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등지에서 동시 방영됐던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의 뜨거운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드라마의 열기는 드라마에 등장한 한국 고유의 아름다운 아트 주얼리로 고스란히 전파됐다.
한국 주얼리 중에서도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담은 사극 장신구가 국내를 넘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매우 의미 깊다.
<달의 연인>은 궁중 트렌디 로맨스로 타임슬립 형식의 퓨전 사극이다. <달의 연인>의 시대적 배경은 고려시대로 설정됐다. 고려시대는 귀족들이 호화로운 사치생활을 즐겼고, 여러 가지 예술 작품이 제작된던 시대다. 문화와 예술적인 면에서 상당히 발전되었고, 화려하고 정교한 문양을 지닌 금속 공예품이 활발하게 제작된 시기로 기록되어 있다.
귀고리, 반지, 팔찌, 목걸이 같은 장신구가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삼국시대의 복식 문화가 고려시대에도 계승됐다. 삼국시대와 고려시대는 금과 은으로 만든 귀고리, 목걸이, 팔찌 등의 장신구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시기였다. 남자도 귀를 뚫어 귀고리를 사용했고, 귀고리의 길이가 길어 어깨까지 닿았다는 기록이 있다. 반지와 팔찌는 남녀 모두 애용했는데, 양 팔과 양 손에 착용했고, 여러 개를 한꺼번에 착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하지만 고려는 신라나 가야와 달리 관에 껴묻거리를 넣는 후장 풍습이 없었기 때문에 출토 유물이 적어서 상세히 파악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래도 출토된 대부분의 금속 공예품들이 화려하고 정교한 문양을 지닌 것으로 보아 그 시대 사람들이 미적 감각이나 세공기술이 상당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달의 연인>은 퓨전 사극인 만큼 장신구도 고전 그대로 복원하기 보다는 소재와 형식, 기법 면에서 현대적인 미감을 가미해 창조적으로 발전시켰다. 새롭게 탄생한 눈부신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은 국내외 시청자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아이유의 사랑스러운 머리장식, 이준기의 세련된 머리꽂이, 강하늘의 맑은 비취 팔찌, 홍종현의 화려한 귀걸이 등 캐릭터를 그대로 상징한 장신구들에 관련한 2차 저작물들이 대거 생성됐다.
장신구들을 좀 더 클로즈업해서 보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목소리도 컸다. ‘꼭 사고 싶다’는 댓글도 줄을 이었다. 실제로 현재 중국 <달의 연인> 관에서 판매되는 <달의 연인> 관련 물품 중에 장신구들은 클릭수 및 판매수 1위, 2위, 3위를 모두 차지하며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국제적이면서도 진취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달의 연인> 장신구들은 누가 디자인하고 제작했을까?
<달의 연인>에 등장한 모든 장신구는 민휘아트주얼리에서 디자인 및 제작을 총괄했는데, 김민휘 정재인 작가가 디자인을, 이용우 최혜지 장인이 제작을 맡았다.
드라마 <선덕여왕>, <동이>, <해를 품은 달>, <장옥정, 사랑에 살다>, <조선 총잡이> 그리고 영화 <사도>, <상의원>, <도리화가>, <봉이 김선달>, <조선명탐정> 등 수많은 사극을 통해 한국 장신구의 새로운 트랜드를 제시해 온 민휘아트주얼리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로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전파하는 대한민국 대표 디자이너 브랜드다.
<달의 연인> 장신구에 대해 민휘아트주얼리 측은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 실제 유물의 문양, 텍스처, 모티브 등을 바탕으로 디자인하고, 고전 세공법으로 구현했다고 했다.
앞서 말했듯이 <달의 연인>의 배경이 되는 고려시대는 후장 풍습이 없었기 때문에 출토 유물이 적어서 상세히 파악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민휘아트주얼리 측은 <달의 연인> 장신구의 경우 기본적으로 출토된 고려 시대의 장신구 디자인을 메인 모티브로 삼아 디자인했지만 삼국시대의 영향도 많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 삼국시대의 디자인을 차용하기도 했다. 실제로 드라마에서도 신라계, 백제계 인물들이 출연하기도 한다.
