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피스트의 시초는 10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17세기에 이르러 프랑스 트라프 수도원의 드 랑세 아빠스를 중심으로 수도원 쇄신운동이 성공하게 되는데, 이 개혁에 따른 수도회를 엄률(嚴律) 시토회라 부르고 그 정신을 받아들인 수도자들을 그 발상지인 트라프의 이름을 따 트라피스트라는 별명으로 부르게 되었다. 수도자들은 봉쇄구역에서 성 베네딕트의 규칙에 따라 공동생활과 신을 직관적으로 인식하고 사랑한다는 관상(觀想) 생활을 하는데, 하루 7번의 일상기도와 노동, 독서, 채식 등 엄격한 수행 생활을 한다. 국내에는 1987년 일본인 안젤라 수녀(?∼1989)에 의해 경상남도 마산시 합포구 구산면 수정리에 진출하여, 현재 종신서원자 등 30여명의 수녀가 수행하고 있다. 이곳의 정식 명칭은 ‘엄률 시토회 수정의 성모 트라피스트 수녀원'.
베네딕트 규율에 따라 8시간 기도하고, 8시간 일하고, 8시간 휴식을 하는 벨기에 시메이의 트라피스트 수도회에서 8시간 노동시간 중 주변 마을 공동체를 위하여 1850년 맥주를 처음 만들기 시작하며 탄생한 시메이는 절대로 대형 공장를 만들지 않고 반드시 수도원에서 수도사들이 수작업으로만 생산해야 한다는 규칙을 준수하며 지금은 유명한 맥주가 되어 수요와 공급 때문에 벨기에 6곳, 네덜란드 2곳, 미국 1곳의 수도원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들 수도회들은 후원금으로 운영하지 않고 치즈나 맥주를 만들어 판매한 수익금으로 자신들은 언제나 검소하게 생활하며, 나머지는 낙후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사용한다고.
2차대전 중 독일군 폭격으로 벨기에 수도원이 파괴되어 맥주종균이 사라져 한때 폐쇄 운명을 맞이하였지만, 전쟁 후 부서진 공장에서 이스트균을 가까스로 찾아 맥주를 복원하는 위기도 있었다. 특히 시메이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은 6천년 전 메소포타미아에서 최초로 귀리를 원료로 만든 제조방식을 그대로 사용한 완전 수제 맥주라 홍보를 하지 않아도 이야기가 살아서 스스로 움직이는 맥주의 전설이 되고 있다고 한다.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맥주 이야기는 수익금이라는 물욕과 술이라는 방탕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 수도사들의 철저한 자기절제의 극치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지역발전을 위하는 숭고한 정신을 보여주는 표본이다.
조동환 빅데이터뉴스 기자 fit2figh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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