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는 뜨거운 인기와 더불어 드라마 속 소품들에 대한 국내외 팬들의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본 글은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속 고대 유물 주얼리 이야기 - 고전 문양과 정통 왕실 세공법을 활용한 장신구 디자인' 시리즈 여덟번째로, 드라마에 나타난 주요 전통 소품에 대한 이야기다.
<달의 연인>에 등장한 모든 장신구는 민휘아트주얼리에서 디자인 및 제작을 총괄했는데, 김민휘 정재인 작가가 디자인을, 이용우 최혜지 장인이 제작을 맡았다. 민휘아트주얼리의 디자이너와 장인으로부터, <달의 연인> 장신구 중 남자주인공이 착용했던 '귀걸이'에 얽힌 고대 유물이야기와 디자인에 숨은 뒷이야기들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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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시대 귀걸이
귀걸이는 귀에 거는 장신구를 통칭하는 용어로 귀를 뚫어 꿰게 되어 있는 것과 귓바퀴에 걸게 되어 있는 것이 있다. 귀걸이는 짐승의 뿔이나 이빨 등으로 만든 것이 사용되었던 선사시대부터 있었던 것으로 사람의 몸을 치레하기 위한 장신구 중에서 가장 일찍부터 사용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찍부터 남녀 구별 없이 애용되어 왔는데 나이가 어릴 때부터 귀를 뚫어 귀걸이를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풍속은 오랑캐의 풍속이라며 배격받기도 했지만 고려를 거쳐 조선조에까지 이어져 내려왔다.
삼국시대 고분에서 출토된 금·은·금동제의 귀고리는 거의 3백 쌍으로 추산될 정도로 많지만 어느 하나같은 것이 없을 정도로 디자인이 다양하다. 지배층의 고분에는 피장자가 남자이든 여자이든 귀걸이가 부장되어 있어 당시 남녀 모두 귀걸이를 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자신과 타인을 시각적으로 구별짓고, 자신의 높은 사회적 지위를 표출하기 위해 귀걸이 등의 장신구를 착용하였다. 고려 시대에서도 귀걸이가 애용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으나 많은 유물이 남아 있지 않아 어떤 형태의 귀걸이가 주로 착용되었는지 가늠해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 왕요 귀걸이와 반지
최고 지배층의 무덤에서는 금과 은으로 만든 팔찌가 예외 없이 착장된 상태로 발견된다. 그만큼 지배층의 장례풍습에서 팔찌는 귀걸이와 과대 등과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하였음을 말해준다. 황남대총 북분에서는 여러 점의 팔찌가 출토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감옥금팔찌의 형태는 매우 특이하다.
대부분의 출토 팔찌는 고리가 가늘고 단면이 원형 또는 사각형인데, 이 팔찌는 사각형의 금판을 붙여 만든 형태를 취하고 있다. 또한, 표면에는 누금세공으로 장식하였고 표면의 돌기 속에는 녹색의 터키석 등 각색 보석을 박아 금빛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삼국시대 공예품 중에서 감옥금팔찌와 같은 형태로 장식한 예는 없으며, 금알갱이를 촘촘히 붙인, 누금 기법으로 무늬를 만들거나 돌기 주변을 화려하게 장식한 것이 대부분이다. 감옥금팔찌는 형태나 제작 기법이 다른 유물들과는 매우 다르다. 때문에 서역에서 제작된 후에 국제 교류를 통해 우리나라로 유입되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매우 아름다운 팔찌로 평가 받는 이 팔찌의 사각형 형태나 물방울 형의 장식 배치를 참고하여 왕요(홍종현 분)의 귀걸이와 반지 등의 장신구를 디자인하였다. 하지만, 유물처럼 많은 보석을 박는 것은 피하는 대신 명예와 부를 뜻하는 호안석과 자마노를 상징석으로 사용했다. 대체로 원석을 활용하여 디자인하기 보다는 금알갱이를 촘촘히 붙인 누금 기법으로 돌기 주변을 화려하게 장식하여 왕요 만의 화려함을 잃지 않도록 디자인했다.
● 왕요 귀걸이
왕요는 귀걸이 디자인은 디테일은 살리되 형태는 간략화시켜 디자인하였다. 귀걸이가 길어지더라도 굵은 중간 고리 혹은 영락, 달개의 사용은 최대한 배제시켜 화려하지만 깔끔한 느낌을 살리고자 하였다.
영락이나 고리의 사용 대신 지배층의 유물에서 자추 볼 수 있는 금구슬(金玉)을 넣어 디자인했고, 드림은 오목한 하트모양 즉 심엽형(心葉形) 금판으로 가운데에 주된 장식이 있고, 그 앞뒤로 그보다 조금 더 작고 오목한 심엽형 장식을 1개씩 매달았다. 가장자리에는 얇은 테두리를 덧붙여 입체감 있게 장식하였는데 유물보다 크기를 키워 형태를 안정감 있게 디자인했다.
천마총 금관과 더불어 신라의 금관 가운데 거의 마지막 단계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 제 338호 금령총 출토 금관은 신라의 금관 중에 크기가 가장 작다. 그리고 다른 금관과 달리 각 입식에는 금으로 된 영락만 장식되어 있고, 곱은 옥이 생략되어 있어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금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금관의 ‘山’모양을 하고 있는 세움장식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매개체를 상징하는 것으로 샤머니즘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후에 주술에 의존하게 되는 왕요에게 잘 어울리는 장식이라고 생각했다.
이 금관은 출자형이 3단으로 되어 있지 않고, 4단으로 이루어진 점이 이례적이다. 왕요의 귀걸이의 장식도 4단으로 달았는데 장식의 모티브 역시 금관에서 가져왔다. 금관을 살펴보면 입식의 가장자리에도 2줄의 연속점무늬가 베풀어져 있고 둥근 볼록 장식과 달개가 장식되어 있는데, 여기서 귀걸이 장식 디자인의 모티브를 얻었다.
● 백아 귀걸이
백아(남주혁 분)의 귀걸이는 유물 고령 금관 부속 금구의 단순한 형태를 차용해 디자인했다. 유물은 꽃 모양을 연상시키기도 하여 그래도 디자인하면 자칫 여성스러워 보일 수 있다. 따라서 가운데 황수정 원석의 크기를 키우고 원석의 주변에 간략화시킨 어자문을 투조하는 방식으로 디자인을 구현하여 여성스러운 느낌을 없앴다.
귀걸이의 가운데 반구형의 황수정을 볼록하게 감입한 형식은 고려 시대의 거의 유일한 뒤꽂이 유물로 남아있는 금동수정감장 뒤꽂이의 제작 방식을 참고했다. 이러한 기법은 통일신라 금속공예에서 성행했던 기법이기 때문에 고려 초기의 유물로 추정된다.
드라마 ‘달의 연인’은 고려 건국 초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고려 초기의 유물로 추정되는 이 뒤꽂이의 방식을 활용해 디자인을 구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정백희 기자 new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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