고증과 현대미가 공존하는 의상과 소품 및 세트 외에 배우들의 서구적인 외모 등을 고려해 장신구에도 현대적인 느낌을 가미했다. 요즘 사람들이 보더라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했다고 한다.
그동안 민휘아트주얼리는 수차례 고전미와 현대미가 공존하는 작업을 선보여 호평을 받아왔다.
신라시대 왕실 유물에서 영감을 받아 24K 골드로 제작한 ‘문희의 꿈(A Dream of Moon-hee)’이 이태리 월드 골드 카운실 (Italy Wolrd Gold Council International Jewellery Design Awards) ‘Gold Virtuosi’ 수상과 ‘유네스코 최우수 수공예품 인증서(UNESCO Seal of Excellence for Handicrafts)'를 비롯한 국내외 수많은 공모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고 이러한 디자인 개발 방법이 큰 호응을 얻으면서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상품 디자인 개발 업체로 공식 선정되기도 했다.
고전 세공법을 사용해서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섬세하면서도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야 하는데, 시간과 정성 및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다.
민휘아트주얼리는 “고전 세공법을 활용해 장신구를 만들 때는 만들고, 위에 덧붙이고, 자르고, 또 다시 파내는 작업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작품 하나를 만드는 것에도 몇 달씩 소요되기도 한다.”며 “그러나 드라마 스케줄 상 이러한 작업들을 단 하루 만에도 해내야 했다. 또한, <달의 연인>에는 장신구가 필요한 인물들이 많았고, 궁중 사극 특성상 많은 물량의 장신구가 필요했기 때문에 많은 노력과 비용을 쏟았던 작품이다. 전 직원이 촌각을 아끼고 밤잠을 설칠 정도의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야 했다”고 전했다.
민휘아트주얼리 관계자로부터 유물 고증을 기본으로 하는 <달의 연인> 장신구 디자인에 관한 설명을 들어봤다.
● 누금기법
- 황후 유씨와 왕요 장신구
#금제 태환이식 귀걸이 #이태리 월드 골드 카운실 수상작 #유네스코 실 수상작 <문희의 꿈>
신라 고분에서 출토된 귀걸이들은 하나 같이 정교하고 화려한 세공법으로 구현되어 있는데 출토된 귀걸이들의 디자인이 모두 다르다. 수백 개의 금알갱이들과 금실을 하나하나 붙여 만든 육각형의 거북등[龜甲]무늬가 표현되어 있고, 그 안에는 역시 누금세공과 금실로 세 잎 또는 네 잎으로 이루어진 이파리[草葉文]무늬 하나씩 배치되어 있다. 또한 매우 세밀한 18~37개의 달개가 매달려져 있는데 이 같은 자료들을 통해 당시의 금속공예기술이 매우 뛰어났다고 평가받고 있다.
황후 유씨(박지영 분)와 3황자 왕요(홍종현 분)는 극 중, 가장 화려한 인물로 모자 지간이다. 이들이 착용한 장신구들은 정통 왕실 세공법인 누금세공법으로 구현하였다.
제작 기법은 복스 세팅법에 의한 귀금속 상감법이고, 상감한 귀금속 주위에 금 알갱이를 장식하는 누금세공 기법을 동일하게 사용했다. 금실과 금알갱이를 일일이 땜질하여 장식하였는데 거북등무늬와 마름모꼴 무늬를 표현하여 단조로움을 피했다.
형태는 우리나라 장신구 발달의 황금기라고 불리는 신라시대의 금제 장신구와 드리개를 참고하였는데 가장 화려한 인물인 만큼 그 화려함이 부각될 수 있도록 신라시대의 정교하고 화려한 금속 공예품과 금 장식품에서 디자인의 아이디어를 차용한 것이다.
