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19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제56기 정기 주주총회는 '소통 주총'으로 진행됐다. 이날 주총은 현장에 1000명 가까운 주주가 운집한 가운데 오전 9시부터 오후 12시 조금 넘어서까지 3시간 이상 계속됐다. 그중 2부 행사인 '주주와의 대화'를 포함해 질의응답에만 2시간가량 할애됐다.
◆'5만 전자' 대책 묻자 한종희 부회장 "혼신의 힘 다할 것"
주주들은 의장을 맡은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의 인사말과 안건 설명이 끝남과 동시에 '송곳 질문'을 쏟아냈다. 이들은 주가가 5만원대 박스권에 갇힌 이유뿐 아니라 대형 인수합병(M&A) 추진 계획 등 다방면에 걸쳐 질의했다.
첫 질문은 단연 주가 얘기였다. 좌석 번호 2006번 주주는 "주주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겠다고 했는데 작년 8만원까지 간 주가가 지금 5만원을 못 벗어나고 있다"며 대책을 물었다.
이에 한 부회장은 "주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의 차질 없는 이행과 임원의 책임 경영 강화, 주식 보상 제도 전 직원 확대 검토 등을 약속했다. 한 부회장은 "이런 노력만으론 충분치 않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부회장은 "아쉽게도 대형 M&A가 큰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며 "올해는 유의미한 M&A를 추진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레인보우로보틱스 콜옵션(주식 매입 권리)을 행사해 지분율을 35%로 끌어올려 최대 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주주와의 대화'에 경영진 총출동…반도체 질문 '최다'
본격적인 질의응답은 안건 의결을 마친 뒤 별도로 마련된 '주주와의 대화'에서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주주 대상으로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주총에서 처음 이를 도입했다.
주주와의 대화에는 DX부문장인 한 부회장부터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전경훈 DX부문 CTO △용석우 VD사업부장 △김우준 네트워크사업부장 △노태문 MX사업부장 △박순철 최고재무책임자(CFO)까지 경영진이 총출동했다.

한 주주는 주가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반도체 사업 전략이 무엇인지 설명을 요청했다. 그러자 전 부회장은 "올해 하반기 HBM3E(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12단 제품을 시장에 공급하고 인공지능(AI) D램 전환을 가속화해 고객 수요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다가올 HBM4 시장에서는 지난해 HBM3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반도체 굴기(崛起) 대응 방안과 관련해선 "중국 로컬(지역 내) 반도체 제조사들은 DDR4(4세대 더블데이터레이트 D램)과 LPDDR4(저전력 DDR4) 같은 저가 제품 시장을 중심으로 진입하는 상황"이라면서도 발빠른 첨단 공정 도입과 고성능·저전력 제품 개발로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전했다.

마이크를 넘겨 받은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파운드리는 수주 기반 사업이고, 현재 수주한 건들이 매출로 이어지는 데는 2~3년이 걸린다"며 "지금부터 고객 수주 최적화 전략을 세우고 공정 기술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한 사장은 이어 "3나노(㎚·1㎚=10억분의1m)나 2나노 선단 노드(첨단 미세 공정)에서 확보한 고객이 성숙 공정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되도록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수율 안정화와 양산 속도 개선에도 집중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총장 외부에는 주주를 위한 전시 공간도 마련돼 관심을 끌었다. 현장 참석 주주들은 중간 휴식 시간을 이용해 '갤럭시 AI'와 사족 보행 로봇, 투명 디스플레이, 차량용 전장 시스템, AI 가전 등 다양한 제품·서비스를 체험했다. 일부 주주는 주총 종료 이후에도 한동안 현장에 남아 전시물을 둘러보기도 했다.
성상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ssy@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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