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소개] 김원근 재미 변호사 '명예훼손' 출간…사실 밝혔는데 왜 '형사처벌'?

김궁 기자

2022-07-20 17:11:25

'명예훼손' 김원근 저
'명예훼손' 김원근 저
[빅데이터뉴스 김궁 기자]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며 국가 형벌권의 남용입니다."

사법시험 30(1988) 합격 후, 국내 변호사 10, 미국 변호사(버지니아, 메릴랜드, 워싱턴 D.C. 3개주) 16년 경력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재미 김원근 변호사가 정주명 변호사와 함께 쓴 저서 '명예훼손'이 지난 15일 박영사에서 출간됐다.

비록 국내 변호사 10년의 경력이 있지만, 현재는 미국 변호사로 활동중인 저자가 굳이 국내 법 체계의 '명예훼손'을 거론하며 힘든 공력을 쏟아부어 650여쪽에 달하는 두꺼운 전문서적을 펴낸 이유는 뭘까.

저자는 서문에서 "명예훼손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많이 이슈가 되고 있는 법률분야입니다. 저는 우리나라에서 명예훼손과 관련된 많은 케이스들의 피해자들이 법원이 아닌 수사기관을 통하여 분쟁을 해결하는 것을 보고 많은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라고 생각의 단초를 풀어놓는다.

저자는 이어서, "또한 2020년도에 헌법재판소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과 관련된 형법규정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을 보고 우리나라의 명예훼손과 관련된 법이 너무 많이 잘못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라고 술회했다.

명예훼손은 사실적시에(진실한 사실을 공개하는 것에) 의한 명예훼손(형법 307조 제1),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형법 307조 제2) 크게 둘로 나눈다. 여기에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 다양한 개별 유형이 추가로 분화된다. 특히, 사실적시 명예훼손(307조 제1)의 경우 제 310'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는 위법성 조각의 단서가 붙어 있기도 하다.

얼핏 보면 잘 짜여진 법 체계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적어도 두가지 이상의 큰 함정이 있다.

첫째는, 공공이 반드시 알 필요가 있는 중요한 진실을 위험 또는 손실을 감수해 가며 알렸는데 왜 범죄인으로 처벌을 받느냐는 의문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상대방이 공적 지위에 있는 경우와 개인간의 분쟁(프라이버시 보호)은 달리 취급된다.

저자는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며 국가 형벌권의 남용입니다. 형법의 기본원리에도 반하기 때문에 하루 빨리 관련 형법규정을 없애야 합니다. 특히 공인에 대한 혹은 공적인 관심사에 대한 명예훼손과 관련해서는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형사처벌을 하면 안됩니다"라고 통렬히 비판한다.

두번째는, 수사기관을 통한 분쟁 해결은 민사적 다툼에 비해 훨씬 두려운 물적, 심적 고통과 절차의 강제성을 수반하는데 명예훼손을 형사문제화 하면 얼마든지 사적 복수의 도구로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괘씸죄로 괴롭히기에 딱 좋은 형벌 규정이다.

실제, 내용의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 일단 명예훼손으로 걸어 놓으면 사실을 공개한 당사자는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에 불려가 준 범죄인 취급을 받으며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이라는 내용이 입증을 거쳐 확정될 때 까지, 엄청난 물리적, 심적 고통을 겪게된다.

특히, 언론보도에서 100% 사실만을 보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직접 당사자도 기억이 흐려지면 잘못된 주장을 할 수 있는데, 하물며 이를 듣거나 추적하여 보도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100% 있는 사실 그대로를 기록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307조 제1'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구제 조항인 제 310조의 '진실한 사실로서'라는 표현에서 벌써 함정의 여지가 나오게 된다.

실제 사실을 공개했음에도 그 중의 일부 표현이나 추상적 태도를 허위의 사실로 문제 삼아 고소, 고발하고 처벌 받게하는 악의적 공격이 현실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우리나라에는 수사기관을 통하여 명예훼손 관련 분쟁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아주 뚜렷한데 이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려는 헌법가치가 무시되고 있습니다. 이는 형사사법권의 남용이며 반드시 시정되어야 합니다"며 현행 명예훼손 체계에 대한 근원적 문제 제기와 함께 개선책 마련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김궁 빅데이터뉴스 기자 new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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