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하무인' 트럼프, 韓에 25% 관세 폭탄…FTA '일방적 파기'

美, 모든 국가에 '10%+α' 관세 부과
韓 상호 관세, 中보다 낮고 日보다 높아
대응 나선 재계…"최악 피했다" 반응도

성상영 기자

2025-04-03 13:12:1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상호 관세 부과정책을 발표하며 국가별 관세율이 적힌 도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상호 관세 부과정책을 발표하며 국가별 관세율이 적힌 도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성상영 기자] 적성국뿐 아니라 우방국에까지 전방위적으로 관세 폭탄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끝내 한국을 상대로 25%에 달하는 상호 관세를 매기겠다고 나섰다. 사실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파기한 것으로 국내 산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미 정부는 2일(현지시간) 외국에서 생산돼 자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상호 관세는 5일부터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기본 관세 10%와 9일부터 시행되는 국가별 관세로 구성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한 연설을 통해 "(다른 나라들이) 미국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의 산업을 파괴하기 위해 비금전적 장벽을 세웠다"며 "미국 납세자들은 50년 이상 갈취를 당했지만 이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에 매겨진 상호 관세율은 중국(34%)보다 낮고 일본(24%)·유럽연합(EU·20%)보다는 높다. 국가별 상호 관세율을 살펴보면 대체로 베트남(46%)·라오스(48%)를 비롯한 동남아시아권 국가들이 높고, 브라질·칠레·아르헨티나(이상 10%) 같은 남미 국가들이 낮았다. 영어권 국가인 영국·호주·뉴질랜드·싱가포르 등도 기본 관세율에 해당하는 상호 관세를 적용받는다.

미국 정부는 "한국이 환율 조작과 무역 장벽을 통해 실질적으로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50%에 달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한국이 미국에 적용한 비관세 장벽과 비교하면, 한국에 부과될 25% 관세율은 오히려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앞서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말 국가별 무역 장벽 연례 보고서를 내고 30개월령 이상인 미국산 소고기 수입 금지, 국방 분야 절충 교역(기술 이전을 조건으로 무기·장비를 구매하는 것) 규정, 디지털 무역 장벽 등을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한 바 있다.

상호 관세 부과 조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한국 기업은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는 일본·유럽 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약해진다.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업종은 대미 수출 상위 품목인 자동차·반도체·석유제품·배터리 등이다. 지금까지는 한·미 FTA에 의해 대부분 품목이 무관세였다.

한국의 대미 무역 수지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전년보다 10.4% 증가한 1278억 달러(약 187조원)다. 대미 무역 흑자는 557억 달러(82조원)로 역대 최고였다.

재계에선 미국의 이번 조치가 산업계에 미칠 파장을 면밀히 분석한다는 방침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논평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 관세 정책은 한·미 양국 간 무역뿐만 아니라 글로벌 통상 질서에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어 그 영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간 협상에서 산업계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돼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상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ssy@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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