정교함과 아름다움 면에서 신라시대의 대표 유물로 손꼽히는 태환이식 귀고리와 민휘아트주얼리 김민휘 작가의 이태리 월드 골드 카운실 수상작 ‘문희의 꿈’ 시리즈를 모티브로 삼아 디자인하였다.
왕요가 황보 연화(강한나 분)에게 청혼하는 장면에서도 유씨와 왕요의 장신구를 구현한 기법과 같은 세공법으로 반지를 제작하여 가족이 되어 달라는 의미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디자인하였다.
● 투조기법
- 왕욱 장신구
#천마총 출토 금제 관모 #산업 디자인전 수상작 <금모>
8황자 왕욱(강하늘 분)의 상투관은 왕욱의 강직한 성품을 드러내기 위해 상투관도 부피감 있게 디자인했다. 강하늘 씨의 남자다운 얼굴선에는 조금 묵직한 느낌이 어울리기도 한다. 고려판 뇌섹남으로 캐릭터 설명이 되어 있다. 너무 예쁘거나 장식적인 문양은 피하고 일정한 패턴의 문양을 차용해 디자인했다.
국보 제 189호 천마총 출토 금제 관모에서 왕욱의 장신구 디자인에 관한 영감을 얻었다. 금관총에서 출토된 관모와 전체적인 형태와 제작 방법이 매우 유사하나, 천마총 출토품이 더 정교하고 아름답다. 관모는 앞면에 2개, 뒷면에 1개, 상부에 1개 등 모두 4개의 뚫음무늬가 장식된 금판을 결합해서 만들었다.
관모에 사용된 금판에는 T자무늬, 마름모형무늬, 반고리[半環]무늬, 변형 용무늬 등 여러 가지 무늬를 정교하게 투조되어 있다. 이 중에서 마름모형무늬, 변형 용무늬를 중점적으로 차용해 디자인했는데, 사이에 여백을 최소화 하여 장식적인 느낌보다는 은은한 느낌을 주도록 했다.
● 황후들의 과대 및 요패
황후 유씨가 나례연 참석 전 단장을 하는 장면에서 비춰진 허리띠(과대)와 금판을 이어서 만든 띠드리개(요패)는 청황남대총에서 발견된 과대와 요패를 바탕으로 제작했다. 금제 과대와 요패는 왕족의 상징과도 같은 아이템이다.
『일본서기(日本書紀)』에는 신라를 ‘눈부신 황금의 나라’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 표현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유물로 금으로 만든 허리띠 장식이 꼽힌다. 허리띠 장식은 금관보다도 두세 배가 많은 금이 들여 만들었다. 하지만, 늘 함께 출토되는 금관과 마찬가지로 평소에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구조적으로 약하고, 달개가 지나치게 많아 의식용 또는 장례용품으로 추정된다.
가죽 허리띠에 부착되는 허리띠장식[帶金具]에는 풀잎무늬를 새겨 넣었고, 그 아래로는 물고기 등의 도안이 사실적으로 표현된 여러 줄의 드리개를 길게 늘어뜨렸다. 왕족만이 금으로 만든 허리띠를 착용할 수 있었는데, 왕과 왕비의 허리춤에서는 화려한 금제 허리띠와 드리개가 착장된 채 출토된다.
드리개에는 약통, 물고기, 숫돌, 족집게, 곡옥 , 손칼, 살포 모형 등의 장식물(허리띠 드리개)이 부착되어 있다. 이 때 숫돌과 족집게는 철기를 만들 때 사용하는 도구이며, 약통은 질병 치료, 곡옥은 생명의 존귀함, 물고기는 식량 또는 다산, 살포는 농사를 상징한다. 이렇게 각각 의미를 갖는 이 허리띠 드리개는 당시의 왕이나 제사장이 관장한 많은 일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 드라마 속 황후들의 장식물도 다양하게 제작했다. (계속)
정백희 기자 new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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