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철의 펀치펀치] 국방부 전임 본부장의 수상한 알박기 인사

2022-12-15 10:06:15

문인철 논설위원
문인철 논설위원
국방부 조사본부가 심상치 않다. 쉬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조사본부가 어디인가. 국방부 직속 군 최고의 수사기관이다. 육·해·공군 군사경찰의 최상위 부대로서 임무를 수행한다. 주요 활동을 보자. 군 관련 범죄예방 및 수사를 한다. 사망사고가 났을 때 조사를 담당한다. 방위사업 비리 및 부정 군수품을 단속한다. 국군교도소도 조사본부 산하다. 국방 헬프콜을 운영한다. 그런 일이 발생하면 안 되지만 계엄령이 시행됐을 때 계엄사령부 치안처를 운영한다. 본부장은 별 하나인 준장이 맡고 있다.

조사본부가 뜨면 문제가 있는 군인들은 벌벌 떨 수밖에 없다. 직급을 상관하지 않는다. 일반 사병이든 별이든 모두 대상이 된다. 방위사업과 군수품도 부정이 개입되면 민간인도 대상이다. 명실공히 조사본부는 군과 관련된 모든 범죄를 담당하는 최고의 군사경찰 조직이다.

이런 조직에서 쉬쉬하고 있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전임 본부장의 학회 논문 공동 저자 건 때문이다. 박사논문도 아니고 학회 논문 하나 가지고 호들갑인가 하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더욱이 전임 본부장은 지난해 전역한 예비역 준장이다. 그런데 문제가 간단치 않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박사논문 자격을 강화시켰다. 예전에는 박사과정에 필요한 과목을 수강하고 종합시험만 통과되면 박사논문을 쓸 수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박사논문을 쓰기 전 적게는 1편 많게는 3편의 논문을 학회지에 실어야만 박사논문을 쓸 자격이 생긴다.

전임 본부장은 박사과정 수업을 모두 마친 상태였다. 이제 박사학위를 받기 위한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논문 2편이 필요했다. 그런데 본인의 실력으로는 버거웠나 보다. 부하의 힘을 빌려 공동 저자로 학회지에 논문을 게재한다. 단순히 부하의 도움을 조금 받아 공동 저자가 되었다면 문제가 없다. 논문 2편 중 하나는 부하가 작성했다. 또 다른 1편은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돕다가 완성 직전에 당사자인 전임 본부장이 포기했다고 한다. 현재 국회에서 국방부 조사본부를 상대로 해명과 그에 따른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자료 제출도, 명확한 해명도 없이 오히려 문제를 크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고 예비역 장성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가혹할 수 있다. 하지만 논문작성 대가로 사무관이 서기관으로 승진했다면 말이 달라진다. 논문작성 뇌물을 받고 승진을 시켜준 셈이다.

승진과정도 석연치 않다. 전임 본부장이 본인 전역일 하루 전 논문 집필자를 승진시켰다. 승진 발표 전 핵심 참모들이 반대했다. 후임 본부장에게 맡기는 것이 옳다는 건의도 올렸다 한다. 하지만 전임 본부장은 강행했다. 꼭 정치권의 알박기 인사 같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이 인사를 해버리는 알박기 인사다.

군 장성들의 박사학위나 박사과정 수료에 대한 애착은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사라는 명칭에 폼만 잡으려는 것이 아니다. 별 하나나 별 둘로 전역한 예비역 준장이나 소장의 나이는 평균 50대 중반이다. 집에서 쉴 나이가 아니다. 재취업을 해야 한다. 이때 박사나 박사과정 수료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된다. 새로운 직장을 찾기가 쉽다. 대접도 달라진다. 그래서 욕심이 났던 걸까. 전임 본부장은 부하와 함께 한 학회지에 공동 저자로 논문을 게재하는 데 성공한다. 학회지에 실리도록 모든 일을 다 한 부하에게 반대급부를 줘야 한다. 승진 선물이다.

무리수가 되었다. 조직의 끈끈한 정을 믿었을 것이다. 나가는 장군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거라는 확신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시절이 달라졌음을 인지하지 못한 것 같다. 부당한 승진에 대한 거부감이 매우 크다. 내부에서 부글부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하지만 밖으로 새지는 않는다. 발설했다간 인사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다.

사안의 중대성을 인지했는지 국방부 감사관실에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다. 언급한 내용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면 더욱 바람직하다. 승진한 사람에 대한 시기와 질투 때문에 나온 소문이라면 차라리 좋겠다. 그런데 바램과는 다르게 조사본부 내에서 은폐하려는 시도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이라면 쉬쉬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논문 뇌물 당사자인 전임 본부장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논문 건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에게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의 수사기록을 보여준 혐의다. 개인정보 위반 건이다. 전임 본부장이 대령에서 장군으로 승진하던 그해의 일이다.

공정까지 들먹일 필요도 없다. 상식이다. 군은 기강이 최우선이다. 최고의 군 경찰조직인 조사본부에서 쉬쉬하고 은폐하면 기강이 무너진다. 현재 진행 중인 국방부 감사관실의 감사 결과를 두고 보겠다. 여의치 않으면 총리실 나아가 대통령실에서도 살펴봐야 한다. 논문 뇌물과 그 대가에 따른 승진 카르텔에 대한 명확한 사실을 밝혀야 한다. 국방부와 국방부 조사본부는 아직 기회가 있다. 군 기강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문인철/빅데이터뉴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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