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올해 IPO 최대어라는 수식어를 무색하게 하는 지적도 작지 않다. 케이뱅크 수익성을 담당해왔던 가계대출과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심화 등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 IPO 성공 후 성장성에 물음표가 붙는 이유다. 아울러 구주 매출이 절반 이상이라는 점도 IPO 흥행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IPO 재수생 케이뱅크…"두 번 실패는 없다"
케이뱅크는 오는 10일부터 16일까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케이뱅크 희망 공모가 범위는 9500~1만2000원을 제시한 상태다. 이를 통해 예상 시가총액은 3조9586억원에서 최대 5조3000억원에 해당된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2년 9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했지만 2023년 2월 돌연 상장을 철회했다. 당시 시장 상황과 투자심리 위축이 그 이유다.
지난해 말 케이뱅크 4대 은행장으로 취임한 최우형 행장은 IPO 실패에 상처를 끌어안고 재도전을 천명했다. 최 행장은 "IPO는 케이뱅크가 고객을 향해 도약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철저히 준비해 구성원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케이뱅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케이뱅크는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를 늘리기 시작했다. 수익을 늘리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첫걸음인 셈이다. 지난해 6월말 기준 가계대출에서 주담대는 약 3조7000억원, 신용대출은 8조4000억원이었다. 지난해 말에는 주담대는 4조9000억원까지 늘어났다.
특히 올해 3월 말부터 케이뱅크 주담대 비중은 더욱 증가한다. 올해 3월 말 주담대는 6조2000억원에서 6월 말에는 7조1500억원으로 약 1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이와 달리 신용대출은 오히려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말 7조9000억원이었던 신용대출은 6월 말 기준으로 7조4000억원으로 약 5000억원이 감소했다.
우량대출로 불리는 주담대를 늘리자 연체율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케이뱅크 연체율은 주담대 비중이 낮았던 2019년말 1.41%에서 지난 6월말 1%미만인 0.86%까지 감소했다. 주담대와 같은 우량대출을 늘리며 이익 체력을 강화한 것이다.
또한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손잡고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과 연계 수수료에서 독점적 위치 구축에 성공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 90%를 차지한 업비트를 통해 케이뱅크도 연계 수수료를 독차지하며 수익 다각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올해 상반기 케이뱅크는 역대 최대 실적을 거양했다. 케이뱅크 당기순이익은 85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41.6% 증가했다. 2분기 당기순이익은 동기간(147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347억원을 달성했다.
상반기 케이뱅크 이자이익의 경우 전년동기대비 26% 상승한 2642억원을 기록했으며, 비이자이익도 전년동기대비 2배 이상 증가한 327억원을 기록했다.
◆양날의 검 '주담대·업비트'…구주매출까지 '걸림돌'
하지만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급증에 제동을 걸기 시작하면서, 케이뱅크 독주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케이뱅크 수익성을 지탱해줬던 주담대와 업비트 연계 수수료가 이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 정책변화로 인해 은행권 주담대 성장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에 캐이뱅크도 지난달부터 아파트담보대출의 구입자금 취급 대상을 무주택자로 제한했다.
더욱이 주담대와 관련해 금융당국도 시시각각 대출정책을 바꾸고 있어, 케이뱅크 이자이익에도 먹구름이 낀 상태다.
또한 케이뱅크는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와 제휴해 고객의 가상자산 관련 예치금을 예탁받아 운용하고 있다. 케이뱅크 수신 금액이 대출채권 대비 약 4조원 정도 많지만, 업비트가 케이뱅크에 맡겨놓은 예금이 4조원이다. 이 예금은 대출자산으로도 활용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존재한다.
지난 7월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케이뱅크가 업비트에 지급할 예치금 비용도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7월 당시 이자비용은 36억원이었지만 8월에는 73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에 예치금 이자율이 기존 0.1%에서 2.1%로 두 배 이상 상승하며 이자비용이 증가한 것이다.
케이뱅크 FI(재무적투자자)들의 구주매출도 IPO 흥행의 장애물 요소로 꼽힌다. 앞서 지난 2021년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탈 △제이에스신한파트너스 등은 이번 IPO에서 투자금 일부를 회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시 이들 기업은 케이뱅크 유상증자 과정에 참여해 총 7250억원을 투자했다. 1주당 취득 단가는 6500원으로 현재 케이뱅크 비상장주식 가격이 1주당 1만7000원임을 고려하면 상장 후 매각에 따른 시세차익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의 이번 IPO 공모 주식수는 8200만주, 이 중 절반인 4100만주가 구주매출로 이뤄져 있다.
구주 매출은 투자자들 입장에서 상장 기업 가치가 정점에 달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예컨대 지난 2021년 하반기 상장했던 크래프톤은 구주매출 비중이 35%에 달하며 주가가 공모가 35%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IPO가 흥행에는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상장 후 주가 방어는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카카오·토스뱅크처럼 케이뱅크의 플랫폼이 강하다고 볼 수 없다"며 "케이뱅크의 실적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계대출(주담대)가 증가하면서 이자이익에서 혜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계대출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극심해 질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대출, 외환 부분에서 카카오·토스뱅크보가 낫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신주 매출이 높을수록 좋은데 구주 매출이 절반에 달한다는 것은 상장 후 주식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1금융권의 상장은 분명한 흥행 요소지만, 상장 후 성장세를 전망한다면 대출 규제, 금리 인하 등의 요인에 주가가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케이뱅크는 오는 21~22일 이틀 간 공모 청약을 진행한다. 상장 예정일은 오는 30일이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대표주관사로 나선다.
임이랑 빅데이터뉴스 기자 lim625@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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