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최대어 '케이뱅크' 장애물 뚫고, 흥행 성공까지 가시밭길?

가계대출 억제·업비트 예금·구주매출 등 주가 방어 '악영향'

임이랑 기자

2024-10-07 19:31:37

IPO 최대어 '케이뱅크' 장애물 뚫고, 흥행 성공까지 가시밭길?
[빅데이터뉴스 임이랑 기자]
케이뱅크가 오는 30일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위한 수요 예측에 나선다. 특히 케이뱅크는 올해 하반기 IPO 최대어로 꼽힌다는 점에서 금융투자업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올해 IPO 최대어라는 수식어를 무색하게 하는 지적도 작지 않다. 케이뱅크 수익성을 담당해왔던 가계대출과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심화 등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 IPO 성공 후 성장성에 물음표가 붙는 이유다. 아울러 구주 매출이 절반 이상이라는 점도 IPO 흥행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IPO 재수생 케이뱅크…"두 번 실패는 없다"

케이뱅크는 오는 10일부터 16일까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케이뱅크 희망 공모가 범위는 9500~1만2000원을 제시한 상태다. 이를 통해 예상 시가총액은 3조9586억원에서 최대 5조3000억원에 해당된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2년 9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했지만 2023년 2월 돌연 상장을 철회했다. 당시 시장 상황과 투자심리 위축이 그 이유다.

지난해 말 케이뱅크 4대 은행장으로 취임한 최우형 행장은 IPO 실패에 상처를 끌어안고 재도전을 천명했다. 최 행장은 "IPO는 케이뱅크가 고객을 향해 도약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철저히 준비해 구성원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케이뱅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케이뱅크는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를 늘리기 시작했다. 수익을 늘리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첫걸음인 셈이다. 지난해 6월말 기준 가계대출에서 주담대는 약 3조7000억원, 신용대출은 8조4000억원이었다. 지난해 말에는 주담대는 4조9000억원까지 늘어났다.

특히 올해 3월 말부터 케이뱅크 주담대 비중은 더욱 증가한다. 올해 3월 말 주담대는 6조2000억원에서 6월 말에는 7조1500억원으로 약 1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이와 달리 신용대출은 오히려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말 7조9000억원이었던 신용대출은 6월 말 기준으로 7조4000억원으로 약 5000억원이 감소했다.

우량대출로 불리는 주담대를 늘리자 연체율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케이뱅크 연체율은 주담대 비중이 낮았던 2019년말 1.41%에서 지난 6월말 1%미만인 0.86%까지 감소했다. 주담대와 같은 우량대출을 늘리며 이익 체력을 강화한 것이다.

또한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손잡고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과 연계 수수료에서 독점적 위치 구축에 성공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 90%를 차지한 업비트를 통해 케이뱅크도 연계 수수료를 독차지하며 수익 다각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올해 상반기 케이뱅크는 역대 최대 실적을 거양했다. 케이뱅크 당기순이익은 85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41.6% 증가했다. 2분기 당기순이익은 동기간(147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347억원을 달성했다.

상반기 케이뱅크 이자이익의 경우 전년동기대비 26% 상승한 2642억원을 기록했으며, 비이자이익도 전년동기대비 2배 이상 증가한 327억원을 기록했다.

ⓒ케이뱅크
ⓒ케이뱅크

양날의 검 '주담대·업비트'…구주매출까지 '걸림돌'

하지만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급증에 제동을 걸기 시작하면서, 케이뱅크 독주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케이뱅크 수익성을 지탱해줬던 주담대와 업비트 연계 수수료가 이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 정책변화로 인해 은행권 주담대 성장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에 캐이뱅크도 지난달부터 아파트담보대출의 구입자금 취급 대상을 무주택자로 제한했다.

더욱이 주담대와 관련해 금융당국도 시시각각 대출정책을 바꾸고 있어, 케이뱅크 이자이익에도 먹구름이 낀 상태다.

또한 케이뱅크는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와 제휴해 고객의 가상자산 관련 예치금을 예탁받아 운용하고 있다. 케이뱅크 수신 금액이 대출채권 대비 약 4조원 정도 많지만, 업비트가 케이뱅크에 맡겨놓은 예금이 4조원이다. 이 예금은 대출자산으로도 활용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존재한다.

지난 7월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케이뱅크가 업비트에 지급할 예치금 비용도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7월 당시 이자비용은 36억원이었지만 8월에는 73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에 예치금 이자율이 기존 0.1%에서 2.1%로 두 배 이상 상승하며 이자비용이 증가한 것이다.

케이뱅크 FI(재무적투자자)들의 구주매출도 IPO 흥행의 장애물 요소로 꼽힌다. 앞서 지난 2021년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탈 △제이에스신한파트너스 등은 이번 IPO에서 투자금 일부를 회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시 이들 기업은 케이뱅크 유상증자 과정에 참여해 총 7250억원을 투자했다. 1주당 취득 단가는 6500원으로 현재 케이뱅크 비상장주식 가격이 1주당 1만7000원임을 고려하면 상장 후 매각에 따른 시세차익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의 이번 IPO 공모 주식수는 8200만주, 이 중 절반인 4100만주가 구주매출로 이뤄져 있다.

구주 매출은 투자자들 입장에서 상장 기업 가치가 정점에 달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예컨대 지난 2021년 하반기 상장했던 크래프톤은 구주매출 비중이 35%에 달하며 주가가 공모가 35%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IPO가 흥행에는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상장 후 주가 방어는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카카오·토스뱅크처럼 케이뱅크의 플랫폼이 강하다고 볼 수 없다"며 "케이뱅크의 실적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계대출(주담대)가 증가하면서 이자이익에서 혜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계대출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극심해 질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대출, 외환 부분에서 카카오·토스뱅크보가 낫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신주 매출이 높을수록 좋은데 구주 매출이 절반에 달한다는 것은 상장 후 주식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1금융권의 상장은 분명한 흥행 요소지만, 상장 후 성장세를 전망한다면 대출 규제, 금리 인하 등의 요인에 주가가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케이뱅크는 오는 21~22일 이틀 간 공모 청약을 진행한다. 상장 예정일은 오는 30일이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대표주관사로 나선다.

임이랑 빅데이터뉴스 기자 lim625@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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