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부터 경기도 부천에서 배달일을 하던 A 씨는 배달 중 두 번의 사고를 겪은 후 후유증에 시달렸다. 몸은 회복했지만, 잠이 들면 장애물을 만나거나,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아 오토바이 사고가 나는 꿈을 반복적으로 꾸는 등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결국 병원에서 ‘재경험’이라는 진단을 받게 됐다.
재경험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PTSD)의 증상으로 사고가 반복해서 떠오르거나 악몽, 사건이 현재 일어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을 말한다. A씨에게 정신과 상담 비용은 만만치 않았고, 정부가 운영하는 지원 센터에서는 큰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이때 A 씨에게 힘이 된 것은 ‘우아한 라이더 살핌기금’이었다. A 씨는 온라인에서 우연히 기금을 알게 됐고, 120만 원가량의 의료비 지원을 받았다. A 씨는 “사고로 인한 두려움과 ‘계속 배달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갑작스러운 병원비 등으로 생계가 위협받았었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사례2
인천 영종도 지역에서 배달업을 했던 B 씨는 5년 차 베테랑이었지만, 지난해 12월 배달 중 교통사고로 골절상을 입었다. 사고 직후 수술비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원으로 해결됐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일을 못 해서 생계도 걱정해야 하는 마당에 2차 수술비 부담은 막막했다.
병원 소개로 라이더 살핌기금을 알게 된 B 씨는 카카오톡으로 신청하고 1주일 만에 300만 원가량을 지급받았다. 배달대행업체 소속인 B 씨는 “배달의민족 소속도 아닌데 지원해 줘 감사할 따름”이라고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20일까지 올해 우아한 라이더 살핌기금을 통해 긴급 의료비를 지원받은 라이더가 102명이라고 23일 밝혔다.
지난 4년의 운영기간 중 올해 가장 많은 라이더가 살핌기금의 지원을 받았다.
올해부터 음식배달 외에도 B마트나 배민스토어 등 상품배달을 수행하는 라이더로 대상을 확대하고 지난해말 홈페이지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살핌기금을 찾는 라이더가 예년보다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우아한 라이더 살핌기금은 국내 첫 라이더 지원제도다. 이 기금은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창업자가 2019년 사랑의열매에 기부한 사재 20억 원에 우아한형제들이 1억 원을 더해 조성됐다. 사업 운영은 신나는조합이 맡고 있다. 배달의민족 소속 여부와 상관없이 배달 중 교통사고로 긴급한 의료비가 필요한 전국의 배달 라이더에게 의료비와 생계비를 지원한다.
2019년 사업 첫 해 30명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12월 20일까지 295명이 1명당 평균 400만 원꼴로, 총 11억8천여만 원의 긴급 지원을 받았다. 기금 지원을 받은 라이더의 절반 이상이 1인 가구이고, 몸이 아파 끼니를 잘 챙겨 먹기 힘든 점을 감안해 회복키트(건강식)을 전달하기도 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원 대상과 지원 규모도 꾸준히 확대하며 제도를 개선해 왔다. 기존 1인당 1천만 원에서 최대 1,500만 원 이내로 금액을 늘렸고, 지원 기준도 중위소득 140%로 완화했다.
또 라이더들이 기금을 이용하는데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카카오톡으로 상담과 신청을 할 수 있게 했다. 올해부터는 배달 서비스 영역이 확대된 만큼 배달 중 사고가 난 라이더로 대상을 넓히고 간병비와 심리치료 지원도 의료비 지원 항목에 포함했다.
3년 차 라이더 C씨의 경우 지원비가 늘어나 혜택을 본 경우다. C씨는 인천 부평에서 배달하다 지난 5월 빗길에 미끄러지며 마주 오는 차량과 부딪혀 요추 골절, 하반신 마비 등 크게 다쳤다. 마침 병원의 소개로 라이더 살핌기금을 알게 됐고, 의료비, 생계비 등 1,500만 원을 지원받았다. 그는 현재 하반신 마비를 치료하기 위해 재활 중이다.
라이더들은 기금을 통해 경제적은 물론, 심리적으로도 도움을 받았다는 평가다. 실제 우아한형제들이 올해 지원받은 라이더를 대상으로 진행한 만족도 조사에서 심리적 어려움에 도움이 됐는지 묻는 설문에 85%가 ‘매우 도움이 됐다’고 응답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해결했다는 응답보다(78%) 더 높게 나타났다.
또 ‘치료비 부담으로 병원 방문 포기를 경험했다’는 라이더는 7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살핌기금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어려움을 겪는 라이더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는 의미다.
우아한형제들은 앞으로 살핌기금을 통해 라이더들에게 경제적인 지원뿐 아니라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지원하는 등 다각도에서 라이더의 회복과 복귀를 돕는다는 계획이다.
또 경력이 적은 초보 라이더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사고율 감소를 위해 교통법규 준수 및 안전에 대한 사전 교육 강화와 안전의식 제고를 이는 노력도 함께할 계획이다. 실제 우아한형제들의 물류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은 남양주에 배민라이더스쿨을 운영하며 라이더들의 안전운전 교육과 안전의식 제고에 힘쓰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김중현 가치경영실장은 “경제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사고 이후 겪는 불안 등 심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하는 라이더들이 많았다”며 “사후관리 차원에서도 경제적, 정서적인 지원을 이어갈 수 있도록 고민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효경 빅데이터뉴스 기자 chk@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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