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 이승은·박세필 교수팀은 사람에게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키는 3개의 유전자를 가진 체세포 복제돼지 ‘제누피그’를 생산하고, 관련 기술을 국내외에 특허 출원했다고 8일 밝혔다. 제누피그라는 이름은 제주국립대학교(Jeju National University Pig)의 영문 이니셜에서 따왔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우장춘프로젝트’와 제주도 공동과제로 이뤄진 이번 연구에는 미래셀바이오(대표 김은영), 국립축산과학연구원(박미령 박사), 메디프론디비티(대표 김영호), 건국대(박찬규 교수), 포천중문의대(최영석 교수)가 함께 참여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서 지나치게 증가할 때 발생하는 질환으로, 이 단백질의 농도가 높아지면 뇌의 신경세포가 파괴되고 결국 기억이 지워진다. 전화번호나 사람 이름을 잊어버리는 등의 기억장애와 말하기·읽기·쓰기에 문제가 생기는 언어장애, 방향감각이 떨어지는 시공간능력 저하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지금까지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대한 신약개발이나 발병 메커니즘 연구에는 설치류 모델이 주로 이용됐다. 하지만 사람과는 생리학적, 내분비학적 특성에 차이가 커 연구 결과의 신뢰도에 논란이 많았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알츠하이머성 치매 신약 효능 검정을 할 전임상 대체 동물로 꼽혀온 게 돼지다. 돼지가 사람과 유사한 장기구조와 생리적 특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치매 유전자를 가진 복제돼지 생산 사례는 그동안 다국적 제약사 얀센이 보고한 1건뿐이었다. 그나마 이 복제돼지는 1개의 치매 관련 유전자(APP)만 이식됨으로써 치매동물 모델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그동안 축적한 제주 흑돼지 복제기술을 이용했다. 사람에게서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농도를 높이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 3개(APP,Tau, PSI)를 복제하려는 흑돼지의 체세포에 ‘다중벡터 시스템’으로 미리 주입한 뒤 공여 난자의 핵과 바꿔치기해 대리모에 임신시키는 방식을 쓴 것이다. 살아있는 동안 이 복제돼지는 사육사가 가르쳐준 사료 섭취 방식과 자동 급수기 사용법을 잊어버리고, 밥통에 배변하는 등 전형적인 치매 증상을 보였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제누피그와 비슷한 복제돼지 여러 마리가 임신 중인 만큼 조만간 새로운 치매 복제돼지가 태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교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관련된 3개의 유전자가 동시에 발현되는 치매돼지를 토종 기술로 만든 데 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치매 치료제 개발과 약리 효과 분석(drug screening) 등에 유용하게 이용된다면 경제적·산업적으로 막대한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된다”고 했다. 이번 논문은 온라인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됐다.
장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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