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츠, 투자 매력 있나…'포트폴리오·주주 가치 희석' 우려

롯데리츠, 유상증자 발표에 기존 투자자 '시큰둥'

임이랑 기자

2024-10-23 11:58:37

롯데리츠, 투자 매력 있나…'포트폴리오·주주 가치 희석' 우려
[빅데이터뉴스 임이랑 기자]
한국은행 금리 인하 기조에 국내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도 상승세를 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전망에 반해, 롯데리츠(330590) 투자자들은 암울하기만 하다.

리테일(소매)에 집중된 포트폴리오, 주가 하락에 따른 시가총액 감소에도 불구하고 진행중인 유상증자까지 롯데리츠의 투자 가치가 시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투자자들에게 외면받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리츠는 L7 HOTELS 강남타워 매입을 통해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롯데리츠는 보유자산 규모만 2조6000억원에 달하는 우량 앵커리츠다. 롯데건설이 개발한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하는 역할과 롯데건설이 개발한 상업용 부동산을 롯데리츠가 매입한다. 이를 통해 롯데건설은 자금을 확보하고 롯데리츠는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창출한다. 롯데리츠의 주요 임차인은 롯데쇼핑과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롯데그룹 내 리테일 담당 계열사다.

앵커리츠는 신뢰할 만한 기관(공공기관, 금융사 등)이 리츠에 대주주로 참여해 자금조달, 자산운용, 시설관리 등에 전반적으로 참여하는 리츠를 뜻한다.

그러나 롯데리츠 포트폴리오 대부분이 리테일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문제로 꼽힌다. 예컨대 롯데쇼핑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6조941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4%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797억원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올해 상반기 백화점 사업부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24.2% 줄어든 1491억원을 기록했다. 롯데마트·슈퍼는 동 기간 22.3% 증가한 516억원이다. 하지만 롯데마트와·슈퍼는 지난 2022년 11월 점포 축소 및 희망퇴직을 통한 실적 반등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롯데리츠 임차인인 롯데쇼핑의 백화점·마트 모두 올해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이에 더해 롯데리츠가 보유한 자산 중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제외하면 모두 지방에 있다는 점도 임대 수익에 대한 기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실제 롯데리츠는 배당 수익률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9년 상장 첫해 롯데리츠는 주당 96원을 배당했다. 이어 2020년 161원까지 배당액이 늘었지만, 2021년 139원으로 감소해 지난해는 103원으로 줄었다.

당연히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지난 2019년 10월 상당 당시 롯데리츠 공모가는 5000원, 이후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에 그 해 11월 최고가인 6690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타격을 받으면서 롯데리츠 주가도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롯데리츠가 보유한 상업용 부동산의 임대 수익이 하락했고, 급기야 2022년 금리 인상기에는 전반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롯데리츠의 주가는 22일 종가 기준으로 3520원이다. 지난 9월 롯데리츠는 1639억원 상당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이번 유상증자의 주요 목적은 채무 상환과 운영 자금 조달이다. 신주발행가는 3656원으로 설정됐으며, 신주배정주식수는 0.1893246544로 100주를 보유했을 때 약 18주 가량을 신주배정 받을 수 있다. 확정 예정일은 오는 30일이다.

유상증자는 주가 상승기에 자본금을 확충해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M&A) 하거나 공장 증설 등 기업 투자에 활용해 시장 점유율을 늘린다. 하지만 롯데리츠는 반대 상황이다.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데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는 곧 채무 상환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풀이도 가능하다. 당연히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시그널도 줄 수 없을 것이라 해석된다. 단행되는 롯데리츠 유상증자는 지난 2021년 주주배정 유상증자 이후 3년 만이다. 결국 기존 주주들의 지분이 희석돼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롯데리츠 홈페이지 캡처
ⓒ롯데리츠 홈페이지 캡처

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유상증자를 단행해야 롯데리츠가 원하는 자본금 모집이 가능할 수 있다. 하물며 주가가 하향 곡선일 나타낼 때 유상증자를 한다는 것은 기존 투자자를 설득하는데 실패할 소지가 매우 크다. 일례로 기존 투자자들은 롯데리츠 유상증자에 대해 '유상증자를 통해 롯데그룹 내 부실자산은 다 롯데리츠로 돌린다',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게 바보'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치 않았다.

더욱이 롯데리츠가 롯데쇼핑이 보유한 매장과 부동산에 대해 우선매수협상권을 보유하고 있어 롯데그룹의 자산 유동화 수단으로 쓰인다는 비판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지난 6월 DF타워를 보유하고 있는 '코람코더원강남1호리츠' 종류주에 투자하며 호텔 및 오피스텔 분야로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섰지만, 여전히 경쟁 대기업 리츠 대비 투자 매력을 찾기 힘들다.

IB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리츠인 한화·SK리츠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으로 구성돼 있다"며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부동산 시장 및 리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부동산 경기를 우려하는 지표들이 나오고 있어 마냥 긍정적이라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롯데리츠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 확충 계획을 세웠지만, 기존 주주들의 지분을 희석할 수 있다"며 "자산 포트폴리오의 질적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 인상기에 롯데리츠가 리파이낸싱, 보유 부동산 매각 등을 하지 않았던 것은 설명하기 어렵다"고 첨언했다.

임이랑 빅데이터뉴스 기자 lim625@thebigdata.co.kr
<저작권자 © 빅데이터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