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 번의 젤렌스키 대통령의 영어 연설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프랑스 왕국의 왕 루이 14세는 “나는 곧 국가다(L'État, c'est moi)”란 유명한 말을 남겼다. 물론 이 말은 루이 14세는 절대군주라는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 나는 “젤렌스키가 곧 국가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의 용기와 지혜, 그리고 영어가 아니었다면 우크라이나는 지도상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후일 역사가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러시아 연방을 붕괴시킨 역사적 인물로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그와 비견되는 역사적 인물이 우리에게도 있다. 이승만 박사다. 그의 무기는 애국심과 영어였다. 이승만 박사는 당시 세계 최고의 일본 전문가였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 4개월 전인 1941년 8월 1일 ‘일본의 가면을 벗기다(JAPAN INSIDE OUT)’란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일본 미국 침략의 예언서였기 때문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고, 미국인의 충격은 컸다. 서구 지식인들에게 일본과 동아시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고, 이승만 박사는 최고의 지성으로 떠올랐다.
‘이승만이 곧 국가다.’ 만약 이승만의 영어가 없었다면 일본 패망 이후에도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특히 이승만 박사가 1954년 7월 28일 미국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행한 영어 연설은 미국민에게 커다란 감명을 주었다. 이번에는 공산주의의 위협에 대한 경고였다. 한미동맹 70주년은 이승만 박사의 영어 주춧돌 위에서 세워졌다.
지난 4월 27일 윤석열 대통령은 미 의회를 찾아 영어로 상하원 합동연설을 했다. 1세대 영어강사이자 카투사 출신인 오성식 씨가 “윤 대통령 영어연설에 소름이 끼쳤다”라고 극찬했다. 이승만 박사 이후 최고의 영어 실력자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혹자는 미국 의회에서 대통령이 한국어로 당당하게 하는 것이 국격이라고 비판한다. 대중이야 그렇다쳐도 야당 국회의원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만약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과 영국 의회에서 우크라이나어로 당당하게 연설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연설 자체가 무산됐을 것이다.
역지사지로 외국인이 유창한 한국어로 방송에서 말할 때 우리는 그들에게 깊은 애정을 느낀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을 볼 때 우리는 소름이 끼칠 정도의 감동을 느낀다. 우리는 그들을 사랑하고 존경심을 가지고 바라본다.
만약 전쟁 중인 동남아 국가 대통령이 우리나라 국회에서 유창한 한국어로 연설을 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아마 그 나라에게 엄청난 지원과 투자가 이뤄지는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그런 기적을 이승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해낸 것이다.
얼마 전 대한민국카투사연합회 회장 선거가 있었다. 후보 검증 과정에 영어 면접이 있었다. 영어 회화 실력이 부족하면 연합회를 이끌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다. 일개 사단 법인의 수장을 뽑는데 이런 잣대를 들이대는데 대한민국 대통령의 영어가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마음 같아서는 국회의원 뽑을 때 토익 시험 점수 제출을 의무화하고 싶다. 아마 그러면 지금 같은 수준 낮은 정치인은 상당 부분 사라질 것 같다.
다행인 점은 지금 여야에서 사랑받는 인물 중에 한동훈 법무부장관과 이낙연 전 총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바로 능통한 영어이다. 한동훈 장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영어 회화 실력을 자랑한다. 카투사 출신에 외신 기자를 역임한 이낙연 전 총리의 영어는 아름답다.
오늘날 한류가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면에는 무엇이 존재할까? 예컨대 ‘강남스타일’의 가수 싸이,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방탄소년단의 아버지 방시혁 대표의 공통점은 바로 유창한 영어이다.
이처럼 영어 능력은 국제 무대에서 개인과 국가의 목소리를 더욱 선명하게 들리게 하며, 외교적 성과를 이루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한민국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영어에 능통하다면 더 많은 기회와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지도자들이 외국어에 능통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높은 평가와 존경을 받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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