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전기, 주가 급락…구리수요 급증에 전력기기株 '널뛰기'

김준형 기자

2024-05-27 06:40:24

세명전기, 주가 급락…구리수요 급증에 전력기기株 '널뛰기'
[빅데이터뉴스 김준형 기자]
세명전기 주가가 시간외 매매에서 급락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시간외 매매에서 세명전기 주가는 종가보다 2.3% 내린 5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세명전기의 시간외 거래량은 8만2859주이다.

최근 세명전기의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AI) 열풍과 이상기후 우려로 전력 사용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수요가 늘어난 구리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지난 20일(현지시간) 구리 선물(3개월물) 종가는 t당 1만 856.5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건설업 부진 여파로 지난해 5월 7000달러까지 추락했던 구리 가격은 연말 8000달러를 넘더니 급기야 최고점(1만 460달러·2021년 5월)마저 넘어섰다.

이는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AI 열풍과 전기차, 데이터센터 등 전력 사용량이 많은 첨단 산업이 발전하면서 구리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제조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구리는 경기 선행 지표로서 신뢰가 높아 '닥터코퍼(Dr. Copper·구리 박사)'로 불린다. 구리는 경기 사이클에 민감하게 반응해 구리 가격이 오르면 세계 경기회복 기대감도 높아진다.
특히 올 여름 6월부터 라니냐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구리 가격을 자극하고 있다. 겨울철 북반구 지역에 강추위가 시작되면 천연가스, 난방유 등 수요가 강해지면서 구리 가격도 오르게 된다.

증권가는 구조적으로 타이트한 공급 상황이 지속되면서 사상 최고치를 향한 구리 강세 랠리는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광산 공급 축소와 중국 제련소 감산 등으로 구리 가격은 1t당 1만 달러에 육박했다"며 "구리 시장에서 AI 열풍을 더한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투자 등의 수요 모멘텀이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구리가격 상승은 전선업체 실적에 호재다. 전선업계의 경우 대부분 수주 시 구리 가격 상승에 따라 판매 가격을 연동하는 조항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선 제조 원가의 90% 가량을 차지하는 구리 가격이 오르면 제품 가격에 반영돼 매출이 증가하게 된다. 여기에 보유하고 있는 구리 자산 평가액도 늘어나는 것도 실적 개선 요인이다.

특히 구리 수요 증가는 전선업계의 업황과도 직결된다. 미국의 노후 전력망 교체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해상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전환 흐름에 따른 구리 수요 증가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향후 전선업계의 지속적인 수주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전선은 최근 글로벌 인프라기업 밸푸어비티가 영국 북부지역의 신규 초고압 전력망을 구축하는 사업에 전선을 공급하기로 하는 3800만달러(약 508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가온전선의 모회사이자 국내 1위 전선업체인 LS전선도 대만과 유럽 북해 지역의 해상풍력발전소에 설치될 해저케이블을 공급하기로 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LS전선과 대한전선의 수주잔액은 각각 4조3677억원과 1조6288억원으로, 1년 전 대비 48.2%와 20.5% 늘었다.

실적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한전선의 작년 연간 영업이익은 789억원으로, 전년 대비 63.71% 증가했다. 2008년 이후 15년 만의 최대치다. 대원전선과 가온전선도 작년 영업이익이 1년 전에 비해 각각 880.13%, 53.60% 늘었다.

일진전기의 경우 수요 증가에 맞춰 신규 공장을 준공하고 있다. 신규 공장은 올해 10월로 시험가동을 거쳐 12월에는 정상가동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전선부문 매출은 증설 전 3800억원에서 62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기존 전력망 보강, 신규 전력망 신설, 노후 설비 교체 등이 이뤄지고 있어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세명전기는 송·배·변전선용 금구류 개발·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도맡아 하는 기업이다.

일본에서 100% 수입하던 금구류를 국내 최초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사업보고서에서 “송전 손실 및 교류 송전의 단점을 극복한 전력전송 방식인 HVDC(초고압직류전송) 500kV 대용량 송전선 금구류를 개발 중”이라며 “RE100 등 탄소 배출 제로를 위한 각국의 에너지 효율화 정책에 따라 효율적인 송전 시스템 설치가 더욱 필요하게 되므로 초고압 송전선로 설치와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한 금구류의 수요는 계속 증가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준형 빅데이터뉴스 기자 kj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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