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 전국 직장인 6,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투 전후 직장인 실태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76.6%가 “인사팀의 대처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부 응답 순으로 보면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의 절반에 달하는 46.6%(2,805명)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 뒤로는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30%(1,803명), ‘보통이다’ 10.1%(606명), ‘신뢰한다’ 8.1%(488명), ‘매우 신뢰한다’ 5.2%(315명) 순이었다.
이 같은 불신 풍조는 여성 직장인에게서 더욱 뚜렷이 드러났다. 응답자가 남성인 경우 인사팀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전체 남성 응답자의 73%인 데 반해, 응답자가 여성인 경우 전체 응답자의 80%가 인사팀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매우 신뢰한다’고 응답한 여성은 4%에 불과했다.
소속 산업별로 보면 전체 53개 산업군 중 인사팀 대처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낮은 산업군은 조선업이었고, 그 뒤로 건축자재, 방산, 자동차, 통신 순이었다. 1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긴 결과, 가장 점수를 높게 받은 산업군인 스타트업조차 총 7점을 넘지 못했다. 산업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성폭력에 대한 회사의 대처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불신감 팽배의 배경에는 미투 운동에 대한 기업의 안일한 대처가 원인으로 꼽힌다. 미투 운동이 확산되며 피해자 보호, 관련자 처벌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기업은 책임면책용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설문을 진행한 블라인드 측 관계자는 “2017년 말 같은 설문조사를 실시했을 당시 ‘인사팀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자의 30%가 채 되지 않았다. 불과 몇개월만에 눈에 띄게 높아진 수치”라며 “미투 운동을 통해 직장인 사회에서 성폭력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진 데 반해 기업의 대처는 인식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승주 기자
<저작권자 © 빅데이터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