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을 포기한 것은 금융당국의 제동이 크게 작용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간 분할합병 진행은 금융당국의 처사를 무시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두산에너빌리티는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8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만기는 2년물(300억원), 3년물(500억원)으로 구성됐으며, 희망금리밴드는 만기별 개별민평금리 평균에 –30~+30bp를 가산해 제시했다. 또한 이번에 조달된 자금은 오는 27일 돌아오는 공모사채(800억원) 상환에 사용된다.
대표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등이 공동 담당하며, 인수 업무는 △유안타증권 △대신증권 △신영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이 참여한다. 두산에너빌리티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BBB+로 비우량채에 속한다. 따라서 발행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주관사 및 인수단 규모에 힘을 줬다는 평가도 따른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달 진행할 계획이었던 회사채 수요예측을 잠정 연기한 바 있다.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투자자들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한 채권운용역은 “채권투자에서 가장 우선되는 것은 성장성보다는 안정적인 이익창출”이라며 “두산에너빌리티에 있어 두산밥캣은 안정적인 이익창출의 핵심 키(Key)였지만, 이를 떼어낸다는 것은 채권시장에 있어서도 악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기존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으로 인해 그룹 내 계열사 주가가 급락했다는 점에서, 이번 회사채 수요예측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두산그룹, 소액주주·금융당국 무시하고 ‘지배구조 개편’ 강행하나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계약을 본격적으로 나선다. 이번 분할합병계약의 핵심은 여전히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이다.
분할합병의 경우 두산에너빌리티가 자회사 두산밥캣을 분리해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것이다. 예컨대 두산에너빌리티도 두산밥캣 분할을 통해 얻은 자금으로 증가하고 있는 글로벌 원전 수요에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상반기 자회사 두산밥캣의 실적 부진 여파로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22.3% 감소한 6679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2207억6700만원으로 같은 기간 15.99% 줄었다.
이처럼 두산밥캣의 실적 부진이 두산에너빌리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 소액주주 및 투자자들에게 두산밥캣은 두산그룹 캐시카우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두산밥캣은 지난 2022년 북미 건설기계 시장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마찬가지로 지난 2022년 말 당기순이익 6440억원을 기록했으며 2023년 말에는 9214억원을 시현했다.
앞서 두산그룹은 △클린에너지 △스마트머신 △첨단소재를 3대 축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특히 로봇사업 강화를 위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를 합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합병비율은 1대 0.63이었다. 따라서 적자기업인 두산로보틱스(0.63)와 두산밥캣(1)의 합병비율은 불합리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5일 KBS 시사프로그램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시가 기준 기업가치를 산정했더라도 현행법상 일부 할증·할인을 할 수 있다”며 “두산이 최근 투자자설명(IR)에 나선 것 같지만, 젠슨 황 엔디비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 경영진들은 꾸준히 직접 나서 기업 경영 방침 등에 대해 투자자에게 설명을 제공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존에 제출한 신고서는 합병의 표면적·실질적 목적이 무엇인지, 두산밥캣 자금이 다른 곳에 쓰일 때 재무적 위험은 없는지 등에 대해 투자자들이 충분히 알 수 없다”고 지적하며, 두산그룹이 밝힌 합병 목적과는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소액주주들도 이러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향후 미래성에 맞춰진 것 같다”며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시총은 비슷하기에 시장가격도 그렇게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산로보틱스는 향후 산업구조가 자동화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미래성장성 부분이 포함 된 것 같고, 두산밥캣은 최근 실적에 있어 정점을 찍었지만 대외적인 분위기와 함께 손자회사라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이 합병비율에 대해 지적하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임이랑 빅데이터뉴스 기자 lim625@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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