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토 3는 중국차에 대한 내구성, 기술력, 디자인 등 편견을 뒤바꿔 놓은 첫 차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22일 2박3일간 약 400㎞를 아토 3를 시승한 뒤 남은 감상은 "무섭다"였다. 뛰어난 주행성능과 일상 생활에서 부족하지 않은 편의성까지 놀라움이 계속됐다. 아토 3는 국내 터줏대감 격인 타사 브랜드를 향해 '안주하지 말라'는 경고음을 울려준다.
◆보편적인 겉모습, 반전 매력은 '도전적인 실내'
아토 3는 외관만 놓고 보면 무난한 소형 SUV와 같다. 여느 소형 SUV에서 볼 수 있는 외형의 공식을 따라 호불호가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전체적으로 굴곡진 면을 통해 SUV로서 볼륨감을 나타냈으며, 앞에서 뒤로 흐르는 날렵한 사이드 디지인은 B필러를 따라 유려한 곡선을 그린다. 차체가 크지 않으면서 언뜻 낮아 보여 해치백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자동차 브랜드마다 고유한 정체성을 차량 전면부에 담아내는데, BYD는 '드래곤 페이스(용의 얼굴)'를 내세웠다. 양 옆으로 뻗어나가는 듯한 전조등은 용의 수염을 형상화했다지만 날카로운 찢어진 눈매에 가까웠다. 이를 마땅히 닮은 브랜드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BYD 브랜드의 상징으로 봐도 무방하다.

실내 각 요소는 피트니스 센터를 주제로 했다. 송풍구는 원기둥을 눕힌 모양으로 아령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악력기를 묘사한 문 손잡이는 손을 위로 포개어 쥔 다음 뒤로 젖히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주고 있다.
도어 포켓(문짝 수납함)은 기타처럼 생겼다. 스피커에서부터 줄이 세 가닥 나와 도어 포켓 칸막이로 이어졌다.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윗줄부터 차례로 튕기면 영국 록 밴드 딥퍼플의 '스모크 온 더 워터' 도입부에 들어간 기타 리프 첫 3개 음이 들린다.
앞좌석엔 경주용 차량에 쓰이는 버킷 시트가 들어갔다. 완전한 버킷 형태는 아니지만, 두툼하고 푹신하면서 사이드 볼스터(옆구리 날개)가 얕다. 시트에 앉았을 때 촉감은 약간 단단하면서 인조가죽 특유의 뻣뻣함이 느껴진다.

실내에서 눈길을 끈 부분은 가격 대비 싸구려 같아 보이지 않는 소재다. 타사 브랜드의 경우 전기차랍시고 5000만원이나 되는 기본 가격에도 2000년대 국산 경차에서 봤을 법한 생 플라스틱을 쓰곤 한다. 이와 달리 아토 3는 눈에 잘 띄거나 신체가 닿는 곳마다 가죽 또는 우레탄 재질로 마감해 시각적인 만족감을 줬다.
◆'북악스카이웨이' 테스트 퍼포먼스 불구, 차체 제어까지 '짱짱'
아토 3를 운전하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 특히 서울 북악스카이웨이를 지나는 동안 뜻밖의 차체 제어기능에는 탄복에 가까운 신음을 흘릴 정도다. 왕복 2차선인 이 도로는 노폭이 좁고 급커브가 많고 속력이 뚝 떨어지는데 아토 3는 해당 구간을 안정적이고 매끄럽게 돌아 나갔다. 안정적인 주행성능에 과도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싶은 욕구마저 든다.
일반적인 교차로에서 좌회전 또는 우회전 시 조향 감각도 매우 기민한 편이다. 이또한 이질감이 들 정도는 아니며 오히려 팔을 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돼 편했다.

그렇다고 통통 튀거나 불쾌감을 줄 정도는 아니다. 자잘한 요철은 자극적이지 않게 걸러냈다. 과속방지턱에서도 충격을 충분히 줄여준다.
균형 잡힌 하체와 그로 인해 발휘되는 회전 능력은 BYD를 다시 생각하게 한 가장 큰 요인이다. 십여년 전 '중국차=저질'이라는 통념을 무참히 부쉈다.
동력 성능은 전기차 특유의 치고 나가는 정도를 체험할 수 있다. 아토 3는 앞바퀴에만 모터가 들어가 최고출력 150킬로와트(㎾·약 201마력), 최대토크 310뉴턴미터(Nm, 31.6㎏f·m)를 낸다. 제원상으론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7.3초 만에 가속한다. 동급 가솔린차보다 빠르고 전기차 중에서는 보통이다.

정숙성은 소형 SUV 치고 상당히 조용했다. 고속도로에서 100㎞/h로 달려도 귀에 소음이 거슬리지 않는다. 전기차는 엔진 소리나 배기음이 없어 풍절음과 노면 소음이 부각되는데 아토 3는 이를 잘 잡아냈다.
◆'중국' 색안경 벗기 위해, A/S·딥시크·내구성 등 숙제
아토 3는 기본 트림(세부 모델) 3150만원, 플러스 트림 3330만원이라는 가격, 가성비을 빼고 생각해도 잘 만든 차라고 평가된다. 가장 의심스러웠던 기본기도 높은 점수를 주기에 충분하다.
플러스 모델 기준 다른 수입차 브랜드에서 볼 수 없는 1열 통풍시트를 비롯해 △전동식 테일 게이트(트렁크 문) △차량 주변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3D 서라운드 뷰 모니터 △지능형 운전자 보조 장치(ADAS)까지 안전·편의 사양이 모두 들어있다. 게다가 12.8인치 대형 인포테인먼트 화면은 반응 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90도 회전까지 된다.

그럼에도 중국차에 대한 색안경을 벗기에 걱정스러운 면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초기 품질이 얼마나 오래 갈 것인지다. 전기차는 엔진이나 변속기에서 발생할 잔고장이 없다지만, 실내 잡소리나 NVH(소음·진동·불쾌감) 같은 '감성 품질'은 별개 문제다. 현재 정식 출고가 시작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아직은 단언하기 어렵다.
두 번째는 차량에 이상이 생겼을 때 손쉽게 사후 서비스(A/S)를 받을 수 있느냐다. BYD코리아는 전국 주요 거점에 서비스센터 12곳을 빠른 시일 안에 열겠다고 밝혔는데 이 정도로는 부족할 수 있다. 대다수 수입차 운전자가 서비스센터 입고 지연, 부품 조달 문제를 겪는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 BYD코리아 측은 "딥시크는 중국 내수 모델에만 적용된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GDPR에 관해서도 "차량 정식 출고 시점에 맞춰 국내 법규에 맞게 보완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BYD로서는 국내 소비자의 불신 해소가 급선무다. 아토 3가 아무리 3000만원대 가격으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장점을 담았다고 해도 소비자로부터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면 국내 진출 노력이 빛을 잃을 수 있다.
성상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ssy@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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