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승무원과 승객의 빠른 대처로 제압돼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연합뉴스에 실린 제주항공 관계자와 승객들의 전언에 따르면 사고는 이날 새벽 1시 49분(현지시간) 필리핀 세부공항에서 항공기가 이륙한 지 1시간가량 지나 발생했다. 새벽 시간이어서 대부분 승객이 잠을 자고 있을 때였다.
이 항공기(7C2406편)에는 승객 183명이 타고 있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륙 후 한 시간 뒤 출입문 쪽 좌석에 앉아있는 승객의 불안한 행동을 확인했다"며 "자꾸 두리번두리번해 불편한 점이 있는지 묻자 '가슴이 답답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승무원은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 이 승객을 출입문과는 떨어진 앞쪽 자리(1C 좌석)로 옮겨 주의 깊게 관찰했다.
하지만 이 승객은 좌석에서 일어나 항공기 오른쪽 출입문 'R1 도어'로 다가가 문을 열려는 시도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결국 승무원이 제압에 나섰고, 주변의 남성 승객 4명도 자리에서 일어나 이를 도왔다.
이후 이 승객은 결박된 채로 1C 좌석에 구금됐다. 제주항공은 착륙 후 이 승객을 인천공항경찰단에 즉시 인계했다.
이 항공기에 탔던 승객 일부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네이버 여행 카페에 아찔했던 당시 순간을 전했다.
'든***' 닉네임의 승객 A씨는 "졸다가 깼는데 앞쪽 좌석에 승무원들과 한 청년이 서 있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이내 다급한 승무원의 비명이 들렸고 건장한 멋진 분들이 청년을 제압했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상황이 종료된 지 1시간가량 지난 뒤에는 기내 중간 부분 자리에서 "살려주세요"라는 외침이 들렸다. 다른 승객이 쓰러지며 소리를 지른 것으로, 기내에 탑승한 의사의 진료 이후 진정됐다고 한다.
승객 A씨는 "'(문이 열릴 뻔한 상황에) 너무 놀라 쇼크가 온 것 같다'는 이야기가 들리더라"고 전했다.
'불***' 닉네임을 쓰는 승객 B씨는 "남자 승객이 비행기 문을 열겠다고 소동을 벌이는데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고 전했다.
B씨는 "이후 가운데 앉은 남성분이 쓰러지기도 했다"며 "한 비행기에서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나는 게 가능한가 싶기도 하면서 아직도 문 열려고 하신 분 표정이 생각나 꿈에 나올까 무섭다"고 했다.
닉네임 '베***'인 승객 C씨는 "자고 있다가 사람들이 웅성거려 깼는데, 승무원들이랑 승객들이 남자를 포박하고 맨 앞으로 끌고 가더라"며 "한참 뒤에 '난동이 있었고, 잘 처리했으니 걱정하지 말고 휴식하라'라는 기내 방송이 나왔다"고 밝혔다.
현장 승객들은 한목소리로 승무원과 주변 승객의 발 빠른 제지로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감사를 표했다.
A씨는 "승무원과 승객이 모두 너무 멋있었다"며 "제주항공 측에서 따로 보상한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B씨는 "승무원들이 힘든 상황에서도 끝까지 노력해 주셔서 정말 미안했다"고 했고, C씨는 "승무원들 진짜 고생 많았다. 침착하게 잘 대응했다"고 전했다.
강지용 빅데이터뉴스 기자 new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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