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도중에 아이들은 메스꺼워하고 심한 두통도 호소했는데 중추신경흥분제인 벤제드린이라는 약을 주면 곧잘 검사 부작용이 해결되곤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약을 먹은 아이들 절반에서 부작용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당시 기록에 의하면 ‘천사처럼 행동하고 수학공부를 전보다 열심히 했다’ 고 한다. 그래서 브래들리 박사도 이 약을 ‘수학치료약’(arithmetic pill)이라고 불렀다. 이때는 우울증이나 조울증 약이 등장하기 전으로 인간의 행동을 약으로 바꾼 최초의 사례로 기록된다.
이후로 이 약의 사용은 두 갈래로 갈라졌는데 아이를 차분하게 하는 용도와 어른을 깨어있게 하는 용도였다. 유명한 007시리즈인 ‘카지노로얄’은 1953년에 이언 플래밍의 원작이 나왔는데 주인공이 카지노에서 졸지 않고 게임을 하기 위해 벤제드린을 복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세계 2차 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에서 벤제드린을 비롯한 중추신경흥분제들은 끔찍하게 악용된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 조종사들은 대부분 군의관으로부터 출동 알약(Go pills)이란 이름으로 약을 받았으며, 독일은 군인들이 졸지 않고 비행기나 잠수함을 운전하도록 약을 강요했는데, 군인들은 이를 ‘탱크 초콜릿’ 또는 ‘’헤르만괴링 알약‘이라고 불렀다. 오남용은 일본군이 가장 극심해서 1939년부터 1945년 사이에서 태평양 전선에서 10억 알이나 복용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밤낮으로 하루에 수십 알을 복용한 군인이 많았는데 중추신경흥분제의 부작용에 대한 자료는 모두 이 당시에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사람들이 사용한 중추신경흥분제는 일본인 아키라 오가타 박사가 합성한 ’필로폰‘인데, 전후 200여만 명이 중독되자 정부는 강력한 단속에 나서 5만 명 넘게 투옥하기도 하였다.
심한 사회적 부작용을 겪은 일본은 2007년 오남용 가능성이 없다고 알려진 ’콘서타‘를 후생성이 승인하기 전까지 그 어떤 ADHD 치료약도 허가하지 않았다. ADHD치료는 못하더라도 오남용만은 막자는 마인드가 강했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영향을 받아 중독성과 의존성이 없는 치료제인 ‘메칠페니데이트’도 오래 먹다보면 ‘필로폰’과 비슷할 것이라는 공포감이 아직 많다.
1995년 미국의 ADHD협회(CHADD)는 메칠페니데이트는 의존성, 내성도 없고 환각 효과도 없다는 자료를 연방마약관리국(Drug Enforcement Agency)에 제출하면서 향정신성약품 목록에서 빼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이병학 기자 new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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