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MA, CHAPTER THREE'는 2021년에 개최하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첫 전시로, 다채로운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을 대표하는 소장품을 소개하기 위해 기획했다. 이번 전시는 2019년 2월 첫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 'APMA, CHAPTER ONE'과 2020년 7월 고미술을 다룬 'APMA, CHAPTER TWO'에 이은 세 번째 소장품 특별전이다. 이전 두 전시에서는 1979년 태평양박물관 개관 이후 역사를 함께한 소장품을 소개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에 공개되지 않았던 현대미술 소장품을 중심으로 관람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국내외 작가 40여 명이 참가한 특별전에서는 총 7개 전시실에서 회화, 설치, 조각, 미디어, 공예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50여 점을 선보인다. 1960년대 개념미술부터 2020년 제작된 작품들까지 포괄하는 전시를 통해 현대미술의 역사와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현문필 학예팀장은 “이번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에서는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며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소장품을 통해 동시대 작가들의 신선한 시도를 몸소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 1 전시실 벽면에는 각기 다른 서사를 담은 대형 회화를 전시하고 중앙에 현대 목공예 작품을 배치하여 조화를 모색했다. 회화 작품 중 스털링 루비(Sterling Ruby)의 <창문. 솜사탕.(WIDW. FAIRY FLOSS.)>을 주목할 만하다. 높이 3.3미터, 폭 2.5미터에 이르는 화면에 물감과 판지, 천 등의 재료가 결합된 콜라주의 색과 질감에서 나오는 강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제니퍼 바틀렛(Jennifer Bartlett)의 <보라색 통로(Purple Corridor)>도 만나볼 수 있는데, 작가의 대표적 작업인 에나멜 격자 회화에 대화형 이야기가 삽입되어 있다. 전시실 중앙에는 2017년 로에베 공예상(Loewe Craft Prize)을 수상한 에른스트 갬펄(Ernst Gamperl)의 목공예를 감상할 수 있다. 다양한 크기와 디자인으로 재탄생한 나무들은 관람 위치에 따라 그 형태가 극적으로 달라지는데, 수십 점의 작품은 각기 다른 자연의 힘을 간직하고 있다.
▲ 2 전시실에는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한국의 현대 미술가 두 명을 소개한다. 먼저, 화려함 뒤에 인간의 절망과 한계를 안고 있는 이불 작가의 조각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작가의 초기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사이보그 W7(Cyborg W7)>과 독일 건축가 브루노 타우트(Bruno Taut)의 작업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스턴바우 No. 29(Sternbau No. 29)> 등을 나란히 전시하여 작품세계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전시실 안쪽에는 최우람의 <울티마 머드폭스(Ultima Mudfox)>가 자리한다. 앙상한 뼈와 머리만 남은 모습에 날개가 출렁이는 이 작품은, 정교한 키네틱 작업으로 잘 알려진 작가의 첫 기계 생명체 작품이다.
▲ 3 전시실에서는 미니멀리스트 조각가 프레드 샌드백(Fred Sandback)의 설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는 공간을 가로지르는 아크릴 실을 설치하여, 작품을 관람하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선과 가상의 면을 넘나드는 기하학적인 조각을 만들어낸다.
▲ 4 전시실에서는 현대미술사의 주요 전환점들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작품들과 함께 다수의 현대미술 작가들의 실험성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먼저, 미국 미니멀아트의 선구자인 도널드 저드(Donald Judd)의 설치 작품 <무제(Untitled)>와 개념미술가 조셉 코수스(Joseph Kosuth)의 네온 작품 <다섯 개의 다섯 개(도널드 저드에게) Five Fives (to Donald Judd)>를 만날 수 있다. 코수스는 저드가 포스트 모더니즘 미술과 자신의 작품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작품은 저드의 작품 철학을 단어들로 표현하고자 시도한 것으로, 두 작품이 마주 보게 전시하여 작가 간의 대화를 형성하였다. 로셸 파인스타인(Rochelle Feinstein)의 텍스트를 접목한 추상 회화 작품 <러브 바이브(Love Vibe)>뿐만 아니라, 얀 보(Danh Vo)와 양혜규와 같은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직사각형의 공간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공간 구성은 작품들의 특성을 극대화하여 체감할 수 있게 한다.
▲ 5 전시실에는 미디어 아티스트 듀오 장영혜중공업의 영상 <유토피아로 여행하기(Traveling to Utopia)>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재즈 음악의 비트에 맞추어 한편으로는 첨단 기술을 찬양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인이 겪는 디지털 시대의 폐해를 역설적으로 풀어낸다.
이어서 ▲ 6 전시실에는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 아담 펜들턴(Adam Pendleton), 메리 코스(Mary Corse), 그리고 피타 코인(Petah Coyne)의 작품을 포함한 대형 회화, 설치, 조각을 전시한다. 관람객의 동선과 시야에 개입을 최소화해 대형 작품들을 거리감 있게 감상할 수 있게 하였다. 아담 펜들턴의 <나의 구성요소들(These Elements of Me)>은 작가의 연작 중 규모가 가장 큰 작품으로, 전시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다. 흑백으로 실크스크린된 이 작품은 아프리카 조각과 마스크 이미지, 작가가 직접 쓰거나 차용한 글귀, 기하학적 도형들이 중첩되며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메리 코스의 <무제(내면의 흰색 띠들) Untitled (White Multiple Inner Band)>은 2018년 뉴욕 휘트니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과 2019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미술관(LACMA)에서 개최된 회고전에 출품되었던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한쪽에는 피타 코인의 조각이 아름다우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작품의 유기체적인 형태와 왁스로 이루어진 독특한 표면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 7 전시실은 지난 1월 작고한 김창열 화백을 기리고자 특별히 마련된 공간이다. 그의 작품 철학이 응집된 <회귀(Recurrence)> 연작 한 작품과 더불어 육명심 작가가 촬영한 생전의 모습을 함께 전시한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역동적인 현대미술을 한자리에 선보이는 이번 전시를 통하여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예술의 여정에 동참하고자 한다. 코로나19로 침체된 사회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문화예술 향유의 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한편, 이번 전시는 안전한 관람을 위하여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마스크 착용과 발열 체크 후 관람이 가능하다.
장순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new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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