산 PF 대출로 고리대금 장사를 일삼았다"며 "최근에는 30세 이상 직원 200여 명을 명예 퇴직시키는 등 노동자들을 희생양 삼아 MG손보를 인수하려는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그는 "금융위와 예보는 MG손보를 메리츠화재가 먹기 좋게 비빔밥으로 비비고 있다"며 "우리는 결코 그들의 뜻대로 되진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치권도 이번 사안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10일 금융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MG손해보험 매각 과정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특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신 의원은 당시 "시장에선 메리츠화재가 최종 선정될 것이란 예상이 많은데, 메리츠화재가 인수 후 이익을 살펴보니 기회이익만 1조원이 넘고, 정부 지원까지 보탬을 받게 된다"며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 개입이나 앞서 입찰 당시 서류미비로 낙찰받지 못했던 메리츠화재에 기간이 연장된 내용 등이 의구심으로 떠오른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조는 지금의 MG손해 보험의 부실을 초래한 결과가 금융위에 있다고 분명히 했다. 이는 지난 2013년 5월 자베즈파트너스라는 사모펀드가 보험업 경험이 전무한 새마을금고중앙회를 주요 투자자로 내세워 그린손해보험을 인수하면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당시 금융위는 이러한 편법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시켰고, 이와 관련해 심지어 2018년 국정감사에서는 당시 이러한 결정에 친박 세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바 있다.
이후 다른 손해보험사들이 모두 성장하는 동안 MG손보는 제대로 된 경영 주체 없이 흔들리면서 재무 상황이 계속 나빠졌다. 이에 결국 MG손보는 '부실금융기관'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MG손보 매각 과정에서 금융위는 밀실·특혜 매각 의혹에 대해 '부실금융기관'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이는 2013년 그린화재가 자베스로 넘어갈 당시 금융위의 부실한 대주주 적격 심사에서 비롯된 예견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금융위는 MG손보의 경영 개선 미흡을 이유로 선제적 구조조정을 요구했고, 노조는 고심 끝에 임금피크제 도입, 명예퇴직 등에 합의했다"며 "그러나 금융위는 명예퇴직 무산의 책임을 노조에 떠넘기며 약속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노조는 구성원들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매각 주관사를 만들고, 고통을 감내하며 최선을 다해왔다"며 "하지만 금융위는 감사원 감사와 징계를 두려워하여 명예퇴직을 중단시키고 모든 책임을 노조에 전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예금보험공사가 지난 2일 MG손보 매각 수의계약 입찰을 마감한 결과 메리츠화재와 사모펀드(PEF) 데일리파트너스가 참여했다. 예보는 빠르면 이달 중순, 늦어도 이달 안에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양민호 빅데이터뉴스 기자 ym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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