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신종자본증권 추가청약까지…간신히 '체면치레' 그쳐

"자본성증권 시장 공급 과잉, KB금융 시장 분석 의문" 지적
투자자 니즈 반영 못한 희망금리밴드 '미매각' 사태 발생

임이랑 기자

2025-01-20 18:16:27

ⓒKB금융지주
ⓒKB금융지주
[빅데이터뉴스 임이랑 기자] KB금융지주가 최근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모집에 나섰지만, 예상치 못한 미매각 사태를 겪으며 화두에 올랐다. 추가 청약을 통해 미매각 물량을 소화하긴 했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자사 브랜드 가치를 과신한 결과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KB금융은 405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기존 KB금융이 제시한 희망금리밴드는 3.30~4.00%다. 이에 더해 투자수요가 목표금액을 초과할 경우 발행금액을 6000억원으로 늘릴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 배경에는 지난 2020년 5월 325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 행사일 오는 5월8일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는 7월 3700억원, 10월에 4350억원 등 올해 총 1조1300억원 상당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일이 도래한다.

하지만 초기 매수 주문이 3740억원에 그치며, 미매각 사태가 발생했다. 그나마 추가 청약을 통해 물량을 모두 채웠지만, 최종 발행규모는 4050억원, 금리는 4%로 결정됐다. 최대 6000억원 증액도 물거품이 됐다.

KB금융은 국내 굴지의 우량 금융지주다. 아울러 자본성 증권인 신종자본증권이 은행 예·적금보다 높은 고정금리형 상품이라는 점에서 투자자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신종자본증권은 만기 30년 이상이면서 일정한 이자를 지급하는 하이브리드 채권이다. 통상 5년 뒤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으며,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받기에 자본확충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KB금융이 제시한 희망금리는 3.30~4.00%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매혹적인 금리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은행 예·적금 평균금리가 3~4%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해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미흡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히려 금일 한화손해보험(이하 한화손보) 3000억원 규모 후순위채에 대한 투자가치가 더욱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이날 한화손보는 후순위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며, 희망금리밴드는 4.30%~4.80% 고정금리로 제시됐다.

이처럼 한화손보가 KB금융에 비해 1% 넘는 금리를 제공하고 있고, 한화손보 후순위채 등급과 KB금융 신종자본증권 등급도 같은 'AA-'다. 날짜만 다를 뿐 투자자들에게 KB금융 신종자본증권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리 만무하다.

일각에서는 이번 KB금융 신종자본증권 미매각에 대해 우량한 기업이라도 시장 상황과 투자자들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실패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금리가 인하되는 상황에서 여전히 투자자들이 매력적인 수익률을 원하고 있다. KB금융은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결국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B금융의 브랜드 가치, 신용도를 고려하면 이례적인 평가"라며 "올해 금융지주, 보험사들이 잇달아 자본성 증권을 발행하고 있기에 공급 과잉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투자자 니즈를 반영하지 못한 KB금융의 시장 분석 능력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단순하게 우량 회사라는 점만을 앞세워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실탄 마련은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고 첨언했다.

임이랑 빅데이터뉴스 기자 lim625@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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